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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1(목)

KB증권 ‘여장부’ 박정림‧‘채권왕’ 김성현, ‘동갑내기 투톱’ 존재감 [금투업계 CEO 열전 ④]

기사입력 : 2023-11-20 00:00

(최종수정 2023-12-03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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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권사 최초 ‘전문경영인 여성 CEO’ 박정림

강한 추진력으로 WM 부문 자산 50조까지 올려

KB증권을 ‘채권 왕좌’ 위치에 올린 CEO 김성현

승부사 기질 발휘해 DCM 부문 ‘1위’ 수성 성공

[한국금융신문 임지윤 기자] 금융시장이 고물가, 고금리, 경기 침체 우려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녹록하지 않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금융신문>은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고 자본시장을 건전하게 발전시키고자 열심히 뛰는 주요 증권사, 자산운용사 CEO들의 개개인 특성에 걸맞은 대표 키워드를 3가지씩 뽑아 각각 조망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KB증권 박정림 대표(왼쪽)와 김성현 대표./그래픽=전주아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KB증권 박정림 대표(왼쪽)와 김성현 대표./그래픽=전주아 기자

KB증권엔 ‘동갑내기 투톱’이 있다. ‘여장부’ 박정림닫기박정림기사 모아보기 대표와 ‘채권 왕좌’ 김성현닫기김성현기사 모아보기 대표다. 1963년생 토끼 띠인 둘은 2019년부터 함께 호흡을 맞춰 KB증권을 국내 대표 증권사 위치로 올려놨다.

올해는 투톱의 임기가 만료된다. 그동안 많은 골을 넣으며 존재감을 발휘한 두 대표가 내년에도 다시 한번 발맞출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여장부’ 박정림, KB증권 WM 성장 이끌어

“여자여서 못 한다는 소리를 들어선 안 된다는 책임감이 큽니다. 여자들은 배짱이 약하다는 인식을 깰 수 있도록 계속 새로운 도전에 나설 것입니다.”

박정림 대표가 2019년 KB증권 CEO 내정 당시 한 언론사와 인터뷰(Interview‧대담)에서 한 말이다. KB증권을 이끌어가기 위한 포부와 함께 여성에게 가진 편견과 싸우려는 그의 각오도 느껴진다.

증권가에서 박정림 KB증권 대표는 ‘여장부’로 통한다. 평소 치밀한 논리와 압도적 카리스마가 돋보인다. 넓은 인맥을 보유한데다 세심한 업무 능력까지 두루 갖췄다. 보수적이라고 평가받는 금융권에서 그는 고속 승진하며 유리천장까지 무너뜨렸다.

남성 중심적인 직장에서 성공하기 위해 저녁 술자리는 물론 필요할 경우 동료 선후배들이 모여 흡연하는 장소에도 빠지지 않았다고 알려져 있다. 또 ‘첫 증권사 CEO’라는 타이틀(Tittle‧별칭)에서 오는 영광보단 늘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대표직을 맡아왔다고 한다.

특히 아들 둘을 키우며 일과 가정을 양립해온 ‘워킹맘’(Working mom)으로서 본인 고충을 여성 후배들은 겪지 않게 하고자 회사 내 양성평등에 각별한 신경을 써왔다.

박 대표가 KB 생활을 시작한 것은 2004년 무렵이다. 고(故) 김정태닫기김정태기사 모아보기 전 국민은행장이 시장리스크 부장으로 그를 초빙하면서부터다. 이후 박 대표는 리스크(Risk‧위험) 관리자산운용 경험을 쌓아갔다. 한국인 최초로 세계 리스크 관리 전문가 협회에서 임원을 역임하기도 했다. 지난해부턴 신설된 자산관리(AM‧Asset Management) 부문을 담당하며 입지를 넓혔다.

KB금융에 오기 전엔 1986년 체이스맨해튼 은행 서울지점에 입행하면서 금융권에 발을 내디뎠다. 조흥은행 경제 연구소 책임연구원, 삼성화재 자산 리스크 관리부 부장 등을 거쳤다. 한때 정몽준 전 국회의원 비서관으로 재직하기도 했다. 업계를 넘나드는 다양한 경험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박 대표는 국내 증권업계 ‘최초’ 여성 CEO로도 유명하다. ‘박정림’하면 ‘여성’으로 연결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그는 어떤 남성 CEO보다 자산관리(WM‧Wealth Management) 역량에서 빛을 발해 왔다. 굳이 성별로 나누지 않아도 그의 능력이 CEO 자리로 이끌었단 평이 지배적이다.

박 대표가 2019년 KB증권 수장직을 맡은 뒤 회사 WM 실적은 상승세를 탔다. 취임 당시 28조4000억원이던 WM 금융상품 자산은 지난 8월 50조원을 돌파했다. 두 배 가까이 불렸다. 개인금융(Retail‧개인금융) 수요도 2019년 74조원에서 올 상반기 137조원으로 크게 늘었다. 고객 중심 WM 상품을 선보인 결과다.

박 부문장이 총괄하는 KB금융 자본시장 부문과 기업 투자금융(CIB‧Commercial Investment Bank) 부문, AM 부문 역시 성장세를 나타냈다. KB금융의 비이자 이익은 2019년 2조2351억원에서 2022년 3조6312억원으로 60% 넘게 늘었고, 올해 들어 상반기에만 2조8978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보다 105.5% 급증한 수준이다.

KB금융 WM 금융상품 자산도 증가세다. WM 금융상품 자산 규모는 2019년 284억원에서 ▲2020년 331억원 ▲2021년 395억원 ▲2022년 445억원으로 불어난 데 이어 올 상반기 말 기준 474억원으로 500억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박정림 대표는 그동안 KB금융그룹(회장 양종희닫기양종희기사 모아보기)에서 지주‧은행‧증권 3개 법인 WM 총괄 임원을 다 맡아본 만큼 WM 부문에선 단연 ‘최고 전문가’다.

강남‧도곡‧명동‧압구정 등 KB증권 스타 PB(Private Banker·고액 자산가 자산관리 전문가) 센터를 주기적으로 방문하면서 직접 관리하는 ‘현장 경영’도 호실적 배경으로 거론된다.

KB증권은 박정림 대표 추진력 아래 ‘GWS(Gold&Wise Summit)’ 부서를 신설하고 고액 자산관리에 집중하는 스타 PB 센터 4곳을 GWS에 편입시킨 상태다.

한 KB증권 PB 센터 관계자는 “박정림 대표가 수시로 센터를 와서 현장 경영을 점검하고, 소통하면서 본사 차원에서 지원할 부분을 찾는다”며 “보통 여성에게 추진력이 부족하다는 등의 편견이 자리하는데 박 대표는 어떤 남성 CEO보다 강한 추진력을 보인다”고 말했다.

IB 4개 부문 석권했던 김성현, 올해도 DCM‧ECM 1위

김성현 대표는 지난해 업계 첫 ‘쿼드러플 크라운’(Quadruple Crown) 성과를 냈다. 기업금융(IB‧Investment Bank) 부문에서 ▲채권 자본시장(DCM‧Debt Capital Market) ▲주식자본시장(ECM‧Equity Capital Market) ▲인수 금융 ▲인수‧합병(M&A‧Mergers And Acquisitions) 등 4개 왕좌를 모두 석권한 것이다.

올해도 DCM과 ECM 부문 모두 1위를 지켰다. 그 결과 IB 부문에서 반기 기준 최대 실적을 이어갔다.

특히 DCM의 경우, 현재 13년째 1위다. 올해 상반기 회사채 발행 시장 경쟁이 심화했음에도 미국 경제 미디어인 블룸버그(Bloomberg·대표 마이클 블룸버그) 기준 DCM ‘1위’ 지위를 수성했다. 자산유동화증권(ABS‧Asset-Backed Securities) 신규 상품 개발 등 정도 영업이 빛을 발한 것이다.

ECM도 호실적을 유지했다. 올 상반기 상장기업들의 유상증자 규모가 작년보다 66.8% 줄었음에도 1건의 공동 주관과 5건 단독 주관을 따냈다. ECM 주관으로만 4620억원을 거둬들였다. 상반기 신규상장(IPO‧Initial Public Offering) 주관 실적이 없었음에도 2년 연속 상반기 1위를 차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지난해 단군 이래 최대 규모 IPO였던 LG에너지솔루션(대표 권영수닫기권영수기사 모아보기)의 대표 주관사 자리를 가져갔던 것은 김성현 대표의 가장 큰 업적 중 하나로 꼽힌다. 청약 증거금만 1경5000조원이 들어왔다. KB증권의 신규 온라인 계좌는 101만개가 개설됐다.

IB 호실적 뒤엔 김성현 대표의 조직 개편 및 관리가 있었다. 그는 앞서 기존의 IB 총괄본부를 IB1‧IB2‧IB3 등 3개로 확대했다. 아울러 기업고객에 대한 영업 커버리지 확대와 IB 토탈 솔루션 제공 등도 추진했고, IPO 강화를 위해 ECM 본부 조직을 확대 개편하기도 했다.

올해 들어 IB 수수료가 급감세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이는 업계 전반적으로 나타난 시장 악화 영향이 크다.

김성현 대표는 지난 1988년 대신증권(대표 오익근닫기오익근기사 모아보기)에 입사해 투자은행(IB‧Investment Bank) 업무를 맡아오다가 2003년 한누리투자증권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누리투자증권이 대형사들에 밀리지 않는 알짜배기 회사로 만드는 데 일조한 인물이다. 자본금 1000억원대의 한누리투자증권에 온 지 4년 만에 DCM 1등을 했고, 수요예측이 도입된 뒤에도 10년간 선두를 지켰다.

한누리투자증권이 KB국민은행(행장 이재근)에 인수돼 KB투자증권으로 이름이 바뀐 후에도 매년 순위 상승에 매진한 그는 마침내 KB투자증권이 DCM 1위 자리를 차지토록 하는 데 역량을 발휘했다. KB투자증권은 2017년 현대증권과 합병해 현재 KB증권으로 거듭났으며, 김 대표는 KB증권 IB 부문 총괄을 하다 2019년부터 대표직에 올랐다.

동갑내기 투톱이 이끈 호실적

2023년 계묘년(癸卯年)은 사실 운세로만 보면 KB증권의 한 해였다고도 할 수 있다. 박정림‧김성현 대표 둘 다 1963년생 토끼띠였기 때문이다.

운세 덕분일까. 거시 경제 상황이 휘청하는 가운데 KB증권은 올해도 실적 선방에 성공했다. 올 3분기(7~9월)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3% 늘어난 1512억원이다. 순이익은 전 분기 대비 2.3% 증가한 1115억원으로 나타났다.

회사 측에 따르면, 소매 채권 중심의 자산관리(WM‧Wealth Mangement) 상품 판매 역량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아울러 전사적 비용 관리 노력도 순이익 개선에 영향을 미쳤다. 박정림 대표의 WM‧리스크 관리 역량과 김성현 대표의 채권 운용 역량이 어우러져 빛을 발한 것이다.

동갑내기 투톱 둘은 올해 말 임기가 끝난다. 최근 업계 선두 주자인 미래에셋증권(부회장 김미섭)이 조직 쇄신을 위해 최현만닫기최현만기사 모아보기 회장 용퇴 등 과감한 인사를 단행했기에 증권가 전반적으로 CEO 교체로 무게가 실릴 수 있다.

특히 박정림 대표의 경우, 금융감독원(원장 이복현)으로부터 라임‧옵티머스 불완전 판매 관련 문책 경고를 받은 데다 KB금융그룹 회장직을 놓고 양종희 내정자와 겨룬 바 있어 교체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가 많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금융지주 회장이 교체되면 보통 계열사 대표도 자기 사람으로 바꾸는 경우가 많다”면서도 “다만, KB증권은 시장 상황이 안 좋은 속에서도 박정림 대표와 김성현 대표가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어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춘 둘을 한 번에 다 바꾸는 건 어렵지 않나 생각이 든다”고 평했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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