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3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3.50%로 동결하기로 했지만, 영끌족들의 불안한 상황을 호전시키기는 다소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 연방준비제도가 추가적인 금리인상 빅스텝(0.5%p 인상)을 시사하며 한미 금리차 역전이 심화될 것으로 점쳐지면서, 한국은행 역시 지금의 금리 동결은 ‘인하 시그널’ 아닌 ‘일시중지’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 이창용닫기이창용기사 모아보기 한국은행 총재는 금통위 뒤 열린 기자간담회 모두발언에서 "금번 기준금리 동결을 '금리인상 기조가 끝났다'라는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기준금리 인상에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지난 2020~2021년 초저금리 시기를 맞아 거액의 대출을 받아 주택매입 및 투자에 나섰던, 이른바 ‘영끌족’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번 조치로 기준금리가 동결되긴 했지만 인하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여전히 저점대비 높은 3.5%p의 기준금리가 유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금리 역시 최고 6%대의 낮지 않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날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4.53~6.42%로 집계됐다. 전세대출 금리는 연 4.42~6.07%, 신용대출은 연 5.35~6.59%다.
이 때문에 높은 금리로 인한 대출이자 급등과 더불어, 부동산시장 침체로 인한 집값 하락기라는 이중고에 신음하는 영끌족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영끌을 통해 외대앞역 인근에 집을 마련한 직장인 A씨는 “이자부담이 지난해 대략 100만원대 초반이었는데, 금리가 오르면서 100만원대 중후반으로 늘어 삶이 팍팍해졌다”며, “시간을 돌린다면 아마 영끌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기준금리가 우리 기준금리보다 큰 폭 웃도는 상태를 오래둘 경우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우려를 높여 원화가치 하방 압력이 될 수 있고, 특히 원화 약세는 수입물가를 끌어올려 인플레이션 국면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딜레마가 있다. 사실상 ‘집값 방어’냐 ‘물가 방어’냐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진퇴양난의 형국에 처했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1월 경제지표는 일제히 금리 추가인상 필요성을 가리켰다. 1월 비농업 일자리가 시장 전망치의 3배에 가까운 51만7천 개 증가한 것은 물론 실업률도 3.4%로 54년 만의 최저치를 찍으며 고용시장의 견조함을 나타냈다.
여기에 지난 14일 발표된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 대비로 0.5% 급등해 12월(0.1%)보다 상승폭이 크게 확대됐다. 특히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 역시 시장 전망치를 상회하며 미 금융시장을 뒤덮은 인플레이션 고착화의 우려를 키웠다.
연준이 22일(현지시간) 공개한 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회의 참석자 대부분은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연준 내 대표적인 매파(금리 인상 지향) 성향 인사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미 인플레이션이 다시 가속화될 수 있다.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 인플레이션을 성공적으로 억제할 수 있으므로 미 기준금리를 5.38%(5.25∼5.50%)까지 올려야 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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