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판매한 홍콩H지수 연계 ELS 중 내년 상반기 중 만기가 도래하는 물량은 총 8조4100억원으로 집계됐다. 국민은행의 만기 도래분이 4조7726억원으로 가장 많고, 이어 농협은행(1조4833억원), 신한은행(1조3766억원), 하나은행(7526억원), 우리은행(249억원) 순이다.
홍콩H지수 연계 ELS가 대거 판매된 지난 2021년 이후 홍콩H지수는 40%가량 급락한 상태다. 홍콩H지수는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본토 기업 주식(H주) 중 대형주 50개를 추려서 산출하는 주가지수로, 변동성이 크다. 2021년 초 1만2000선을 넘어섰던 홍콩H지수는 같은 해 말 8000대까지 떨어진 뒤 현재 6000대에서 횡보 중이다. 지난해 10월 말에는 5000대가 무너지기도 했다.
홍콩H지수의 이달 27일 종가는 6025.22로 2021년 1월 3일 종가(1만722.99)와 비교하면 43.8% 하락한 수준이다. ELS 원금 손실 발생 구간인 녹인(knock-in) 기준선은 통상 최초 기준가격의 50~55%로, 조기상환 기준선은 60~70%로 설정된다. 홍콩H지수가 고점인 1만2000선일 때 발행된 ELS 중 녹인 레벨 55% 수준의 상품의 경우 이미 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했다.
이미 하나은행에서 판매한 ELS에서는 80억원이 넘는 원금 손실이 났다. 하나은행이 2021년 상반기 판매한 2년 6개월 만기 홍콩H지수 연계 ELS에서 지난 7월부터 이달까지 83억원 규모의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만기 도래 규모인 약 181억원의 45.9% 수준이다.
현재 가장 큰 뇌관으로는 국민은행이 꼽힌다. 홍콩H지수 연계 ELS를 가장 많이 판매한 은행이기 때문이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민은행의 홍콩H지수 연계 ELS 판매 잔액은 지난 8월 말 기준 7조8458억원으로 5대 은행 잔액(14조5664억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5대 은행에서 녹인에 진입한 규모는 5조438억원으로, 이중 국민은행 물량이 5조23억원에 달했다.
김주현닫기김주현기사 모아보기 금융위원장은 이날 금융당국·은행장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조사 결과에 따라 제도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는지, 혹은 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있는지를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일부 투자자들은 민원 등을 통해 불완전판매를 주장하고 있다. 피해가 본격화되면 투자자들의 집단소송이나 분쟁조정 신청이 급증할 수 있다. 윤한홍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금감원 분쟁조정3국 은핸팀에 접수된 홍콩H지수 ELS 관련 민원은 총 25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65세 이상 고령자의 민원이 절반 이상인 17건이었다.
윤 의원은 “홍콩 H지수 ELS 상품에 투자한 금융 소비자들의 막대한 손실이 예상된다”며 “고위험 상품인데도 불구하고 투자자에게 제대로 안내하지 않는 등의 불완전판매 사례가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이어 “금융감독원이 ELS 상품의 불완전판매에 대한 신속하고 세밀한 조사를 실시해 피해 예방과 구제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은행들은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손실 가능성에 대비한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대고객 안내 등 고객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대안 상품 연결 등 지원 방안을 구상 중이다.
이재근 국민은행장은 이날 홍콩H지수 ELS 손실 우려와 관련해 “여러 가지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석용 농협은행장은 “TF를 꾸려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 3년 전 (설정된) 상품으로 내부적으로 점검은 다 해보지는 못했다”면서도 “지수가 회복되길 바라지만 안됐을 경우를 대비해 나름대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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