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표준화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미국 1위 완성차 GM은 LG에너지솔루션과 협업을 통해 파우치형 배터리를 자사 전기차에 탑재해왔으나, 돌연 원통형·각형 배터리도 동시에 채택하겠다는 계획을 구체화했다.
메리 바라 GM 회장은 지난 2월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파우치, 각형, 원통형 등 모든 배터리 규격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GM과 삼성SDI는 30억달러(약 3조9000억원) 이상을 투입해 오는 2026년 연 30GWh 규모 공장을 짓겠다는 목표다. 이 공장에서는 각각 원통형과 각형 배터리를 절반씩 생산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GM과 마찬가지로 파우치 배터리를 선호하던 독일 폭스바겐도 다각화를 선언했다.
폭스바겐은 신공장 구축이 마무리되는 2030년 자사 전기차에 각형 배터리 채택 비중을 80%까지 늘리겠다고 덧붙였다. SK온·LG에너지솔루션 등 기존 배터리 공급사 의존도를 줄이는 ‘유럽 배터리 자립’ 선언으로 평가된다.
그간 GM·폭스바겐·현대차 등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사들은 전기차 성능 때문에 파우치 배터리를 선호해 왔다. 파우치 배터리는 소재를 층층이 쌓아 올리는 스태킹 방식으로 제한된 공간을 빈틈 없이 활용해 높은 에너지 밀도를 구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외관도 단단하지 않아 모양을 비교적 자유롭게 구현할 수 있어 자동차업체 요구를 맞추기에도 편하다.
다만 높은 공정 수준을 필요하기에 양산 비용이 비싸다.
이와 달리 원통형 배터리는 생산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원통형 배터리는 전자 기기에 사용되는 건전지와 닮은 형태다. 오래 전부터 표준화했기에 대량 수급도 쉽다. 테슬라, 루시드 등 전기차를 통해 자동차 산업에 뛰어든 신생 업체들이 원통형 배터리를 채택한 것은 자연스러웠다. 원통형 배터리는 4000여개를 묶어 전기차에 탑재된다. 원기둥 사이 틈이 발생하는 구조이기에 같은 부피라면 에너지밀도가 낮아진다는 단점이 있다.
구조적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방법 가운데 하나가 배터리 크기를 키우는 것이다.
테슬라는 올해부터 차세대 4680(지름 46mm, 길이 80mm) 배터리를 모델Y에 쓰기 시작했다. 기존 2170(지름 21mm, 70mm) 배터리와 비교해 제조 비용은 낮으면서 에너지 밀도는 5배, 출력은 6배, 주행거리는 16% 늘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를 잡기 위해 국내 배터리사도 나섰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3월 4조 2000억원을 들여 미국 애리조나에 27GWh 규모 원통형 배터리 공장을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신공장에서는 우선 2170 배터리를 생산하지만 4680 배터리 도입도 검토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중국에서 원통형 배터리를 만들어 테슬라 등에 공급하고 있다. 일본 파나소닉이 장악하고 있는 미국 원통형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독일 BMW도 테슬라가 주도하는 원통형 배터리 연합에 합류했다. BMW는 2025년 출시할 새로운 전기차 ‘뉴 클래스’ 라인업에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를 넣겠다고 발표했다. 새 원통형 배터리는 지름 46mm라고만 밝혔는데 테슬라 새 배터리 규격과 일치한다.
현대차는 파우치 외 다른 배터리를 쓰겠다는 계획을 아직 내놓고 있지는 않다. 단 이전처럼 외부 배터리 업체와 협업을 지속하되, 설계 단계에서 주도적으로 참여해 협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올해 하반기 내놓을 하이브리드(HEV) 신차에는 현대차가 처음으로 설계 과정에 참여한 SK온 배터리가 탑재된다.
향후 배터리 소재도 NCM(니켈코발트망간)만 고집하지 않고 LFP(리튬인산철), 전고체 등으로 다변화해 전기차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특히 외부 업체와 공동개발하고 있는 LFP 배터리 전기차를 2025년 내놓는다.
현대차 관계자는 “LFP 배터리는 가격 뿐만 아니라 엔트리 모델과 신흥 지역에서 장점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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