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투자가 수요예측에서 희망 밴드(Band‧범위) 상단마저 초과하는 공모가가 정해지는 등 흥행 돌풍을 일으킨 만큼 상장 뒤 좋은 분위기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유니콘은 기업 가치가 10억달러(1조원) 이상이고 창업한 지 10년 이하인 비상장 스타트업(Start-up‧신생 창업기업)을 말한다. 코스닥은 유망한 중소·벤처기업들의 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한 장외 주식 거래 시장이다.
수요예측서 흥행 성공… 상장 이후에도?
한국거래소(KRX‧이사장 손병두닫기손병두기사 모아보기)는 13일, 기타금융 투자 업체 ‘캡스톤파트너스’(Capstone Partners Co., Ltd.‧대표 송은강)의 코스닥 신규상장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거래는 이날부터 가능하다.
소속부는 ‘중견 기업부’다. 거래소는 ▲기업 규모 ▲재무 상태 ▲경영 성과 ▲기업 경영의 건전성 및 업종 등을 고려해 △우량 기업부 △벤처기업부 △중견 기업부 △기술 성장 기업부 등 소속부를 구분해 지정하고 있다.
캡스톤파트너스 코스닥 입성 공모가는 액면가 200원 기준 4000원으로 정해졌다.
앞서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일까지 5일간 진행된 기관 투자가 수요예측에서 952.78:1 경쟁률을 기록했다.
그 결과 최종 공모가는 희망 밴드(Band‧범위) 3200~3600원 최상단보다도 높은 4000원으로 확정됐다. 당시 전체 참여 기관 중 약 93%에 해당하는 1355개 기관이 희망 공모가 이상의 가격을 써냈다.
지난 6~7일 이틀간 이뤄진 일반 청약에서도 1345.6: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11만6776명이 공모주를 신청했고, 주문액 절반을 미리 납부하는 증거금 1조700억원이 유입됐다.
공모금액은 64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장 뒤 시가총액은 534억원으로 추정된다. 상장은 NH투자증권(대표 정영채닫기정영채기사 모아보기)이 주관한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차별화된 투자 전략을 보유한 캡스톤파트너스 경쟁력과 성과를 투자자들이 높게 평가해 줬다”고 평했다.
캡스톤파트너스는 지난 2008년 1월 3일 설립된 기타 금융 투자 업체로, 검증된 초기 투자 역량에 기반한 벤처기업 투자를 주요 사업으로 영위 중이다.
기술력이 높지만, 자본과 경영 여건이 취약한 벤처기업에 자금과 경영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고 보면 된다. 실제로 캡스톤파트너스의 172개 포트폴리오(Portfolio‧자산 배분 전략) 중 창업 3년 미만 기업 비율은 75%에 달한다. 이에 ‘퍼스트 무버’(First mover)라는 별칭도 갖고 있다.
그동안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을 비롯해 ▲직방 ▲컬리 ▲센드버그(대표 김동신) ▲고피자(대표 임재원) ▲쿠캣(대표 이문주) ▲정육각(대표 김재연) ▲스푼 라디오(대표 최혁재) ▲에이블리(대표 강석훈닫기강석훈기사 모아보기) ▲자스비앤빌런즈(대표 김범섭‧정용수) 등 유니콘 기업을 다수 키워냈다.
당근과 직방의 경우엔 캡스톤파트너스가 모든 라운드 투자에 참여하며 기업 가치가 300배가량 뛰었다.
이 밖에도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 △핀테크(Fintech‧금융+기술) △플랫폼 등 신성장 분야에서 다양하게 활약 중인 차기 유니콘 포트폴리오도 다수 보유 중이다.
회사는 서울시 강남구 역삼로에 있다.
작년 기준 매출액은 122억1600만원이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71억100만원, 61억2400만원으로 집계됐다. 현재 자본금은 23억4100만원이며, 종업원은 16명을 두고 있다.
올 상반기까지 운용자산(AUM‧Asset under management)은 4649억원, 운용 중인 투자조합 평균 수익률은 248% 수준이다. 운용 중인 펀드는 20개다. 다수 투자조합이 성과 보수 구간에 진입하며 청산을 앞두고 있어 더 큰 수익이 기대된다.
주요 주주는 송은강(26.16%) 대표 외 2명으로, 35.73%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에 확보한 공모 자금은 상장 이후 결성할 투자조합 출자에 사용하려 한다. 이를 통해 AUM을 점차 확대하고 향후 창출되는 성과‧관리 보수로 외형 성장과 수익 극대화를 도모한단 계획이다.
송은강 캡스톤파트너스 대표는 지난 1일 온라인 신규상장(IPO‧Initial Public Offering) 기업설명회에서 “캡스톤파트너스의 차별화된 투자 전략과 검증된 투자 성과를 믿고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신 많은 투자자분께 감사드린다”며 “상장 이후에도 ‘퍼스트 무버’답게 떠오르는 혁신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동시에 적극적으로 지원해 성공적인 투자 성과를 이뤄낼 것”이라 말했다.
VC 주가 부진한 가운데 반전할 수 있을까?
시장은 캡스톤파트너스 주가 흐름에 주목한다. 수요예측에서 흥행한 만큼 상장 이후에도 이런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지 보고 있다.
아쉬운 점은 최근까지 상장한 VC 기업들 주가 흐름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기술투자(대표 이정훈)가 비트코인(BTC‧Bitcoin) 가격 반등과 함께 최근 한 달 70% 가까이 치솟은 사례를 제외하곤 거의 없다. 우리기술투자는 국내 가상 자산 거래소 중 시장점유율 1위 플랫폼인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대표 이석우닫기이석우기사 모아보기) 지분을 보유한 덕을 봤다.
올 3월 공모가 5100원으로 상장한 VC ‘LB인베스트먼트’(대표 박기호)의 경우, 상장 당일 시초가를 6500원에 형성한 뒤 상한가 8450원을 찍으며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다음날 바로 떨어졌고, 이후 줄곧 내리막을 걸었다. 15일 기준 LB인베스트먼트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04%(45원) 떨어진 4285원을 기록했다. 6개월 전 대비 22.40% 낮아진 수준이다.
스톤브릿지캐피탈(대표 현승윤)의 VC 사업 부문 물적 분할로 설립된 스톤브릿지벤처스(대표 유승운) 또한 마찬가지다.
작년 코스닥 상장 당시 희망 공모가는 9000~1만5000원이었으나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경쟁률을 기록해 8000원으로 공모가가 최종 정해졌다. 상장 첫날엔 공모가보다 10% 떨어져 7200원에 시초가를 형성했다. 마감은 더 하락해 6510원으로 장을 마쳤다.
그해 3월 쏘카(대표 박재욱) 상장 소식과 함께 단기 반등으로 9000원대까지 올라섰지만, 다시 내림세가 이어졌다. 현재는 3000원대까지 급락한 상태다. 최근 1년 수익률은 –20.63%다. 지난해 5월 4일 8130원 이후 공모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스톤브릿지벤처스의 경우, 투자했던 차이코퍼레이션(대표 정영주)이 루나(LUNA)‧테라USD(UST) 사태 주범으로 지목된 권도형 테라폼 랩스 대표와 얽혀있단 사실로 투자심리가 더 얼어붙긴 했다.
하지만 불안정한 증시와 위축된 벤처 투자 환경, 그로 인한 부진한 실적이 이어지고 있어 주가 반등이 어렵단 평가가 나온다.
캡스톤파트너스 주가 상승에 있어 장애물은 하나 더 있다. 상장 이후 유통물량이다.
캡스톤파트너스의 상장 후 단순 유통물량은 33.34%로 다소 많다. 유통되는 주식 수가 많다는 것은 상장 직후 차익 실현을 위한 매도세가 거셀 수 있단 의미와 같다.
악재만 있는 건 아니다.
기존 주주가 자발적으로 주식 상장 뒤 일정 기간 매매를 금지하는 ‘락업’(Lock up)에 동참한 것은 반길 요소로 꼽힌다.
캡스톤파트너스 주요 주주인 ▲다산벤처스(대표 유상현) 17.94% ▲하나캐피탈(대표 박승오) 9.13% ▲정현식 전 맘스터치앤컴퍼니 회장 5.13% ▲코메론(대표 강동헌) 2.67% 등은 1~12개월 주식 의무보유 기간을 설정해놨다. 주가 하락을 방지한 조치다.
상장 이후 시가 1% 수준의 배당 계획을 밝히면서 주주환원율을 높인 점도 긍정적이다.
송은강 대표는 “상장 뒤 결산연도에 배당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며 ‘기존 개인 주주에겐 엑시트(Exit‧자금 회수) 기회를 주고, 지금 들어오는 주주에겐 좋은 수준의 배당 가치를 돌려 드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투자자들은 상장 당일 변동성 완화 장치(VI·Volatility Interruption)가 적용되지 않아 유의가 필요하다.
지난 6월 26일부로 신규상장 종목의 신규상장일 기준가격이 공모가격의 90~200% 내 호가를 접수해 결정된 시가에서 ‘공모가격’으로 변경됐다.
신규상장일 가격제한폭도 기존 기준가격 대비 ±30%에서 ‘기준가격’(공모가격)의 60~400%로 확대 적용돼있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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