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는 11일 1000억원(3년물)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진행한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모집액의 4배를 넘는 4300억원 주문을 받았다. 발행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 KB증권이다. 개별 민평 금리 기준 –30bp~+30bp를 가산한 금리를 제시했으며, +8bp에 물량을 완판했다. 이에 롯데칠성음료는 전날 회사채 발행 물량을 200억원 늘려 1200억원으로 증액했다. 조달 자금은 이달 내 만기 예정인 기업어음(500억원)과 무보증 외화채(565억원) 등 채무 상환에 쓰인다.
그럼에도 롯데칠성음료가 올 한 해에만 두 번의 회사채 수요예측 조사에서 흥행을 거둔 것은 주목할 만하다. 레고랜드 사태로 롯데그룹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한 가운데 롯데칠성음료가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더구나 롯데칠성음료는 롯데그룹 내 사업 비중이 10%대 그친다. 그만큼 안정적인 신용등급과 탄탄한 실적이 뒷받침한다. 여기에는 소주 시장에 ‘제로 슈거’ 열풍을 낳은 ‘처음처럼 새로’가 있다.
우선 롯데칠성음료 신용등급은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 모두 ‘AA’로 안정적이다. 매출도 2020년 2조2579억원(영업익 972억원), 2021년 2조5060억원(1822억원), 2022년 2조8417억원(2228억원)으로 3년간 호실적을 이어왔다. 대표 브랜드인 밀키스와 사이다, 펩시, 별빛청하, 처음처럼 등이 기인했다. 특히 지난해 9월 출시한 ‘처음처럼 새로’는 옛 ‘처음처럼’의 저도주 열풍에 이어 ‘제로 슈거’ 신드롬까지 일으켰다.
‘처음처럼’은 2006년 2월 처음 공개됐다. 당시에는 두산에서 나왔으며, 롯데칠성음료는 2009년 두산의 주류 사업을 인수했다. 이후 2014년 맥주사업으로 진출했다. 두 글자나 세 글자가 대부분인 증류주에 네 글자의 이름을 입혔고, ‘술을 마신 날에도 몸 상태가 원래대로 돌아 온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 당시 소주가 도수 21도가 태반이었는데, ‘처음처럼’은 1도 더 낮춘 20도로 승부를 걸었다. 이듬해 도수를 더 낮춘 19.5도를 선보이면서 저도주 열풍을 일으켰다. 광고 모델도 톱스타인 가수 이효리와 함께 “흔들어라 처음처럼”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트렌드를 선점했다. 2015년에는 소주에 천연 유자 농축액과 유자향을 넣은 ‘처음처럼 순하리’를 내 전국적으로 품절 대란을 이끌었다. 이후 사과, 복숭아, 자몽 등을 넣은 과일 소주가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불티나게 팔릴 정도였다.
그러던 ‘처음처럼’이 지난해 9월 설탕을 쏙 빼고 새롭게 등장했다. MZ세대 사이에서 저칼로리 트렌드가 확산하자 과당을 일체 넣지 않은 것이다. 디자인도 기존 소주 색깔인 초록빛이 아닌 투명색으로 바꿨다. 전래동화에서 자주 등장하던 구미호를 캐릭터로 내세운 것도 이색적이다. ‘처음처럼 새로’는 출시 3개월 만에 3500만 병을 판매했고, 올 4월에는 누적 판매량 1억 병을 돌파했다. 지난 8월 말에는 출시 1년 만에 연매출 1000억원을 달성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처음처럼 새로’는 이번 달 누적 판매량 2억 병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처음처럼’의 소주 시장 점유율도 20%대로 올라섰다. 2019년 이후 4년 만이다.
롯데칠성음료는 올해 상반기 실적도 매출액이 1조4759억으로, 전년(1조3884억원) 대비 6.3% 신장했다. 다만, 영업익은 1184억원으로, 전년(1234억원) 대비 소폭 감소했다는 것은 아쉬운 지점이다. ‘처음처럼 새로’의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것도 긍정적으로 읽힌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올 상반기 소주 소매점 매출은 1조1757억원으로 지난해(1조2662억원) 대비 7.1%가량 줄었다. 그러나 ‘처음처럼’은 ‘처음처럼 새로’ 인기에 힘입어 전년보다 11.2% 증가한 1967억원을 기록했다. 롯데칠성음료는 국내에서의 탄력을 이어받아 일본으로도 진출한다. 배우 한소희를 내세워 ‘처음처럼 순하리’, 스파클링 소주 ‘별빛청하’를 공략한다.
롯데칠성음료는 ‘처음처럼 새로’의 올해 예상 매출액을 1200억원으로 보며, 국내와 해외 MZ세대를 동시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손원태 기자 tellm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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