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KT에 따르면, 윤 사장은 이날 이사회에 사퇴 의사를 재확인하고 사퇴서를 제출했다.
앞서 윤 사장은 지난 22일 이사회와 만나 “내가 더 버티면 KT가 망가질 것 같다”라며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KT 사내외 이사들은 윤 사장의 사의를 만류해왔지만, 윤 사장의 뜻을 꺾지 못했다.
윤 사장의 사퇴를 두고 업계는 KT 대표 수난사가 이번에도 이어졌다고 평가한다. KT는 지난 2002년 공기업에서 민간기업으로 전환됐지만, 매번 CEO 인선 때마다 정치권에서 여당 인물들을 대표로 앉히려는 입김이 거셌기 때문이다.
민영화 이후 처음으로 대표를 맡은 이용경 전 사장은 연임 의사를 밝혔지만, 후보 공모에 참여하지 않았다. 2005년 취임한 남중수 전 사장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 재선임됐지만, 같은 해 11월 납품 비리 혐의로 구속돼 연임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이듬해 1월 이석채 전 회장이 선임됐고, 3년 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2년 재선임에 성공했다. 그러나 같은 해 11월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의 압수수색이 이어지자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황창규 전 회장은 유일하게 KT 대표로서 연임 임기를 6년을 모두 채운 인물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임기를 시작해 문재인 정부에 임기를 마쳤다. 그러나 임기 만료를 앞둔 지난 2020년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 사건과 관련해 정치자금법 위반과 업무상 횡령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여러 우려 속에서도 구 대표는 세 차례나 열린 KT CEO 인선에 모두 참여했지만 결국 지난달 공식적으로 사의를 표명하며, 연임 도전을 포기했다. 구 대표에 이어 지난 7일 KT 이사회는 최종 후보자로 확정된 윤경림 사장도 결국 사퇴를 결정했다.
지난해 말부터 KT CEO 인선을 향한 정치권의 압박은 지속됐다. KT 이사회가 구현모 대표를 차기 대표이사 후보자로 확정했을 당시 ‘셀프 연임’이라고 지적했고, 윤 사장을 후보자로 확정 지었을 땐 ‘구현모 아바타’라고 비난했다.
윤 사장은 그간 국민연금 등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지적한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갔다. 후보자로 추천된 직후 ‘지배구조개선TF(가칭)’ 신설을 요청하며, ▲대표이사 선임 절차 ▲사외이사 등 이사회 구성 ▲ESG 모범규준 등 그간 지적받은 사항을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친정부 인사를 앉히기 위해 사외이사로 윤석열닫기윤석열기사 모아보기 대선 캠프 출신인 임승태닫기임승태기사 모아보기 법무법인 화우 고문을 선임할 예정이었지만, 임 고문이 이를 거절했다.
주요 주주들도 윤 사장에게 우호적인 입장은 아니었다.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부터 KT의 인선이 불투명하다며 대표이사 선임안에 반대표를 던질 것이란 의사를 내비쳤다.
2대 주주인 현대차그룹은 우호지분으로 평가받았지만, 최근 KT 이사회에 “이사회가 대주주 의사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하며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국민연금을 주요 주주로 두고 있는 신한은행도 이와 비슷한 입장을 낼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잇따랐다.
그러나 정치권 압박에 더해 시민단체가 서울중앙지검에 구 대표와 윤 사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했고, 검찰도 이와 관련해 발 빠르게 수사에 착수하자 부담을 느낀 윤 사장이 사퇴를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사장의 사퇴로 KT가 오는 31일 열릴 주총에서 의결 예정이던 대표이사 선임 안건은 자동 폐기된다. 이와 함께 윤 사장이 사내이사로 추천한 서창석 KT 네트워크부문장과 송경민 KT SAT 대표의 사내이사 선임안도 자동 폐기된다.
KT 정관 제25조에 따르면, 대표이사 후보가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되지 못한 경우, 그가 추천한 사내이사 후보 추천은 무효 처리되기 때문이다.
KT는 결국 네 번째 CEO 인선을 치르게 됐다. 이사회가 새로운 대표이사 후보자를 결정하기 전까지 KT의 경영 공백 우려는 현실화될 전망이다.
KT는 사상 초유의 경영 공백에 따른 대응 방안을 수립하기 위해 오는 28일 긴급 이사회를 열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는 이날 차기 대표이사 인선 방향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오는 31일 예정된 정기 주총 이후 공석이 되는 KT 대표이사직을 임시로 수행할 인물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상법 제386조에 따르면, 새 대표이사가 선임될 때까지 기존 대표이사가 대표직을 수행해야 한다. 그러나 KT의 직제 규정을 보면, 대표 공백 시 직제 순서에 따라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이 임시 대표직을 수행할 가능성도 있다.
KT는 “회사의 조기 경영 안정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은경 기자 ek7869@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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