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두고 일부 언론과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집값이 바닥에 다다랐다’는 낙관론이 고개를 들었다. 하반기에는 금리가 인하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급매물을 거두는 집주인들도 늘었다.
◇ 시장 전망치 상회한 미국 소비자물가지수, 당분간 높은 금리 유지 가능성 커져
그러나 이 같은 낙관론과는 달리 미국의 1월 경제지표는 일제히 금리 추가인상 필요성을 가리켰다. 1월 비농업 일자리가 시장 전망치의 3배에 가까운 51만7천 개 증가한 것은 물론 실업률도 3.4%로 54년 만의 최저치를 찍으며 고용시장의 견조함을 나타냈다.
여기에 지난 14일 발표된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 대비로 0.5% 급등해 12월(0.1%)보다 상승폭이 크게 확대됐다. 특히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 역시 시장 전망치를 상회하며 미 금융시장을 뒤덮은 인플레이션 고착화의 우려를 키웠다.
◇ 저조한 거래량, 적체 중인 미분양 리스크 여전
국내 부동산 거래량 추이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부동산인포가 2006년~2022년까지의 매매거래량(출처: 한국부동산원), 일반분양(출처: 부동산R114), 미분양가구(출처: 국토교통 통계누리) 추이를 살펴보면 매매시장과 미분양은 ‘반비례’ 관계다.
2006년 72.1만건을 기록했던 전국 아파트 매매거래는 2007년엔 53.9만건까지 감소했다. 이 기간 전국 미분양 가구는 10만가구를 넘었고 2008년에는 리먼브라더스 사태까지 터지며 16.5만가구까지 치솟았다.
기존 아파트의 매매가 활발하게 이뤄지면 수요자들은 차츰 신규분양으로 눈을 돌린다.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서 분양아파트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미분양도 이때 소진이 빨라진다.
2020년 당시 전국 아파트매매 거래는 약 93.4만건을 기록했고 가격도 올랐다. 수요자들은 가격 경쟁력을 갖춘 분양으로 눈을 돌렸고 미분양가구 소진으로 이어져 당시 전국 미분양가구는 1만9005가구까지 줄었다.
하지만 금리인상 여파로 2022년 매매거래는 29.8만건까지 급감했고, 분양시장도 함께 위축 돼 1년 새 미분양가구는 약 3.9배가 증가한 6만8107가구로 급증했다.
통상 거래와 가격의 흐름은 유사하다. 그러나 거래가 늘어도 당장 시세가 오르는 것은 아니다. 급매나 저가매물 위주의 거래는 거래량을 늘지만 가격 변동률은 마이너스가 된다. 가격이 플러스 변동률을 기록하려면 종전보다 오른 가격의 물건들이 거래돼야 하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은 상황이다.
거래가 감소했지만 가격이 오른 경우도 있다. 2021년은 2020년에 비해 거래량이 감소했지만 가격 변동률이 매우 높다. 이 시기는 매도자들이 가격을 올리거나 매물을 거두는 등 매도우위 시장으로, 오른 가격에 매입을 하는 매수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거래 빈도는 줄었지만 높은 가격에 거래가 이뤄진 것이다.
2022년엔 거래급감과 함께 변동률(-3.43%)도 크게 하락했다. 이때는 시중 싼 매물이 증가했고, 실수요자 중심으로 거래가 적게 이뤄졌기 때문이다.
◇ 적은 거래량 탓에 유의미한 분석 어려워...“바닥은 지나봐야 알 수 있는 것”
최근에는 ‘바닥’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 좋아할 만한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 증가 소식도 전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평년보다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지역 2020년 월평균 아파트매매거래는 6749건이며 △2021년 3498건 △2022년 1000건 등의 순이다. 올해 1월 1220건은 지난해 평균보다는 많긴 하지만 이전해 등과 비교하면 여전히 적다.
결국 지금의 시장은 집값 ‘바닥론’을 논할 단계는 아니란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현 주택시장은 고금리, 거래량 감소(평년보다), 미분양 증가, 신규분양 감소 등 악재들이 산재하다. 3.50%인 기준금리에서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까지 불안정한 상황이다. 최근 거래 증가는 저가, 급매물 일부의 일시적 소진된 것으로 거래 분위기가 계속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부동산인포 권일 리서치팀장은 “바닥은 지나봐야 알 수 있는 것이다. 다만, 현재의 거래 수준으로 봤을 바닥을 논하기는 이르다”며, “상반기 전후로 지난해 거래량(29.8만건)의 70% 안팎을 기록할 만큼 거래가 이뤄져야 하며 급매물이 사라지기 직전이 바닥이라고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권일 팀장은 “수요자들은 바닥에 집중하기 보다는 시중 매물이 어떻게 나오고 들어가는지 봐가면서 저가 매물을 중심으로 매수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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