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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4(일)

KB증권 ‘김성현’, 박정림 직무 정지로 연임 파란불

기사입력 : 2023-12-04 10:10

(최종수정 2023-12-05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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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림 대표 직무 정지에 WM까지 도맡아

양종희, 계열사 대표 전폭 교체는 어려울 듯

KB證, DCM 12년째 1위… ‘아리랑본드’ 주관

내년 ‘LG엔솔급’ IPO 단독 주관도 벌써 확정

김성현 KB증권 대표이사./그래픽=〈한국금융신문〉이미지 확대보기
김성현 KB증권 대표이사./그래픽=〈한국금융신문〉
[한국금융신문 임지윤 기자] 임기 만료가 한 달도 안 남은 김성현닫기김성현기사 모아보기 KB증권 대표 연임에 파란불이 켜졌다. 함께 회사를 이끌던 박정림닫기박정림기사 모아보기 대표가 금융당국으로부터 직무 정지 조치를 받으면서다.

김성현 대표와 박정림 대표는 1963년생 ‘토끼띠’ 동갑내기다. 지난 2019년부터 5년간 호흡을 맞춰왔다. 박 대표가 불명예 퇴진을 앞두게 된 상황에 김성현 대표까지 교체되는 건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게 내부 시각이다.

물론 지주사인 KB금융그룹 양종희닫기양종희기사 모아보기 회장 선택에 달렸다. 최근 새로 부임했기에 계열사 대표를 물갈이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하지만 은행이나 증권 등 핵심 계열사 대표를 모두 한 번에 바꾸긴 쉽지 않다. 현 체제를 유지하는 게 그룹 경영에도 안정적 무게를 실을 수 있다.

‘IB 전문가’ 김성현, 당분간 WM까지… 단독 체제 가능성도?

‘기업금융(IB‧Investment Bank) 전문가’ 김성현 KB증권 대표는 당분간 비전문 분야인 자산관리(WM‧Wealth Management) 부문까지 전담한다. WM 부문 성장을 이끌던 박정림 대표가 3개월 직무 정지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금융위원회(위원장 김주현닫기김주현기사 모아보기)는 정례 회의를 열고 ▲신한투자증권(대표 김상태닫기김상태기사 모아보기) ▲KB증권 ▲대신증권(대표 오익근닫기오익근기사 모아보기) ▲NH투자증권(대표 정영채닫기정영채기사 모아보기) ▲IBK기업은행(행장 김성태닫기김성태기사 모아보기) ▲신한은행(행장 정상혁닫기정상혁기사 모아보기) ▲신한금융지주(회장 진옥동닫기진옥동기사 모아보기) 등 7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법 위반에 대한 조치를 최종 의결했다.

박정림 대표에겐 직무 정지 3개월이 부과됐다. 라임 펀드 사태 관련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를 위반하고 펀드에 레버리지(Leverage‧차입) 자금을 제공했단 이유다.

이에 따라 박정림 대표는 기존 업무에 손을 떼게 됐다. 이달 임기가 끝나면 의무적으로 퇴임한다.

당국의 금융사 임원 제재는 ▲주의 ▲주의적 경고 ▲문책 경고 ▲직무 정지 ▲해임 권고 등으로 나뉜다. 문책 경고 이상 중징계가 이뤄진 금융사 임원의 경우엔 3~5년간 연임과 금융사 취업이 제한된다.

결국 연임을 한 번 더 할 수 있는 건 김성현 대표밖에 없게 됐다. 박 대표 대안으로 최재영 WM 부문장(부사장)이 언급되긴 하지만, 김성현 대표 단독 체제 전환 가능성도 거론된다.

KB증권 측에 의하면 현재 김 대표는 경영 공백을 막고자 박 대표 직무 대행 중이다. 이미 내부적으론 지금 상황에 대비해 김 대표에게 업무 위임하는 방안을 준비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물론 박 대표에게도 제재 효력을 멈추는 방안이 존재한다. ‘행정소송’이다.

하지만 이 선택지를 고르긴 쉽지 않다. 기존 금융감독원(원장 이복현닫기이복현기사 모아보기) 제재보다 수위가 높아진 상황에 당국과의 대립이 개인은 물론 회사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어서다.

한편, 김성현 대표 단독 체제로 가게 되면 KB증권 역사상 ‘최초’ 사례가 된다.

KB증권은 2016년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 통합 이후 2018년까지는 ‘윤경은-전병조’, 2019년부터는 ‘박정림-김성현’ 각자 대표 체제하에 안정적 성장을 도모해 왔다.

양종희 회장, 김성현 대표까지 교체할까?

지난달 21일 취임한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은 어떤 선택을 할까?

양 회장은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선정된 뒤 기자간담회에서 계열사 대표 인사와 관련해 “이사회와의 충분한 협의를 통해 적극적으로 발굴하겠다”며 “능력 위주의 공정‧투명한 인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첫 사장단 인사에 관심이 쏠린다. 이달 중순 예정된 임원 인사를 통해 자기만의 색을 확 드러낼 수 있다.

또한 KB금융은 통상 계열사 CEO 임기를 기본 2년에 연임 시 1년을 추가하는 ‘2+1’ 형태로 보장해왔는데, 김성현 대표의 경우엔 이미 5년째다. 대표직을 수행한 기간만 놓고 보면 교체 확률이 높다.

더군다나 지난해 말 윤종규닫기윤종규기사 모아보기 전 회장이 당시 임기 만료를 앞둔 8개 계열사 중 7곳 CEO를 재선임하며 ‘안정’을 택해 이번엔 대폭 변화가 있을 가능성도 언급된다.

하지만 KB증권 내부에선 교체에 관해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변화가 혼란을 더 부추길 수 있어서다. 시장 상황도 작년에 비해 나아진 게 거의 없다.

현재 KB증권 상황을 고려한다면 양 회장이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할 가능성에 무게 추가 기운다. 윤종규 전 회장 복심으로 불리는 만큼 윤 전 회장 체제를 그대로 이어가도 이상할 게 없다.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사진제공=KB금융그룹이미지 확대보기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사진제공=KB금융그룹

이미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의 경우, 이재근닫기이재근기사 모아보기 행장 연임이 사실상 결정됐다.

KB금융그룹은 지난달 30일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 추천 위원회를 개최하고 차기 국민은행장 후보로 이재근 행장을 추천했다. 이달 중 후보자에 대한 심청 인터뷰(Interview‧대담), 심사‧추천을 거쳐 주주총회에서 최종적으로 확정할 예정이다.

안정에 방점을 찍는 분위기다. 핵심 계열사인 은행 수장이 연임된 만큼 나머지 자회사 대표 중 상당수 추가 임기를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현재 남은 인사 대상자는 ▲박정림‧김성현 KB증권 대표 ▲김기환 KB손해보험 대표 ▲이창권 KB국민카드 대표 ▲이현승 KB자산운용 대표 ▲황수남 KB캐피탈 대표 ▲서남종 KB부동산신탁 대표 ▲허상철 KB저축은행 대표 ▲김종필 KB인베스트먼트 대표 등 9명이다.

인사 대상자 중 박정림 대표의 경우, 앞서 언급한 대로 금융당국 ‘중징계’ 조치로 연임이 불가해졌다.

KB증권 관계자는 “임원 인사 전까진 뭐라 언급하기 조심스럽다”면서도 “박정림 대표 대체자 찾기도 쉽지 않을 텐데 김성현 대표까지 교체하는 건 리스크(Risk‧위험) 관리 측면에서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김성현 대표 연임에 무게 싣는 ‘IB 성과’

김성현 대표가 KB증권에서 그동안 거둔 IB 성과도 연임에 무게를 싣는 요소 중 하나다.

김 대표는 취임 후 기존의 IB 총괄본부를 IB1‧IB2‧IB3 등 3개로 점차 확대했다. 아울러 기업고객에 대한 영업 커버리지 확대와 IB 토탈 솔루션 제공 등도 추진했고, 신규 상장(IPO‧Initial Public Offering) 역량 강화를 위해 주식자본시장(ECM‧Equity Capital Market) 본부 조직을 확대 개편하기도 했다.

그 결과 지난해 업계 첫 ‘쿼드러플 크라운’(Quadruple Crown) 성과를 냈다.

IB 부문에서 ▲채권 자본시장(DCM‧Debt Capital Market) ▲ECM ▲인수 금융 ▲인수‧합병(M&A‧Mergers And Acquisitions) 등 4개 왕좌를 모두 석권한 것이다.

올해도 DCM과 ECM 부문 모두 1위를 지켰다. 그 결과 IB 영업수익은 2019년 4700억원대에서 지난해 1조원대까지 증가했다. 올 상반기 IB 영업수익도 6300억원대로, 어려운 시장 환경 속에서도 반기 기준 최대 실적을 이어갔다.

특히 DCM의 경우, 현재 13년째 1위다. 올해 상반기 회사채 발행 시장 경쟁이 심화했음에도 미국 경제 미디어인 블룸버그(Bloomberg·대표 마이클 블룸버그) 기준 DCM ‘1위’ 지위를 수성했다. 자산유동화증권(ABS‧Asset-Backed Securities) 신규 상품 개발 등 정도 영업이 빛을 발했다.

최근엔 프랑스 기반 글로벌(Global‧세계적인) 은행 그룹 ‘소시에테제네랄’(SG‧대표 슬라보미르 크루파)이 발행하는 270억원 규모 선 순위 ‘아리랑본드’를 단독 주관하며 업계 주목을 사기도 했다.

아리랑본드란 한국에 주소가 없는 외국기업이나 국내 기업 해외 법인이 국내에 발행하는 원화 표시 채권이다. KB증권과 소시에테제네랄은 한국‧미국‧유럽 시장 금리와 환율 동향을 면밀하게 분석해 조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아리랑본드 발행을 택했다.

KB증권은 외국기업이 발행하는 김치본드나 아리랑본드를 국내에서 가장 많이 발행한 기록을 보유 중이다.

ECM도 호실적을 유지했다.

올 상반기 상장기업들의 유상증자 규모가 작년보다 66.8% 줄었음에도 1건의 공동 주관과 5건 단독 주관을 따냈다. ECM 주관으로만 4620억원을 거둬들였다.

상반기 IPO 주관 실적이 없었음에도 2년 연속 상반기 1위를 차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지난해 단군 이래 최대 규모 IPO였던 LG에너지솔루션(대표 권영수) 대표 주관사 자리를 가져갔던 것은 김성현 대표의 가장 큰 업적 중 하나로 꼽힌다.

청약 증거금만 1경5203조원이 들어왔다. 수요예측에서 경 단위 주문이 모인 것은 LG에너지솔루션이 처음이다.

KB증권은 발행사 재량에 따라 지급되는 성과 수수료를 제외하고 인수수수료로만 196억3500만원을 거둬들였다. KB증권 신규 온라인 계좌는 101만개가 개설됐다.

김성현 대표는 내년에도 LG엔솔 상장 때 영광을 재현할 전망이다.

지난 9월 HD현대글로벌서비스에서 사명을 바꾼 HD현대마린솔루션(대표 이기동) 대표 주관사 지위를 이미 꿰찼다.

KB증권 관계자는 “김성현 대표는 과거 한누리투자증권에 있을 때부터 DCM 1등을 만들어 내 10년간 선두를 지킨 IB 전문가”라며 “그동안 KB증권이 다른 은행 보유 금융지주 산하 증권사보다 IB에서 호실적을 낸 데는 김 대표 공이 컸기에 연임 여부 결정에 고민이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을 듯”이라 전했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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