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이날 오전 9시 서울 서초구 태봉로 KT연구개발센터에서 제 41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주총은 시작 40분 만에 종료됐다.
이번 주총에서 ▲재무제표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이사 보수한도 승인 ▲임원퇴직금지급규정 개정 등 4개 안건은 모두 원안대로 승인됐다.
당초 KT는 ▲제41기 재무제표 승인의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이사 선임의 건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경영계약서 승인의 건 ▲임원 퇴직금 지급 규정 개정의 건 등 7개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었다.
또 KT 사외이사 재선임에 도전한 강충구 고려대 교수와 여은정 중앙대 교수, 표현명 전 롯데렌탈 대표 등 3인이 이날 주총을 앞두고 동반 사퇴하면서, KT 사외이사 선임 안건도 자동으로 폐기됐다. 또 다른 사외이사 후보자인 임승태닫기임승태기사 모아보기 법무법인 화우 고문은 지난 10일 사의를 표명했다.
사외이사 후보자들의 사퇴에는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과 2대 주주인 현대차그룹의 의결권 행사 방침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업계에서는 사외이사 선임 안건이 가결되긴 어려울 것으로 봤다. 이들이 가진 지분은 약 18%에 불과하지만, 다른 주주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것이다.
사외이사 후보자 3인의 사퇴로 사실상 KT 이사회는 해체됐다고 볼 수 있다. KT 이사회는 올해 초 8명으로 시작됐지만, 현재 KT 사외이사엔 헌법재판소 사무처장 출신인 김용헌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1인만 남았기 때문이다.
다만, KT는 상법에 따라 최소 사외이사 3인을 유지해야 한다. KT 정관에서도 대표이사 선임 등 지배구조 전반에 관한 사항을 담당하는 지배구조위원회 구성을 사외이사 4인과 사내이사 1인으로 정하고 있어, 사외이사는 최소 4인을 유지해야 한다.
KT 측은 “재선임 대상인 이사 3인이 후보 사퇴를 결정해 해당 주총 안건이 폐기됐다”라며 “이에 따라 상법에 의거해 신규 사외이사 선임 시까지 이사직을 수행하게 된다”고 전했다.
또 KT는 정관 일부 변경 승인에 따라 디지코 B2C 고객 기반 확대와 렌탈 사업 추진을 위해 시설대여업을 사업목적으로 추가했다. 또한 주주와 소통을 강화를 위해 자기주식에 대한 보고 의무를 신설하고 자기주식을 활용한 상호주 취득 시 주주총회 승인 의무를 신설했다.
재무제표 승인에 따라 배당금은 주당 1960원으로 확정했다. 배당금은 오는 4월 27일 지급될 예정이다.
박종욱 사장 “비 온 뒤 땅 굳어져…신속한 경영정상화에 노력”
박 사장은 주총에서 “계획대로라면 오늘 주총이 대표이사 선임과 경영과 관련해 의결권을 행사하고 소통하는 자리였겠지만, 그런 자리가 되지 못해 죄송하다”고 전했다.박 사장은 이날 디지코(DIGICO) 역량 강화와 사업 성장기반 구축을 위해 각 분야 1등 사업자와의 전략적 제휴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KT가 보유한 자기주식에 대해서는 임직원 보상 등의 목적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을 설명하고, 구체적인 처분 및 소각은 이사회 결의를 통해 시장과 투명하게 소통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주총 이후 두 차례 임시 주총을 개최해 주주들의 요구사항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박 사장은 “새로운 대표이사를 선임하는 데까지 약 5개월을 예상하고 있지만, 최대한 단축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동시에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한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신속한 경영정상화를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전략 방향은 지난 3년간 입증한 ‘디지코’ KT에 ‘알파’를 더하는 것”이라며 “비 온 뒤 땅이 굳어진다고 하는 것처럼 현재의 위기를 빠르게 극복하고 성장 기반을 탄탄히 해 도약하겠다”고 전했다.
“의장도 공범, 이사진 물러나라”…고성 오간 주총 현장
이날 주총 현장에서 주주들은 KT를 향한 불만을 쏟아냈다.KT전국민주동지회는 주주총회 시작 전 ‘경영은 엉망진창 연봉은 수십억원, 비리 연루 경영진 퇴진하라’는 문구의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주총 현장에서는 “의장도 공범이다”, “이사진은 물러나야 한다”라며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한 주주는 “박 대행이 과연 주총 의장 자격이 있는가”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일부 주주들은 주총이 끝난 뒤에도 박 사장의 퇴진을 주장하기도 했다.
김미영 KT새노조위원장은 “정치권에서 완전 민영화가 된 사기업에 감놔라 배놔라 일일이 간섭할 수 없다”며 “KT에 이권 카르텔이 있던 것도 사실이고, 이를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누구든 책임지고 회사를 정상화시켜야 한다”며 “회사의 빠른 정상화를 위해 낙하산 반대 특별 결의를 제안한다”고 했다.
KT주주모임 대표는 “앞으로가 더 중요한 시기”라며 “챗 GPT 등 경쟁사들은 앞서 나가고 있다. 쫓아가서 역전시키고 세계적 기업이 돼도 시원치 않은 판에 경영 공백 사태가 일어난다는 것은 주주 입장에서 걱정이 많이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KT라는 회사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개인 주주들과 일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정은경 기자 ek7869@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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