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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하나은행도 H지수 ELS 안 판다…5대銀 모두 판매 중단 ['홍콩 ELS' 비상등]

기사입력 : 2023-11-30 18:00

(최종수정 2023-11-30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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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우리 이어 국민·하나도 H지수 ELS 판매 않기로
농협銀 판매 전면 중단…당국 “권유 적정성 검토 필요”

KB국민·하나은행도 H지수 ELS 안 판다…5대銀 모두 판매 중단 ['홍콩 ELS' 비상등]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한아란 기자]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홍콩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자 5대 은행 모두 판매를 잠정 중단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이날부터 홍콩H지수 편입 ELS 상품을 팔지 않기로 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손실 가능성이 커진 홍콩H지수 편입 ELS 상품 판매를 오늘부터 중단했다”며 “다만 홍콩 H지수를 제외한 다른 지수들은 박스권 흐름을 보이고, 소비자의 선택권도 보장하기 위해 홍콩 H지수가 편입된 ELS 상품 판매만 중단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도 다음달 4일부터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펀드(ELF)·주가연계신탁(ELT) 상품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홍콩H지수가 예상치 못한 하락을 지속해 역사적 저점을 형성하면서 기존에 판매한 홍콩H지수 편입 ELT·ELF 만기 손실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며 “투자 적기라는 의견과 중국 경제 불확실성으로 인한 추가 하락 가능성이 함께 제기되는 가운데 현재 상황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향후 판매 방향을 정하기 위해 홍콩H지수 편입 ELT·ELF 판매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은행권은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를 사모·공모를 통해 주가연계펀드(ELF)와 주가연계신탁(ELT) 형태로 판매했다. ELS는 주가지수나 개별종목 등 기초자산의 가격이 일정한 범위를 유지하면 약정된 수익을 제공하는 파생상품이다. 통상 6개월마다 기초자산 가격을 평가해 일정 가격을 밑돌지 않으면 정해진 수익을 주고 조기 상환된다. 다만 기초자산 가격이 약정한 수준을 밑돌면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홍콩H지수 급락으로 이에 연계된 ELS에서 원금 손실이 예상되자 5대 은행 모두 관련 상품을 팔지 않기로 결정했다. 앞서 농협은행은 지난달부터 은행권에서 처음으로 ELS 판매를 전면 중단했다. 주가연계 파생상품 중에서는 원금이 보장되는 주가연계 파생결합사채(ELB)만 판매하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1월부터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T 상품을 판매하지 않고 있다. 우리은행도 같은 해 12월 판매를 중단했다. 우리은행은 작년 홍콩H지수가 기초자산으로 편입된 ELS는 모두 조기상환을 마쳤다.

5대 은행에서 판 홍콩H지수 연계 ELS 중 내년 상반기 중 만기 도래 물량은 총 8조41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중 국민은행의 만기 도래분이 4조7726억원으로 가장 많고, 이어 농협은행(1조4833억원), 신한은행(1조3766억원), 하나은행(7526억원), 우리은행(249억원) 순이다.

홍콩H지수 연계 ELS가 대거 판매된 지난 2021년 이후 홍콩H지수는 40%가량 급락한 상태다. 홍콩H지수는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본토 기업 주식(H주) 중 대형주 50개를 추려서 산출하는 주가지수로, 변동성이 크다.

2021년 초 1만2000선을 넘어섰던 홍콩H지수는 같은 해 말 8000대까지 떨어진 뒤 현재 6000대에서 횡보 중이다. 지난해 10월 말에는 5000대가 무너지기도 했다. 홍콩H지수의 이달 27일 종가는 6025.22로 2021년 1월 3일 종가(1만722.99)와 비교하면 43.8% 하락한 수준이다.

이에 홍콩H지수 연계 ELS의 만기가 대거 도래하는 내년 대규모 손실이 확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ELS는 지난 2021년 집중적으로 발행됐는데, ELS는 통상 3년 만기다. 홍콩H지수가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5대 은행의 내년 상반기 만기 도래분 8조원 중 40%에 해당하는 3조원 이상에서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ELS 손실과 관련해 은행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복현닫기이복현기사 모아보기 금감원장은 전날 “고위험·고난도 상품이 다른 곳도 아닌 은행 창구에서 고령자들에게 특정 시기에 몰려서 판매됐다는 것만으로 적합성 원칙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의구심을 품어볼 수 있다”며 “설명 여부를 떠나서 권유 자체가 적정했는지 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은행이 내부통제 등 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다면 ELS 판매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이준수 금감원 부원장은 이날 기자설명회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은행들이 내부통제가 실질적으로 잘 작동될 수 있도록 갖추기만 한다면 판매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홍콩H지수 ELS를 판매한 은행·증권사를 대상으로 전수조사에 돌입했다. 금융사의 ELS 판매 과정에서 불완전판매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판매 잔액은 20조5000억원이다. 이 중 15조8860억원 규모가 은행에서 팔려나갔다. 은행별 판매 잔액은 국민은행 7조8458억원, 신한은행 2조3701억원, 하나은행 2조1782억원, 농협은행 2조1310억원, 우리은행 413억원 순이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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