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저축은행의 부동산 부실채권 매각을 압박하고 있어 정리 속도를 내는데 힘을 쏟고 있다.
18일 한국금융신문이 국내 자산규모 상위 10개 저축은행(SBI, OK, 한국투자, 웰컴, 애큐온, 다올, 페퍼, 신한, 하나, 상상인)의 분기보고서를 종합한 결과, 올 3분기 기준 10개 사의 NPL 규모는 5조174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대출채권 중 10.63%를 차지하는 규모다.
NPL비율은 총여신 중 고정이하여신이 차지하는 비율로 저축은행의 문제여신 보유수준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건전성 지표다. 해당 비율이 낮을수록 저축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여신의 건전성이 양호하다고 볼 수 있다.
저축은행 NPL비율이 급격히 늘어난 배경에는 부동산 시장 불황 장기화와 부동산PF 사업성 평가 기준 강화 등이 있다. 저축은행은 부동산PF 중에서 선순위 보다는 리스크가 큰 중위험, 고위험을 주로 취급했다. 브릿지론이 대표적인 예다. 부동산 시장이 호황이었을 때는 리스크가 적고 수익률이 높아 저축은행 주요 수입원으로 자리 잡았다. 대출 포트폴리오에서도 점차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부동산 시장이 코로나19 거리두기 완화 이후 악화되면서 부동산PF 연체율이 늘었다. 부실 위험이 커지면서 PF대출에서도 NPL이 증가한 것이다.
여기에 지난 5월 금융당국이 발표한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 기준 개선 방안'의 영향으로 NPL은 더욱 증가했다. 사업성 평가기준 개선으로 브릿지론·본PF별 핵심위험요인을 반영해 평가기준을 객관화·구체화했기 때문이다.
올 3분기 말 NPL 비율이 가장 낮은 저축은행은 6.34%를 기록한 SBI저축은행였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6.39%가량 줄어든 규모다.
SBI저축은행의 지표 중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단연 낮은 부동산PF 비중이다. 타 저축은행들이 부동산PF NPL로 인해 전체 건전성 저하를 겪고 있는 것과 달리 낮은 PF 비중을 토대로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실제로 SBI저축은행의 총 대출채권은 10조6422억원으로 그중 부동산PF 대출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0.96%로 나타났다. 또한, 같은 기간 NPL비율은 6.34%로 1년 새 0.48%p 오른 데 그쳤다.
다만, 개인신용대출과 개인사업자대출을 중심으로 자산건전성이 다소 저하돼 NPL비율이 소폭 오른 것으로 보인다. SBI저축은행은 개인신용대출과 개인사업자 부동산담보부대출 중심의 여신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이러한 포트폴리오 구성은 열위한 차주 특성으로 인해 자산건전성에 부담요인이라는 설명이다.
SBI저축은행은 낮은 NPL비율을 기록한건 중금리 대출 취급 확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SBI저축은행에 따르면 12월 말에는 2조 이상 중금리 대출을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금리 대출은 고금리 대출보다 이자 부담이 덜하고, 차주도 비교적 상환여력이 존재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연체율 등 건전성이 양호하다.
그간 고수해 온 건전성 관리 중심의 경영 전략도 주효했다. SBI저축은행은 선제적으로 건전성 관리를 위해 캠코에 부실채권을 꾸준히 매각해 왔다. 캠코가 시장 가격에 비해 저렴하게 채권을 매입하기 때문에 타 저축은행은 수익성 방어를 위해 적극적으로 매각을 진행하지 못했다.
적극적인 매각으로 부실 자산을 관리한 점도 NPL비율을 낮췄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손해를 보더라도 건전성 관리가 더 최우선이라는 판단 하에 캠코에 지속적으로 매각을 진행했다"라며 "중금리 시장을 선제적으로 넓혀놓은 덕분에 연체율이나 건전성 지표 방어가 가능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NPL 규모가 가장 큰 저축은행은 1조245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상위 10개 사 중 유일한 1조원대 규모의 NPL 잔액이다. OK저축은행은 NPL이 급격히 증가하며 건전성 관리에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저축은행 상위 10곳 중 유일하게 NPL 규모가 1조원을 돌파하며 부실채권 정리가 가장 중요한 과제로 부상했다.
급격한 NPL증가는 단연 부동산PF 영향이다. 특히 부동산PF 사업성 평가 기준 강화로 인해 신규 부실이 발생하며 전체 고정이하여신비율 상승을 견인했다.
다만, 올 3분기 들어 NPL규모 축소세로 돌아선 점은 긍정적이다. OK저축은행의 지난 상반기 말 기준 NPL 규모는 1조3776억원으로, 3개월 만에 1326억원가량 정리에 성공하며 올 3분기 말 1조2450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NPL비율도 같은 기간 0.82%p 감소했다.
OK저축은행 관계자는 "차주들의 채무상환 능력 악화와 동시에 부동산 PF 사업장 재평가로 인해 신규 부실이 지속 발생하면서 부동산 부문의 고정이하 채권이 늘며 전체 고정이하여신비율 상승에 영향을 줬다"며 “경제, 금융시장 변화에 대한 시장지표 모니터링을 강화해 대응을 철저히 함과 동시에 자산건전성 관리 기준 정교화 및 리스크관리 정책의 효율적 이행을 위해 관리 체계를 강화해 놓았으며, 적극적인 상, 매각, 부동산PF 경공매 진행을 통해 향후에도 비율 개선을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SBI저축은행 저축은행 다음으로는 ▲애큐온저축은행 6.56% ▲신한저축은행 8.47% ▲한국투자저축은행 9.25% ▲다올저축은행 9.70% 순으로 낮았다. 가장 높은 곳은 상상인저축은행으로 22.27%에 달했다.
저축은행 업권의 연체율은 소폭 상승했으나, NPL비율이 전분기 대비 소폭 하락하는 등 점차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더 큰 리스크가 발생하기 전에 부실자산 정리에 속도를 붙이고자 하는 움직임이다.
지난 10일 금융감독원은 저축은행 CEO(최고경영책임자) 등을 만나 비상대응체계 재점검과 신속한 부실자산 정리 등을 당부했다.
김병칠닫기김병칠기사 모아보기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당장의 손실을 회피하기 위해 부실자산 정리에 소극적으로 대처할 경우 자산건전성 악화 지속으로 더 큰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며 "단기손익에 연연하지 말고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자산건전성 확보를 위해 경·공매, 매각 등을 통해 적극적인 부실자산 정리에 나서달라"고 강조했다.
저축은행업권은 당분간 영업 확대보다는 리스크 관리 중심의 경영전략을 유지할 예정이다. 당면한 PF사업장 재구조화·정리계획을 신속히 이행하는 등 건전성 제고 노력을 지속하되, 부실 정리를 통해 확보된 신규 여력은 지역 서민 금융공급 등 본연의 역할을 제고해 나가는데 집중할 방침이다.
김다민 한국금융신문 기자 dm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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