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의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면서 금융당국이 긴급 실태 조사에 나섰다. 관련 상품을 판매한 은행과 증권사들이 가입자에게 ELS 손실 가능성과 H지수의 높은 변동성 등을 충분히 알리고 설명했는지 등 불완전판매 여부를 집중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다.
판매 규모가 가장 큰 KB국민은행에 대해서는 금감원 은행검사1국이 현장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출장 조사는 다음달 1일까지 10영업일에 걸쳐 이뤄질 예정이다.
현재 정기 검사를 실시 중인 하나은행에서도 ELS 판매에 문제가 없었는지 들여다볼 계획이다. 신한·우리·NH농협 등 다른 판매 은행에 대해서는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등 서면 조사할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이번 조사를 통해 상품 판매를 위한 의사 결정 과정, 핵심성과지표(KPI) 내 판매 실적 반영, 판매 직원 교육 자료 등을 확인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이 대대적인 점검에 들어간 것은 홍콩H지수 ELS 가입자의 수조원대 손실이 내년부터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초 1만2000선을 넘어섰던 홍콩H지수는 같은 해 말 8000대까지 떨어진 뒤 현재 6000대에서 횡보 중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과 경기침체, 중국의 정책 리스크 등이 맞물리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하게 얼어붙은 영향이다. 중국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향후 반등 가능성도 제한적인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홍콩H지수의 급락으로 이에 연계된 ELS 상당수는 손실을 볼 수 있는 녹인(Knock-in·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판매한 홍콩H지수 ELS 잔액(약 16조원)의 절반가량인 약 8조4100억원어치가 내년 상반기 만기를 맞는다. 만약 홍콩H지수가 현재 수준에서 횡보할 경우 내년 상반기에만 8조원의 40%에 해당하는 3조원이 넘는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입자 손실이 확정되면 금융사들의 ‘불완전판매’ 여부가 최대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ELS는 상품 구조가 복잡하고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고위험 상품임에도 원금 손실 위험 등에 대한 사전 고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금융사 측에 책임이 부과될 수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2021년부터 금융소비자보호법 등이 시행되면서 불완전판매를 원천 차단하고 있지만, 홍콩H지수 ELS 상품 판매 당시 혹시 모를 실수나 분쟁 소지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어서 긴장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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