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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H지수 후폭풍…은행권, 잇달아 “ELS 안 팝니다” ['홍콩 ELS' 비상등]

기사입력 : 2023-11-2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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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은행, ELS 판매 전면 중단…은행권 처음
신한·우리, 작년 말 H지수 ELS 판매 중단
국민·하나도 ELS 판매 중단 조치 검토 나서

홍콩H지수 후폭풍…은행권, 잇달아 “ELS 안 팝니다” ['홍콩 ELS' 비상등]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한아란 기자]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홍콩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면서 은행권이 잇달아 판매 중단에 나섰다. NH농협은행이 은행권 처음으로 ELS 상품을 팔지 않기로 결정한 데 이어 다른 시중은행도 판매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지난달부터 전국 각 지점에서 ELS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주가연계 파생상품 중에서는 원금이 보장되는 주가연계 파생결합사채(ELB)만 판매하기로 했다.

ELS 판매를 전면 중단한 것은 은행권에서 농협은행이 처음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고객 혼란 방지 차원에서 손실 발생 우려가 커지고 있는 주가연계신탁(ELT) 구조의 상품을 판매 리스트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농협은행은 이번 홍콩H지수 연계 ELS 사태와 관련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현장 지원반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각 영업점 현장을 점검하면서 고객에게 시장 상황 등 정보를 제공하고 문의에 답변 중이다.

농협은행이 판매한 홍콩H지수 연계 ELS 중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물량은 5대 은행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은 규모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에서 판 홍콩H지수 연계 ELS 중 내년 상반기 중 만기 도래 물량은 총 8조4100억원이다. 이중 국민은행의 만기 도래분이 4조7726억원으로 가장 많고, 이어 농협은행(1조4833억원), 신한은행(1조3766억원), 하나은행(7526억원), 우리은행(249억원) 순이다.

앞서 이석용닫기이석용기사 모아보기 농협은행장은 지난 27일 홍콩H지수 ELS 손실 우려와 관련해 “TF를 꾸려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지수가 회복되길 바라지만 안됐을 경우를 대비해 나름대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지난해 말 관련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1월부터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T 상품을 판매하지 않고 있다. 우리은행도 같은 해 12월 판매를 중단했다. 우리은행은 작년 홍콩H지수가 기초자산으로 편입된 ELS는 모두 조기상환을 마쳤다.

홍콩H지수 연계 ELS 판매 규모가 가장 많은 국민은행은 현재 ELS 판매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하나은행도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다.

ELS는 주가지수나 개별종목 등 기초자산의 가격이 일정한 범위를 유지하면 약정된 수익을 제공하는 파생상품이다. 통상 6개월마다 기초자산 가격을 평가해 일정 가격을 밑돌지 않으면 정해진 수익을 주고 조기 상환된다. 다만 기초자산 가격이 약정한 수준을 밑돌면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은행권은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를 사모·공모를 통해 주가연계펀드(ELF)와 주가연계신탁(ELT) 형태로 판매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판매 잔액은 20조5000억원 규모로 나타났다. 이 중 15조8860억원 규모가 은행에서 팔려나갔다. 은행별 판매 잔액은 국민은행 7조8458억원, 신한은행 2조3701억원, 하나은행 2조1782억원, 농협은행 2조1310억원, 우리은행 413억원 순이다.

홍콩H지수 연계 ELS가 대거 판매된 지난 2021년 이후 홍콩H지수는 40%가량 급락한 상태다. 홍콩H지수는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본토 기업 주식(H주) 중 대형주 50개를 추려서 산출하는 주가지수로, 변동성이 크다.

2021년 초 1만2000선을 넘어섰던 홍콩H지수는 같은 해 말 8000대까지 떨어진 뒤 현재 6000대에서 횡보 중이다. 지난해 10월 말에는 5000대가 무너지기도 했다. 홍콩H지수의 이달 27일 종가는 6025.22로 2021년 1월 3일 종가(1만722.99)와 비교하면 43.8% 하락한 수준이다.

이에 홍콩H지수 연계 ELS의 만기가 대거 도래하는 내년 대규모 손실이 확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ELS는 지난 2021년 집중적으로 발행됐는데, ELS는 통상 3년 만기다. 홍콩H지수가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5대 은행의 내년 상반기 만기 도래분 8조원 중 40%에 해당하는 3조원 이상에서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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