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삼성SDI는 올해 설비투자에만 약 3조 원 규모 자금이 필요하다. 다만, 보유 현금과 투자 재원을 위한 수익은 제한적이다.
시장은 오재균 삼성SDI 부사장이 차입을 통해 버티기에 돌입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사이클 도래에 대비함과 동시에 ESS(에너지저장장치) 공략 등 투자 공백을 최소화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DS 출신
1972년생 오재균 부사장은 한양대 경제학과를 나와 미국 아이오와대 MBA 과정을 수료했다. 삼성그룹 입사 후에는 주로 삼성전자 반도체(DS) 사업에 몸담았다.2017년 삼성전자 미국 SAS법인 담당을 시작으로 2020년 삼성전자 TSP(Test & System Package) 총괄 지원팀장, 2021년 삼성전자 시스템 LSI 지원팀장, 2023년 삼성전자 DS부문 지원팀장 등을 거쳐 2025년 연말 인사를 통해 삼성SDI 경영지원 담당으로 합류했다.
경력에서 알 수 있듯 대부분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관련 지원과 관리 업무에 투입됐다. 특히 반도체 호황은 물론 2023년 불황까지 반도체 사이클을 모두 경험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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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재균 부사장은 당시 DS부문 리스크 통제와 비용 관리에 집중했다. 여기에 대규모 투자 지원 업무까지 수행하며 능력을 입증했다. 그 결과 DS부문이 적자를 이어갔음에도 2023년 말 연말 인사에서 부사장 승진에 성공했다.
오재균 부사장이 삼성SDI CFO에 선임된 이유에 이같은 배경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삼성SDI가 반도체 사이클을 대비하던 삼성전자와 비슷한 사업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SDI는 2022년까지 전기차 사업으로 성장했지만,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암흑 터널에 빠진 상태다. 하지만 올해 ESS 사업 확대와 전고체 등 미래 기술 투자를 통해 다시 돌아올 배터리 사이클을 대비하고 있다.
삼성SDI 관계자는 “오재균 부사장은 그동안 반도체 사업에서 경영 리스크 관리와 대규모 투자 지원 업무를 수행하며 재무·지원 역량을 쌓은 전문가”라며 “선택과 집중을 통해 기획, 재무, 지원 등 전사 스탭 기능을 총괄하며 돌아올 배터리 호황기 경영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차입 확대로 버티기 돌입
오재균 부사장 최우선 과제는 배터리 사이클 이전 투자 공백 최소화다. 삼성SDI는 올해 ESS 시장 확대 등을 위해 설비투자에만 약 2조9000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하지만 올해 1분기 기준 회사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약 1조7377억 원 수준이다.거듭된 실적 악화로 유입되는 현금도 부족하다. 삼성SDI는 전기차 확대 덕분에 2022년 매출 20조1240억 원, 영업이익 1조8080억 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전기차 캐즘으로 매년 영업이익이 하락하더니 지난해에는 영업손실 1조7223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등 증권가에서도 올해 연간 적자를 전망하는 등 영업활동을 통해서는 뚜렷한 재원 마련 방안이 없는 상황이다.
오재균 부사장 취임 직전 삼성SDI는 재무 안정화와 투자 및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보유 중인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매각을 발표했다. 시장에서는 해당 지분 가치가 약 1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다만 지분 매각 시점은 올 하반기로, 현금화에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오재균 부사장이 선택한 투자 공백 최소화 방안은 차입 확대다. 삼성SDI 올해 1분기 분기보고서를 보면 회사 1분기 말 총차입금 규모는 11조6537억 원으로, 오재균 부사장 취임 전인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총차입금 10조8839억 원 대비 약 7600억 원 증가했다. 이는 삼성SDI 총차입금이 ESS 사업을 본격화한 2024년 이후 약 2년 만에 증가한 수치다.
여기에 삼성SDI는 지난 4월 투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수출입은행과 KB국민은행에서 각각 3000억 원, 1000억 원 규모 포괄 한도 약정을 체결했다. 이는 약정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자금을 가져다 쓸 수 있는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 같은 자금 조달이다. 앞서 연초에는 약 3000억 원 규모 운전자금을 대출했다.
특히 이러한 오재균 부사장 전략은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무차입 기조를 유지하며 사채 등 차입금 의존에 대해 보수적 성향을 유지해 온 것과는 상반되는 선택이다.
실제 삼성SDI도 전기차 캐즘으로 실적이 악화하는 와중에 차입보다 비핵심 자산 매각 등 구조조정을 통해 재무 안정화를 유지해왔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편광필름 사업 매각으로 약 1조1000억 원을 확보했다. 여기에 약 1조6000억 원 규모 유상증자까지 단행하며 재무 관리에 힘써왔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등 경쟁사들 부채비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200%에 육박하는 것과 달리 삼성SDI 부채비율은 75~80% 수준에 머무르는 것도 삼성그룹의 이러한 경영기조 결과로 보인다. 올해 1분기 기준 삼성SDI 부채비율은 78%로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79% 대비 소폭 감소했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삼성SDI 차입 확대를 두고 “지난해 재무관리와 투자 재원 확보를 위해 단행한 유상증자가 주주들 반발에 부딪혔던 만큼, 올해는 기존 비핵심 자산 매각과 차입 확대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SDI가 그동안 경쟁사와 달리 부채 관리 등 재무 관리에 힘써온 만큼 올해 차입 확대에도 부담은 낮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재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rlqm9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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