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시작된 미 연방준비제도와 우리나라 한국은행의 급격한 금리인상에서 비롯된 금융·건설업계의 자금경색이 점점 심화되는 분위기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국내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125조3천억원으로 2021년 말(110조2천억원)보다 15조1천억원 늘었다. 2020년 말 90조3천억원과 비교하면 35조원 급증한 수치다.
같은 기간 연체율도 뛰었다. 증권사 연체율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8.2%로 2021년 말(3.7%)보다 4.5%p 상승했다. 2019년 말(1.3%)보다는 6배 넘게 오른 것이다. 저축은행 연체율은 2.37%로 2021년 말 대비 1.18%p, 여신전문회사 연체율은 1.07%로 0.6%p 상승했다. 보험사 연체율 역시 0.40%로 0.33%p 높아졌다. 이에 따라 은행까지 포함한 전 금융권 연체율은 같은 기간 0.38%에서 0.90%로 0.52%p 올랐다.
이미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미분양물량은 6만8천호로 심리적 안정선에 해당하는 6만호를 훌쩍 넘었다. 특히 공사가 끝난 뒤에도 분양되지 못한 악성 미분양인 '준공 후 미분양'은 7518호로 전월보다 5.7% 증가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둔촌주공이 저 정도면 다른 단지들은 어지간한 분양가로는 명함도 내밀기 힘든 수준이 됐다”며, “지방은 고사하고 경기나 인천에서도 계약은커녕 순위 내 청약마감조차 기대하기 어려워졌고, 앞으로도 이런 분위기가 길어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분양시장이 악화되다 보니, 새 아파트를 지을 땅마저 팔리지 않는 사태까지 이어졌다. LH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입찰 공고를 내고 분양에 들어간 공동주택용지 총 8개 필지 가운데 매각이 완료된 필지는 인천 검단과 경북 칠곡 북삼지구 아파트 용지 2개뿐이며, 전체의 75%인 6개 필지는 신청기업이 없어 유찰됐다.
남양주 진접2 주상복합용지 2개 필지를 비롯해 군포 대야미 주상복합용지, 구리 갈매역세권 및 김포 한강신도시 아파트 용지 등 수도권 유망 택지들이 줄줄이 미분양된 것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호황기에는 어떤 위치에건 공급만 이뤄지면 특별한 홍보 없이도 입소문만으로 완판되는 경우도 많았지만 지금은 시장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며, “이런 시기에는 무리한 사업 확장보다는 일단 있는 것만 잘 지키자는 안전 중심 전략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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