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닫기이복현기사 모아보기 금감원장은 금융 감독이 미흡했다는 쓴 소리를 피하기 어려웠고, 향후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복현 금감원장 "금융회사 너무 신뢰했던 측면 있었다"
이날 금감원 국감은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6년 만에 '현장 국감'으로 열렸다.은행권의 잇따른 횡령, 불법 계좌개설, 미공개 정보를 활용한 부당이득 등에 대해 문제제기가 나왔다.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당국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내부통제 사고 악순환을 벗어나기 위해 내부통제 혁신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끊임없이 횡령 사고는 이어지고 있고 갈수록 대담해지고 금액은 더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복현 원장은 “그 배경으로는 오랜 기간 동안 과유동성 상황이 지속된 상태에서 흐트러진 윤리의식이나 이익 추구의 극대화 현상이 지금 표출된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금감원이 작년 내부통제 혁신방안을 발표했고 내부 인력 확충이나 전산시스템 도입 등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과도기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BNK경남은행의 역대급 횡령이 지적됐다. 앞서 BNK경남은행에서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업무 담당자의 2988억원 규모 역대급 횡령(순손실 기준 총 595억원)이 발생했다.
PF담당 직원이 대출 초기부터 집행, 사후관리까지 모두 담당하게 돼 강제휴가라는 것을 도입했지만 전혀 실행되지 않았다며, 특단의 대책을 말해달라고 최종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질의했다.
이에 대해 이복현 원장은 "금융회사를 너무 신뢰했던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경남은행 건과 관련해 많이 반성을 하고 있다”며 “이렇게 프론트-미들-백을 동일한 사람이 오랜 기간 동안 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저희가 그렇게 하지 말자는 얘기를 여러번하고 그런 일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서 확인 요청까지 했는데 없다고 답변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저희가 앞으로는 선의를 갖고 피감기관들을 대하기는 해야겠지만 날카로운 시각으로 감독·검사에 임하겠다”며 "일정 금액 이상의 불법 이후에 일정 이상 양형을 받으면 사회에서 차단하는 것도 검찰이나 금융위원회와 협의할 것"이라고 답했다.
불법계좌 개설이 문제가 된 DGB대구은행 관련해서는 엄정한 심사 잣대를 예고했다.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관련 질의에 대해 이 원장은 "향후 시중은행 전환 심사에서 대구은행 내부통제 체계가 지방은행 자격을 넘어 시중은행으로서 책임을 질 정도까지 되는지를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원장은 "회사 자체에서 CEO(최고경영자)들의 경각심이 필요하다"며 "내부 KPI(핵심성과지표)가 이익 추구 경향을 과도하게 적용되고 있기 때문에, 국민이 수용할 수 없는 형태에 대해서는 CEO든 CFO(최고재무책임자)든 책임을 지우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권 내부통제 부실이 계속 불거지는 데 대해 이 원장은 "작년 11월에 마련한 내부통제 개선 방안의 로드맵이 2027년까지 좀 느슨하게 돼 있는데 좀 빨리 앞당겨서 내년 중이라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대한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무관용주의에 따라서 최대한 검사 역량을 동원해서 횡령 등 문제점을 최대한 단기간에 적발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하고, 어떠한 문제점을 다시 개선할 수 있는 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이날 내부통제 부실 문제 관련해 은행권에서 증인 출석한 은행 준법감시인(박구진 우리은행 준법감시인, 이상원 KB국민은행 준법감시인, 이영호닫기이영호기사 모아보기 신한은행 준법감시인, 이동원 하나은행 준법감시인, 홍명종 NH농협은행 준법감시인, 정윤만 BNK경남은행 준법감시인, 우주성 DGB대구은행 준법감시인)은 내부통제 부실로 인한 금융사고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에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사모 메자닌 강자' 메리츠증권, 각종 의혹에 집중포화
이날 증권사 현직 CEO(최고경영자)로서 증인 채택돼 국감장에 선 최희문닫기최희문기사 모아보기 메리츠증권 대표이사 부회장은 소명에 진땀을 뺐다.메리츠증권은 '사모 메자닌 강자'라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이날 각종 의혹에 대한 집중 포화 질문들을 받았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2021년 이화전기가 발행한 400억원 규모의 BW(신주인수권부사채)에 투자했고, 이화그룹 김영준 회장이 2023년 5월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되기 전 주식으로 바꾼 이화전기 보유 지분을 주식 매매거래정지 직전 전부 팔면서 의혹이 일었다.
매도 타이밍과 관련해 '우연으로 보는가'라는 이용우닫기이용우기사 모아보기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대해, 이복현 원장은 "강한 조사의 단서로 삼을 수밖에 없는 정황"이라고 언급했다.
이날 최희문 대표는 이화전기 주식 매매거래 정지 직전 보유 지분을 전량 매도한 것 관련 "매매거래정지를 사전에 몰랐고, 정황 증거가 있다"고 말했다.
투자 의사결정에 따른 것이었다며, 내부정보 이용 의혹을 부인했다.
최 대표는 "이화전기는 지난 5월 10일 오후 거래정지됐는데 저희가 이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정황 3가지가 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거래정지 3주 전 이화전기에 전환 신청했다, 전환신청하는 순간 저희 담보건이 상실되는 것이므로, 이 사실을 예지했다면 전환 신청을 전혀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또 매매정지 6일 전 저희가 이화전기 관련 유가증권 279억원을 추가로 인수했는데, 거래정지가 다가오는 회사로 판단했으면 결코 추가로 인수 안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이어 최 대표는 "거래정지 당일, 이화전기는 그날 아침에 저희(메리츠증권)에게 300억원 유가증권을 프리미엄을 주고 사갔다"며 "저희는 이것을 보면, 높은 확률로 회사 자체도 거래 정지에 대한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저희가 조사에 철저히 임해서 이런 의혹에 대해 설명해 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용우 의원은 "이화전기 사태로 인해 약 38만명의 소액주주가 피해를 입었는데, (메리츠증권은) 거래 상대방 평판(reputation) 리스크를 제대로 체크 안 한것"이라고 짚었다.
이용우 의원은 "금감원이 메리츠증권의 투자결정 과정을 면밀히 조사해 모든 의혹을 샅샅이 밝혀야 하고, 조사를 전면 확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메리츠증권은 사모 CB(전환사채) 영업 관련 의혹도 받았다.
금감원은 최근 10월 사모CB 기획검사 중간 검사결과(잠정)를 발표했다.
메리츠증권 IB(기업금융) 담당 임직원들이 사모 CB를 취급하면서 직무정보를 이용해 사익 추구행위를 한 혐의가 적발됐다. 직원 본인뿐 아니라, 가족, 지인 등 투자로 상당한 수익을 거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담보대상 채권 취득·처분 시 우월적 지위를 활용한 사례를 포착하기도 했다.
이용우 의원이 "해당 의혹으로 본부의 한 팀이 전원 사직했는데, 이게 개인의 일탈인 것인가"라고 묻자, 최 대표는 "그 점에 대해서는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이용우 의원은 메리츠증권에 대해 최근 5년간 사모 CB, BW 인수가 유달리 많았다는 점을 지적키도 했다. 이 의원은 "투자 회사 중 18개 회사가 거래정지 회사로 나타났으며 이 기업들에 공급한 금액은 7800억원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증권사 검사에 소홀함이 없도록 잘 조사하고 필요한 조사도 면밀히 하되, 피검사기관이 제시하는 자료나 입장도 잘 들어서 균형 있는 자세로 합리적 결론을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부동산 PF 성과급 관련해서도 메리츠증권이 대표로 비판의 화살을 받았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최희문 대표에게 "선순위로 가장 우수한 사업장을 담보로 잡았을 때 메리츠증권의 부동산 PF 금리가 12%대"라며 "금리가 높으면 향후 부동산 공급이 이뤄지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PF 고금리 파생 효과에 대해 지적했다.
윤 의원은 "공급량이 부족해서 전세가격과 주택가격이 모두 올라가는데, 증권회사만 성과급을 통한 돈잔치를 하고 있다"며, 수십억원에 달하는 증권사 임직원의 성과급에 대해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복현 금감원장은 "부동산 PF가 사업은 장기 구조인데, 성과가 단기이면 짧게 1~2년 성과때 큰 돈을 받아가고, 사업으로 인한 부작용 손실 때 책임을 안 질수 있는 구조가 있을 수 있어서 잘못 설계된 체계로 과도하게 성과가 지급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며 "합리적인 성과체계가 될 수 있도록 업권과 소통하겠고, 업권과 사업장 별로 과도한 사례가 없는지 잘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은행들과 함께 내부통제 부실 문제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는 "일임매매 금지 위반 관련 페널티가 업계 수준과 유사하거나 강화된 수준이라고 생각하며, 소비자보호를 최선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2023년 소비자민원평가 대상을 받았고 2022년 증권사 민원이 10개 대형사 중 최하위로 가장 적었다"며 "깨끗한 회사를 운영하도록 노력하고 있고, 민원 방지를 위해 더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자체 내부에 대한 윤리의식 고취 필요성도 지적됐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금감원 전직 직원이 취업한 금융사 감독 및 검사는 엄정하게 하도록 제시했고, 향후 그 내용을 검사 프로세스 등에 넣겠다"며 "대형 로펌 등과 공식 사무실 외에서 만나지 못하도록 하고 이를 어기면 징계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5만 청원 모인 공매도…국감 끝나면 국회 다룬다
'동학개미’ 개인투자자들이 지속적으로 불만으로 꼽는 공매도 이슈도 국감 단골 메뉴로 테이블에 올랐다. 이날 이복현 금감원장은 업무현황 보고에서 "불법 공매도, 금융투자회사 임직원의 사익추구 행위 등 위법행위 발견시 엄중히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의 "불법 공매도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분노가 높다"는 지적에 대해, 이 원장은 "불법 공매도 건은 그냥 단순히 개별 건으로 보기에는 시장을 교란시키는 행태라든가 이런 것이 너무 크기 때문에 근본적인 차원에서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고 자본시장 넓히는 데 궁극적인 목표가 있는데 불법 공매도 자체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으로 작용하는 부분에 있어서 다른 정책과 균형감 있게 제로베이스에서 한번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최근 불법 공매도가 적발된 글로벌 IB(투자은행) 관련해서 이 원장은 "과거보다 훨씬 더 큰 금액을 금전적으로 책임지도록 하겠다"며 "형사처벌도 가능할 것 같은데, 외국에 있는 사람을 끌어와서라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백혜련 국회 정무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금감원 국감에서 "공매도 관련 국회 청원이 5만명을 넘어 국회에서 다룰 수밖에 없다”며 “국감 끝나고 나서 (정무위) 청원소위부터 이 문제를 다룰 수밖에 없다”고 언급키도 했다.
은행권의 금리 인하 경쟁을 촉진시키기 위해서 은행 대출자금 조달원가를 공시해야 한다는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 관련해서는, 이 원장은 "대출금리 산정 체계와 관련해 태스크포스(TF)를 하고 있어서 가능하면 연내 문제가 있는 점을 공론화해 고치려는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실손보험과 관련한 보험금 미지급 소비자 피해에 대해 근본적 대책이 없다는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이 원장은 "(보험금 지급 관련 민원 및 분쟁과 관련) 내부적으로 정리해서 연내 개정 가이드라인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금감원이 지난 8월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펀드 운용사 추가 검사 결과 발표에서 '多選(다선) 국회의원' 등 일부 유력인사가 라임펀드 특혜성 환매 수혜를 받은 정황이 있다고 한 일이 정치적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지 않느냐는 취지의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대해, 이 원장은 "여당이 됐건 야당이 됐건 아마 발표했을 것"이라는 입장을 표했다.
금감원 파견 검사 관련한 정치적 의도를 일축하기도 했다. 김한규 의원이 "금감원에 추가 파견된 검사가 사모펀드 TF 조사결과 발표에 관여했느냐"고 질의하자, 이 원장은 "관여한 바 없고, (사전에 보도) 자료도 보거나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제기되는 출마설에 대해서는 재차 선을 그었다.
이 원장은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내년 혹시 출마하시는 것인가, 결정하셨나'라는 질문에 "여러 차례 말씀드렸지만, 저는 지금 하고 있는 (당국) 업무가 연말까지나, 내년까지 진행되는 여러 상황에서 부족하지만 제 역할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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