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고로 세계인의 식탁을 점령한 CJ제일제당이 때아닌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 바이오 사업의 핵심 수익원인 중국에서 업황 부진으로 발목이 잡힌 것이다. CJ제일제당은 본업인 ‘K-푸드’에 집중하면서 미국과 유럽 등 서구권에 대규모 생산기지를 짓고 있다. 그러면서 저평가된 주주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배당을 늘려가는 등 심기일전에 나섰다.
삼양식품은 주당 100만 원을 넘긴 황제주로 등극하며 시가총액 10조 원 벽을 뚫었고, 오리온은 영업이익률 최대치를 쓰면서 시총 4조 원을 격파했다. 이 기간 CJ제일제당은 주가 하락을 막지 못하면서 시총이 3조 원대로 주저앉았다.
우선 국내에서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실적이 가라앉았다. 최근 3년간 CJ제일제당 국내 식품 매출은 2022년 5조9231억 원, 2023년 5조8783억 원, 2024년 5조7716억 원으로 내려갔다.
내수 침체 외 바이오 사업 부진도 실적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그린바이오에서 중국 경기 영향을 탔다.
그린바이오는 사료용 아미노산인 라이신과 드립도판 등 원료를 생산한다. 이 생산기지는 중국에만 2곳 있는데, 중국 현지 기업들이 라이신을 앞다퉈 생산하면서 공급 과잉을 불렀다. 바이오 사업 매출은 지난 2022년 4조8540억 원에서 2024년 4조2095억 원으로, 2년 새 13.3%나 감소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바이오 사업 관련해 현재 매각 계획이 없다”라며 “CJ피드앤케어 역시 사업 재편 등에 대해 전략적 방안을 검토하나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CJ제일제당은 고배당 정책을 이어가며, 배당액을 꾸준히 늘려왔다. 앞서 CJ제일제당은 지난 2022년부터 분기 배당을 시행했다.
연간 배당액의 약 50~55% 수준을 유지했는데, 올해부터는 이를 75% 수준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나아가 CJ제일제당은 향후 3년간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비경상손익 제외)의 25% 이상을 주주 환원하기로 했다. 연간 배당금은 투자, 재무구조, 경영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배당의 안정성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추진한다.
최근 10년 CJ제일제당은 배당총액을 연평균 12%씩 늘려왔다. 배당액도 지난 2014년 1주당 2000원에서 2024년 6000원으로 3배 증가했다.
실제로 최근 3년간 CJ제일제당 배당성향(연결 기준)도 2022년 14.8%에서 2023년 22.9%, 2024년 64.9%로 확대됐다. 실적이 주춤해지면서 순이익(지배기업의 소유주지분)이 2022년 5959억 원에서 2024년 1482억 원으로 급감한 영향이다. 이 기간 배당액은 882억 원에서 962억 원으로 규모를 키웠다.
CJ제일제당은 최근 3년간 매출(대한통운 포함)이 2022년 30조795억 원에서 2023년 29조235억 원, 2024년 29조359억 원으로 다소 정체됐다.
CJ제일제당 ROE(자기자본이익률)도 2022년 9.26%에서 2023년 5.55%, 2024년 1.97%로 줄곧 내렸다. 반면 PER(주가수익비율)은 2022년 10.46배에서 2023년 13.75배, 2024년 28.25배로 꾸준히 올랐다.
ROE는 자기자본으로 회사가 얼마나 이익을 냈는지를 보여준다. ROE 수치가 높을수록 회사가 자본을 활용해 돈을 잘 번다는 것을 의미한다. PER은 주가가 이익 대비 비싸거나 저렴한지를 나타낸다. PER이 낮을수록 저평가 가능성이 크고, 높을수록 고평가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이를 토대로 CJ제일제당의 실적과 무관하게 지난 10년간 이어진 고배당 정책이 PER을 끌어올렸던 것으로 풀이된다.
CJ제일제당의 이익잉여금은 2022년 5조4515억 원에서 2023년 5조7315억 원, 2024년 5조7471억 원으로 자금 여력이 넉넉하다.
다만, CJ제일제당 주가는 저성장 여파로 좀처럼 오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7월 25일 37만8500원(종가 기준)에서 올해 7월 25일 24만9000원으로, 1년 새 34.2% 빠졌다.
CJ제일제당은 식품업계 밸류업 수혜주로 꼽혔지만,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는 포함되지 못했다. ROE가 지나치게 낮은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CJ제일제당은 계속해서 고배당 정책을 펴겠다는 방침이다.
강신호 CJ제일제당 대표는 “재무적 성과 창출과 중장기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해 기업가치를 확대하고, 적극적으로 주주들과 소통하며 주주환원 정책을 키우겠다”며 “시장 신뢰도 제고를 위해 2024년부터 2026년까지 향후 3년간 신규 배당정책을 수립했고, 배당성향과 분기 배당 비중을 상향 조정했다”고 했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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