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커넥티드카 등 자동차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중요해지면서 소프트웨어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인 운영체제(OS)를 직접 개발하겠다는 완성차 기업이 늘고 있다. 구글·애플 등 거대 IT 기업에 주요 먹거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한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전기차에서 앞서 나가고 있는 테슬라가 소수 모델을 생산하는 것에 비해 폭스바겐은 다양한 차급에서 양산 경험을 바탕으로 단숨에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하지만 전기차 사업은 대규모 양산이 중요한 내연기관차와 달랐다. 소프트웨어라는 벽에 부딪힌 것이다. 회사가 야심차게 준비한 전기차 ID3·4는 소프트웨어 결함으로 출시가 1년 이상 지연됐다.
그러나 플랫폼 개발도 늦어지며 이를 탑재하려고 했던 아우디·포르쉐·벤틀리 신형 전기차 출시도 줄지어 연기됐다. 급기야 프로젝트를 주도한 헤르베르트 디스 폭스바겐 CEO(최고경영자)마저 지난해 사임했다.
그럼에도 주요 완성차 기업들은 차량용 OS 자체 개발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미래차 시대엔 소프트웨어가 경쟁력이 될 것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내연기관차 파워트레인처럼 소프트웨어를 움직이는 OS를 직접 관리하겠다는 의지다.
GM은 커넥티드카와 관련한 소프트웨어와 구독형 서비스 등으로 오는 2030년경엔 연간 250억 달러(약 32조5000억원) 매출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매출 6분의 1에 해당하는 새로운 시장을 빅테크에 내줄 수 없다는 의지가 읽힌다.
일본 토요타는 내비게이션 기능에 더해 차량 구동 기능을 제어하는 자체 소프트웨어 플랫폼 ‘아린’을 2025년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토요타 소프트웨어 내재화는 자사 모든 차량에 적용하는 것을 넘어 스바루 등 제휴기업에 판매하겠다는 계획이 포함된 것이 특징이다.
현대차그룹은 인포테인먼트 통합제어기에 최적화한 커넥티드카 운영체제(ccOS)를 자체 개발해 2021년부터 주요 신차에 적용하고 있다.
증강현실 내비게이션, 차량 내 간편결제 등 첨단 기능이 이 시스템을 기반으로 제공된다. 오는 2025년엔 인포테인먼트 뿐만 아니라 전자·편의, 주행 관련 제어기도 통합한 중앙집중형 아키텍처를 선보인다.
이 같이 자동차 제조사가 소프트웨어를 장악하는 것은 자칫 기술 폐쇄성에 의해 생태계 확장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현대차그룹은 외부 개발자에 API(응용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를 무료로 개방하는 현대 디벨로퍼스를 구축했다. 회사의 미래 모빌리티 방향성과 맞는 파트너를 유치하겠다는 전략이다.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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