4대 지주 모두 견조한 이자이익을 거뒀지만 비은행 이익은 회사별로 갈리면서 금융지주 순위 경쟁을 좌우했다. 본격적인 금리 인하기 진입으로 올해 금융지주의 수익 다각화 전략이 어느때보다 중요해진 가운데 4대 지주는 비은행 계열사 경쟁력 강화와 동시에 외부 기업과의 제휴·투자를 통한 신사업을 추진하면서 추가 성장을 도모한다.
4대 지주, 역대 최대 순이익…대출자산 확대에 이자이익 증가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합산 당기순이익은 총 16조420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14조8908억원) 대비 10.3% 늘어난 규모로, 역대 최대 실적이다.지주별로 보면 KB금융지주의 작년 순이익은 5조782억원으로 4대 금융 가운데 가장 많았다. KB금융은 순이익을 전년보다 10.5% 늘리면서 연간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썼다.
하나금융지주의 작년 순이익은 전년보다 9.3% 늘어난 3조7388억원으로 역시 역대 최대 수준이었다. 우리금융지주의 순이익은 3조860억원으로 23.1% 증가하면서 2022년(3조1471억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 규모를 기록했다.
지난해 국내외 금리인하로 시장금리가 낮아지면서 4대 지주의 NIM은 일제히 악화됐다. 지난해 말 기준 KB금융의 NIM은 1.98%로 전년 말 대비 0.1%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은 1.86%로 0.11%포인트, 하나금융은 1.69%로 0.07%포인트, 우리금융은 1.66%로 0.06%포인트 떨어졌다.
NIM 축소에도 은행 대출자산이 늘면서 4대 금융의 이자이익 개선을 이끌었다.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급증하고 기업대출 수요도 이어진 결과다. 국민은행의 원화대출금은 2023년 말 342조원에서 지난해 말 364조원으로 6.4% 증가했다. 신한은행(320조2233억원), 하나은행(302조1890억원), 우리은행(302조1000억원)의 원화대출금도 1년새 각각 10.3%, 4.0%, 6.3%씩 늘었다.
비은행·비이자이익 희비…KB금융, 포트폴리오 균형 ‘안정화’
지난해 4대 금융에서 모두 이자이익 성장세가 이어진 가운데 비은행 부문 이익이 실적 승패를 가르는 요인이 됐다. KB금융은 지난해 은행(3조2518억원) 순이익이 전년 대비 0.3% 감소한 가운데 보험, 카드, 증권 등 비은행 계열사가 두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하면서 그룹 실적 개선을 뒷받침했다. 손해보험(8395억원), 증권(5857억원), 카드(4027억원), 라이프생명(2694억원)의 순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17.7%, 50.3%, 14.7%, 15.1% 증가했다.
KB금융의 비은행 부문 순이익 기여도는 지난해 40%로 전년 대비 7%포인트 증가했다. 비이자이익은 4조2015억원으로 순수료이익과 기타영업손익이 모두 증가하면서 전년보다 5.1% 늘었다.
반면 신한금융의 경우 은행 부문 선전에도 비은행 부문 부진 탓에 2년 연속 KB금융에 리딩금융 자리를 내줬다. 신한금융의 은행(3조7059억원) 부문 순이익은 1년 전보다 20.6% 증가했지만 비은행(1조2549억원) 순이익은 24.1% 감소했다. 신한카드(5721억원)와 신한캐피탈(1169억원)의 순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7.8%, 61.5% 줄었다.
신한금융의 비은행 부문 순이익 비중은 2023년 35.0%에서 지난해 25.2%로 급감했다. 비이자이익은 3조2575억원으로 5.0% 쪼그라들었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비은행 부문 순이익으로 전년(1730억원)보다 3.6배 늘어난 627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비은행 부문 비중은 4.7%에서 15.7%로 급등했다. 우리금융의 경우 카드(1472억원)와 캐피탈(1414억원) 순이익이 각각 32.4%, 10.9% 늘고 증권(26억원)도 흑자 전환했지만 비은행 비중은 8.4%에 그쳤다.
M&A 대신 외부 제휴…4대 금융, 수익 다각화 전략 변화
올해는 금융지주 실적에서 비은행 부문 이익의 중요성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출 성장세가 둔화하고 기준금리 인하로 NIM 하락도 이어지면서 이자이익 성장이 주춤할 것이란 관측에서다. 4대 금융은 올해 성장 전략으로 플랫폼 등 외부 기업과의 제휴를 통한 수익 기반 확대를 추진하면서 은행 이자이익 의존도를 낮출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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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의 상품과 서비스를 외부 기업의 플랫폼, 서비스와의 결합을 통해 제공해 파급력과 성공 가능성, 성과를 높여야 한다는 게 양 회장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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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금융지주는 최근 몇년 간 대규모 M&A를 통해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추진해왔다. 비은행 부문 보강으로 은행 이자이익에 치우친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올해는 높아진 대내외 불확실성 등을 고려해 경영 전략의 방점이 안정적인 내실 성장에 찍힌 만큼 수익 다변화 방안도 외형 확장보다는 외부 제휴 등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이미 대부분 금융지주의 주요 비은행 포트폴리오가 갖춰졌다는 점도 M&A 필요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4대 금융 가운데 유일하게 증권, 보험 계열사가 없던 우리금융지주는 지난해 8월 한국포스증권을 인수하고 우리종합금융과 합병해 우리투자증권을 출범시켰다.
하나금융의 경우 상대적으로 열위에 있는 보험과 카드 부문의 추가 M&A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비은행 M&A 등 인오가닉 성장 대신 우선 비은행 부문 성장을 위한 자체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을 택했다. 단순히 규모를 키우는 M&A보다는 그룹 내 계열사 간 협업을 통한 시너지 효과와 비은행 계열사 본업 경쟁력 제고 전략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함 회장은 “M&A는 그룹 포트폴리오에서 효율적인 자본 배분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며 “자생 기반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M&A는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조직에 심각한 부담과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박종무 하나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4일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비은행 부문이 가진 본업 경쟁력 강화로 자본요구수익률에 맞는 이익을 창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증권의 턴어라운드 기조, 보험사 적자 폭 축소, 카드의 수익 창출 능력 강화 등 비은행 수익이 높아지면 그룹 전체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지주 핀테크 지분 보유 한도 15%로…지분투자 협업 활성화 기대
금융지주와 외부 기업 간 협업 전략은 금융지주의 핀테크 출자 규제 제한 완화와 맞물려 가속화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8일 발표한 ‘2025년 핵심 추진 과제’에서 금융지주의 핀테크 회사 지분 보유 한도를 현행 5%에서 15%로 확대하고, 금융지주 자회사인 핀테크 기업이 업무 연관성이 있는 금융회사를 지배할 수 있도록 개선하기로 했다.
금융지주는 2000년 제정된 금융지주회사법상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핀테크 기업을 자회사로 지배(지분 50% 이상 보유) 하거나 지배하지 않을 경우 5% 이내로만 지분투자가 가능하다.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으로 금융지주도 은행과 보험사 등과 같이 핀테크 회사 지분을 최대 15%까지 보유할 수 있게 되면 지분투자를 통한 협업이 가능해진다.
금융위는 오는 6월까지 관련 제도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 법 개정을 마칠 계획이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핀테크 기업은 경영권을 유지하면서 금융지주 지원을 받을 수 있고, 금융지주는 핀테크 기업을 자회사로 지배하기보다 적정 규모의 지분투자를 통해 협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아란 한국금융신문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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