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미 지난해까지 전임인 문재인정부의 부동산정책 흔적 지우기에 올인했던 윤석열정부이기에, 현 시점에서 추가적으로 해제할 부동산규제는 거의 남아있지 않은 상태다. 전국 규제지역 해제 및 다주택자 세제 완화 등의 정책이 모두 쓰인 상황에서, 남은 카드는 강남3구 및 용산의 규제지역 해제·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완화 등 자칫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는 정책들 뿐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나오는 실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5일 부동산 시장의 전반적인 현황과 연착륙 방안 등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부동산 시장 연착륙 방안과 아울러 전세사기·역전세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청년·서민 등 주거약자의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강구 해달라"는 주문을 했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 단계에 접어들고, 미 연준은 팬데믹 기간 경기부양을 위해 팽창시켰던 시중유동성 회수를 위한 급격한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국내 기준금리 역시 이에 발맞춰 3.50%대까지 치솟은 것은 물론, 팬데믹 기간 급등한 집값에 대한 피로감으로 2022년 한 해는 집값 조정국면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특히 올해 초 발표된 1.3 부동산대책은 윤석열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에 방점을 찍었다.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와 용산구를 제외한 수도권 전 지역의 부동산규제를 전면 해제하고, 규제지역에 적용하는 전매제한·실거주 의무도 완화하는 등 전국의 규제를 사실상 철폐한 것이 해당 대책의 골자다.
규제지역에서 해제되면 대출, 세제, 청약, 거래 등 집을 사고파는 전 과정에 대한 규제가 완화된다. 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 등 다주택자 중과세가 사라지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등 대출 한도가 늘어나며 청약 재당첨 기한도 10년에서 7년으로 줄어든다.
부동산 한 전문가는 “문재인정부 시절, 집값을 안정화시키겠다고 내놓았던 6.17 대책과 7.10 대책 등 굵직한 대책이 단기간에 너무 많이 나오다 보니 역으로 시장이 자극받아서 집값이 오히려 폭등했던 사례가 이미 있었다”며, “규제 완화라는 방향성 자체에는 공감하지만 그 속도가 너무 빨라 역으로 시장에 불안감이나 위화감을 조성할 위험성도 있다”고 짚었다.
◇ DSR 완화·강남3구 규제지역 해제·주택공급…남은 대안 발목 잡는 공통분모 ‘금리’
남은 규제완화 카드인 DSR 완화가 자칫 ‘하우스 푸어’를 양산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풀 수 있는 규제는 다 풀었지만, 대한민국 정부로서는 통제할 수 없는 변수가 바로 미국 금리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경제학자 62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응답자 중 61%가 올해 안에 미국의 금리인하가 없을 것이라는 대답을 내놓았다.
정부는 3.50%대에서 기준금리를 묶어놓으며 버티기에 돌입했지만, 여전히 0%대 기준금리가 유지되던 시기에 비하면 금리 수준은 낮은 편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DSR을 풀면 수요는 터져나올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고금리로 인한 ‘하우스 푸어’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강남3구를 규제지역에서 해제하는 것도 위험성이 상존한다. 이미 규제가 유지되는 상황에서도 고점을 갈아치우며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는 강남3구가 규제완화까지 이뤄지면 더더욱 가격이 치솟고, 이로 인해 주변 지역들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이유다.
한편 원희룡닫기원희룡기사 모아보기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속적인 주택공급이 이뤄져야 집값 안정이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지난 16일 열린 오찬간담회 자리에서 원 장관은 "공급 기반이 급속히 위축되고 인허가·착공·분양이 미뤄짐으로써 (정부) 임기 후반 집값 폭등의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공급 기반 확대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그러나 이 역시 고금리와 원자재값 급등 문제로 인해 녹록지 않은 상태다. PF대출이란 은행 등 대출기관이 특정 사업의 사업성을 보고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을 말한다. 돈을 빌리는 주체의 신용도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프로젝트의 사업성에 더 주목하는 대출로, 주로 건설업을 비롯한 대형 프로젝트에 주로 활용된다.
일반적으로 건설사들은 PF대출을 받아 공사를 진행하고, 분양수익을 내서 대출을 상환하고 이익을 남기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현금흐름이 원활하고 부동산이 활성화된 시기에는 PF대출에 문제가 없지만, 분양이 어렵고 부동산이 얼어붙은 시기에는 PF대출의 부실 위기가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
3월 누계 주택 인허가실적은 전국 8만6444호로 전년 동기(11만2282호) 대비 23.0% 감소했다. 착공실적 역시 전국 5만3666호로 전년 동기(8만4108호) 대비 36.2% 줄었다. 인허가와 착공 실적은 미래 주택 공급에 영향을 준다는 점을 고려할 때, 향후 2~3년 뒤 주택공급이 더욱 부진할 수밖에 없어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특히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은 분양실적이었다. 3월 공동주택 분양실적은 전국 2만4214호에 그치며 전년 동기(6만5274호) 대비 62.9%나 쪼그라들었다. 일반분양은 1만7285호로 전년 동기 대비 66.4% 감소, 임대주택은 2143호로 대비 64.7% 감소, 조합원분은 4786호로 38.4% 감소했다.
건설사 한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 이후는 분양을 하기도 두려운 시기”라고 운을 떼며, “특히 최근에는 막상 분양이 흥행해서 입주까지 진행해도 부실공사 이슈가 워낙 많이 터져 나오는 통에 분양보다 구축 매매를 하겠다는 수요자들도 많아진 상황이라 분양 침체가 더욱 두드러지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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