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메리츠금융지주는 오는 9일 10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희망 공모 금리는 5.00~5.60%로 제시했다. 조달된 자금은 자본 적정성 제고 등에 쓰인다. 대표주관업무는 KB증권과 NH투자증권이 함께 맡는다.
신종자본증권과 유사한 성격을 지닌 후순위채는 잔존기간이 5년 이상일 때에만 자본으로 100% 인정받는다. 5년 미만의 경우 매년 20%씩 자본인정 규모가 차감된다.
따라서 메리츠금융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자본력 자체를 강화'하려는 의도가 강하다. 그만큼 자회사 지원 혹은 사업 확장 포석도 있다.
최근, 메리츠증권은 자회사 메리츠캐피탈 유상증자(2000억원)에 참여함과 동시에 3334억원 규모 PF 관련 자산을 매입했다. 메리츠금융의 메리츠증권 지원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메리츠금융의 이중레버리지비율(별도 자기자본 대비 자회사 투자비중)은 작년 말 기준 122.4%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106.4%로 낮아졌지만 작년 결산 배당액을 지급하지 않아 일시적 하락이다. 배당액 지급 후인 2분기말 기준으로는 120%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 권고치(130%)에 근접하고 있어 자본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다.
신종자본증권은 자본으로 인정되는 만큼 금융사들에게 있어서 중요한 자금조달 수단 중 하나다. 신종자본증권 자체가 일반 회사채 대비 금리는 높지만 신용도 하락을 방어해 전사적으로 자금조달 비용이 확대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그러나 신종자본증권은 질적 측면에서 우수하진 않다. 자본으로 인정을 받지만 결국 이자를 부담해야 하는 탓이다. 자본 확대에 있어서 질적으로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형태는 현금 흐름 혹은 유상증자다. 이중에서도 현금 흐름이 단연 최고라 할 수 있다.
메리츠금융은 국내 금융∙비금융 지주사들 중에서도 가장 높은 밸류를 부여받고 있다. 지주사 특성상 자회사로부터 로열티 수수료, 배당 등 수익구조의 한계가 있지만 그룹 통합 작업을 통해 현금흐름을 확대하면서 차별화된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지난 4일 메리츠금융은 ‘기업가치제고계획’을 공시했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부분은 ‘자본 배치를 효율적으로 한다’이다.
국내 기업들이 저평가를 받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자본배치의 비효율성이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형태로 자금을 조달할지, 조달한 자금을 어디에 배치할지, 자본과 부채조달 비중은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지 등에 대한 최적의 선택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메리츠금융이 신종자본증권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메리츠증권 지원에 사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지만 ‘자본배치 효율성’과 기업가치를 고려하면 이번 자금조달은 최적의 선택이란 평가가 나온다.
현재로선 가능성은 낮지만 메리츠금융이 유상증자를 실시해도 주당 기업가치 희석에 대한 주주 반발이 적을 수 있다. 이미 높은 밸류에서 거래되고 있는 것은 물론 유증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것이란 믿음이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우호적 투자자가 늘어나면서 자금조달 창구가 확대될 수 있다는 뜻이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메리츠금융은 자회사 규모 확대 및 통합 등으로 꾸준히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재무건정성을 유지해왔다”며 “지난해 그룹 통합 작업 이후 자회사 배당확대 등으로 현금흐름도 대폭 늘어나는 등 자기자본의 질적 우수성도 제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자금조달은 PF 이슈로 자본확충이 필요한 상황에서 주주가치 제고도 고려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판단했다.
이성규 한국금융신문 기자 lsk060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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