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컬처웍스, 샤롯데씨어터 '커튼콜 인 샬롯' 선봬
대학로 배우들이 꾸미는 뮤지컬펍…꿈과 사랑 노래
롯데시네마도 몰입형 극장 선봬…공간사업 '다변화'
이미지 확대보기21일 찾은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뮤지컬펍 '커튼콜 인 샬롯' 프레스콜이 열렸다. 네 명의 뮤지컬 배우들이 노래하는 모습. /사진=손원태 기자
[한국금융신문 손원태 기자] 관객과 배우 사이 불과 29cm. 배우는 밀폐된 공간에서 밀착된 거리로 밀도 높은 공연을 선사한다. 꿈과 사랑을 노랫말로 읊조리는 배우의 눈망울은 초롱초롱한 별들로 빼곡히 수놓았다. 특히 호흡에서 오는 음절 마디마디 설렘과 떨림이 뒤섞이면서 관객을 극한으로 몰입시킨다. 샤롯데씨어터가 새롭게 선보인 뮤지컬펍 ‘커튼콜 인 샬롯’ 이야기다.
21일 찾은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는 뮤지컬펍 ‘커튼콜 인 샬롯’ 프레스콜이 열렸다. ‘커튼콜’은 대학로에서 유행하는 뮤지컬 전용 펍이다. 뮤지컬을 보면서 각종 칵테일과 파스타 등을 곁들여 먹을 수 있는 곳이다. 배우들에게는 무대로 나아가는 발판을 마련해주고, 관객에게는 뮤지컬과 조금 더 친숙해질 수 있는 중간 다리를 놔준다.
롯데컬처웍스가 운영하는 뮤지컬 전용 극장 샤롯데씨어터는 이러한 무대를 그대로 끌고 왔다. 지난달 18일 정식 오픈, 이번에 샤롯데씨어터 대극장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를 콘셉트로 무대를 꾸몄다. 공연을 보러 온 관객들은 ‘브로드웨이 42번가’ 본공연 전후로 총 5회를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본공연 전 2회와 인터미션 1회, 공연 종료 후 이어지는 애프터쇼 2회로 구성된다. 공연 중 사진 촬영이나 리액션, 음식 주문 등이 모두 가능하다.
이미지 확대보기21일 찾은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뮤지컬펍 '커튼콜 인 샬롯' 프레스콜이 열렸다. /사진=손원태 기자
실제 현장에서 감상해보니 20평 남짓한 조그마한 공간에서 배우와 관객은 끊임없이 서로의 에너지를 주고받았다. 바텐더로 보이던 배우가 갑자기 마이크를 잡더니 꿈과 사랑을 뮤지컬로 쏟아냈다. 의자와 테이블이 촘촘하게 늘어섰지만, 배우들은 계산된 동작에 따라 곡예하듯 자유롭게 움직였다. 혹시나 이 모든 장면이 애드리브는 아닐지 생각했지만, 배우들이 철저하게 준비해서 만들어낸 무대라고 한다. 관객은 배우가 어느 시점에서 노래를 부를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 그저 배우가 이끄는 대로 무대를 감상하면서 빠져들면 된다.
이날 김수한·권은정·김민기·김수안, 네 명의 배우가 무대 위로 올랐다. 이들은 바텐더였다가 뮤지컬 배우로 쉼 없이 변신하고, 펍이었던 공간을 뮤지컬 극장으로 물들였다. 아이러니하게 맞은편에는 이들이 오르고 싶은 샤롯데씨어터의 대극장이 있다. 무명배우와 유명배우의 사이, 아마추어와 프로의 경계에서 이들의 설렘과 떨림은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됐다. 자투리 시간 속에서 배우들은 언감생심의 기회를, 관객들은 감지덕지의 경험을 가져갈 수 있었다.
이들은 뮤지컬 넘버 위키드 ‘Defying Gravity’와 캣츠 ‘Memory’, 알라딘 ‘Friend Like Me’, 브로드웨이 42번가 ‘Lullaby Of Broadway’ 등 9곡을 불렀다. 메뉴판에는 칵테일과 곁들여 먹을 수 있는 각종 요리가 나열됐다. 꿈을 좇는 무명배우들의 한 끼를 든든하게 채워준 대공황 시대 대표 요리 ‘미트로프’부터 스팸에 먹물 튀김옷을 입히고 카사바칩과 보타르가를 얹어 대공황 시대 빛과 그림자를 표현한 ‘스팸 프라이’, 어려웠던 시절 포만감을 달래주던 식재인 보리로 만든 ‘보리 리조또’ 등이다. 칵테일로는 청량한 콜라와 버번위스키를 섞고, 그 위에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올린 시그니처 음료 ‘브로드웨이 42번가’가 나왔다.
장성근 커튼콜 대표는 “대학로에서 운영하는 곳보다 공간이 더 협소하지만, 관객들과 가까이 눈을 맞출 정도로 소통할 수 있다”며 “샤롯데씨어터에서 했던 공연들을 콘셉트로, 배우들과 충분히 협의해 곡 리스트를 추린다”고 설명했다.
이미지 확대보기21일 찾은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뮤지컬펍 '커튼콜 인 샬롯' 프레스콜이 열렸다. 사진은 장성근 커튼콜 대표와 윤세인 롯데컬처웍스 공연사업팀장이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는 모습. /사진=손원태 기자
롯데컬처웍스는 지난 2018년 6월 롯데쇼핑의 영화사업 부문이 분할돼 설립된 회사로, 극장과 콘텐츠 투자 및 뮤지컬 공연 등을 주요 사업으로 영위한다. 대표적으로 영화관 롯데시네마와 제작사 롯데엔터테인먼트, 뮤지컬 극장 샤롯데씨어터 등을 뒀다. 샤롯데씨어터는 지난 2006년 10월 개관한 곳으로, 당시 국내 최초 뮤지컬 전용 극장으로 화제를 모았다. 샤롯데씨어터는 현재까지 51개의 작품과 7000여 회 공연을 선보였다. 누적 관객만 600만 명에 달할 정도다.
샤롯데씨어터는 극장을 찾는 관객들에 특별한 경험을 주기 위해 이색적인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지난 2022년 샤롯데씨어터 4층에 마련한 ‘몽드샬롯’이 그 첫 사례다. 몽드샬롯은 샤롯데씨어터가 공연하는 뮤지컬을 콘셉트로, 분위기에 걸맞은 음식을 제공한다. 과거 ‘스위니토드’ 공연 당시에는 면도날을 형상화한 플레이트와 이발소를 연상케 하는 소품으로 꾸민 바 있다. 최근에는 ‘알라딘’을 콘셉트로 ‘양탄자 파스타’와 ‘요술 램프 안심 스테이크’ 등의 이색 메뉴를 내놓았다. ‘커튼콜 인 샬롯’은 이 몽드샬롯을 새롭게 리브랜딩한 곳이다.
윤세인 롯데컬처웍스 공연사업팀장은 “샤롯데씨어터는 국내 최초 뮤지컬 전용 극장으로 일종의 사명감이 있다”면서 “외국 공연장을 가보면 들어가자마자 뮤지컬펍이 있고, 공연 전후로 관객들과 배우가 함께 어울리는 문화가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공연 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는데, ‘커튼콜 인 샬롯’을 통해 관객의 눈코귀입이 모두 즐거울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미지 확대보기21일 찾은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뮤지컬펍 '커튼콜 인 샬롯' 프레스콜이 열렸다. 사진은 커튼콜 메뉴인 '투고박스(왼)'와 칵테일 '브로드웨이 42번가'. /사진=손원태 기자
한편 롯데컬처웍스는 지난해 매출이 4517억 원으로, 전년(5621억 원) 대비 19.6% 떨어졌다. 경기 불황으로 내수 침체가 장기화한 상황에다 넷플릭스 등의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가 콘텐츠 시장을 빠르게 흡수하면서 극장산업 전반에 영향을 줬다. 이에 롯데컬처웍스는 극장이 주는 공간사업을 다변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른바 ‘롯시커넥트 프로젝트’다.
롯데컬처웍스는 지난 2023년 6월 롯데시네마의 체험형 전시관인 ‘랜덤스퀘어’를, 이듬해에는 몰입형 상영관인 ‘라이브시네마’를 차례로 선보였다. 특히 라이브시네마는 극장을 세트장처럼 꾸민 후 관객과 배우가 힘을 합쳐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독특한 콘셉트로 인기를 끌었다.
샤롯데씨어터의 ‘커튼콜 인 샬롯’은 롯데컬처웍스의 색다른 공간사업으로, 이번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시작해 ‘미세스 다웃파이어’와 ‘킹키부츠’ 등을 연말까지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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