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김 부회장의 연임 여부는 중요하다. ‘그로서리 1번지’를 목표로 1조 원 투자를 계획한 ‘오카도 프로젝트’의 운명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올해 말 완공 후 내년 상반기 가동 목표였기 때문에 계획이 변경된 것은 아니다”라며 “정확한 가동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고, 현재 내부 설비 점검 중”이라고 설명했다.
오카도는 김 부회장이 2022년 온라인 그로서리 시장 1위를 목표로 야심차게 내놓은 프로젝트다. 오는 2030년까지 1조 원을 투입해 부산을 시작으로 전국 6개 CFC를 구축, 2032년까지 매출 5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이다.
오카도가 롯데쇼핑의 미래 먹거리이기도 한 만큼 김 부회장은 이 프로젝트를 성공시켜야 한다는 큰 숙제를 안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그는 2021년 첫 외부인사 대표로 영입된 이후 연임을 거쳐 5년째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에 김 부회장의 연임 여부는 ‘오카도 프로젝트’와 연관지어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출시 직후 소비자들은 느린 배송, 불안정한 기능, 사용자 인터페이스(UI) 및 사용자 경험(UX) 불편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AI 장보기’라는 핵심 콘셉트도 엉뚱한 상품 추천이 이어지며 만족도를 높이지 못했다. ‘롯데마트 제타’의 월간활성이용자(MAU,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 기준)는 지난 4월 83만 명에서 5월 66만 명, 8월 60만 명으로 내리막을 타고 있다.
이런 까닭에 오카도 협업의 성과는 CFC 가동 여부에 달렸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하지만 롯데쇼핑은 더 큰 문제에 직면했다. 국내외 유통업 환경이 급변하면서 믿고 있던 오카도마저 흔들리고 있어서다.
오카도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잘나가던 기업이었지만 글로벌 경기 불황이 심각해지면서 경쟁력이 대폭 약화됐다. 2020년까지 영업이익을 내던 오카도는 이듬해부터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기준 오카도는 이자 및 세금 지불 이전 수익(EBIT)에서 2억4400만 파운드(약 4680억 원)의 손실을 냈다.
최근에는 오카도의 핵심 파트너사인 미국의 소매 유통업체 크로거(Kroger)가 등을 돌렸다. 크로거는 지난 18일 오카도의 자동화 서비스를 사용한 3개 창고를 폐쇄한다고 밝혔다. 크로거는 미국 메릴랜드주 프레더릭, 위스콘신주 플레전트 프레리, 플로리다주 그로브랜드에 있는 창고를 내년 1월 폐쇄할 예정이다.
크로거가 폐쇄 계획을 밝힌 건 지난해부터다. 크로거는 CFC 대신 퀵커머스에 초점을 맞춘 경영 전략을 추진 중이다. 회사 측은 “수요 밀도가 높은 온라인 주문의 자동화된 창고 처리를 계속 사용하는 한편 물량이 많은 지역에서는 자본이 적게 들고 매장 기반 자동화를 시험하는 하이브리드 풀필먼트 네트워크로 전환할 것”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최근 배달앱 도어대시(Door Dash), 우버이츠(Uber Eats), 장보기 플랫폼 인스타카트(Instacart)와 같은 배달 서비스 제공업체와 협력 관계를 확대했다.
자연스레 롯데쇼핑의 오카도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나온다.
국내 온라인 그로서리 시장이 쿠팡·컬리·SSG닷컴 등 강자 중심으로 재편된 데다, 유통업계의 관심이 1시간 내 배송·즉시배송 중심의 퀵커머스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마트·홈플러스·SSM·편의점 등은 퀵커머스 경쟁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크로거의 CFC 폐쇄 소식에 오카도의 주가는 지난 18일 하루 17% 이상 하락했고, 회사 가치는 약 3억5000만 파운드가 감소했다. 어느덧 오카도의 주가는 2018년 런던 증권거래소 상장 당시의 180펜스보다 낮아졌다. 투자회사 쇼어 캐피털(Shore Capital)의 리테일 분석가 클라이브 블랙은 크로거의 발표를 두고 “오카도에 대한 압도적인 일격”이라고까지 표현했다.
오카도가 흔들리면서 롯데쇼핑은 진퇴양난에 빠진 양상이다. 업계에서는 롯데쇼핑이 목표로 한 CFC 6개 완공은 쉽지 않을 거라고 전망한다.
현재 롯데쇼핑의 부산 CFC는 내년 상반기 가동을 앞두고 있고, 2호 CFC는 수도권 지역인 경기도 일산에 건립을 추진 중이다. 당초 야심차게 추진했던 것과 달리 오카도의 경쟁력이 예전만 못하면서 김 부회장의 청사진도 빛이 바랠 위기에 처하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 시장이 지속적으로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CFC는 한발 늦은 선택”이라며 “CFC가 완성된 이후에야 알 수 있겠지만, 기대했떤 성과를 내기가 쉽진 않을 것”이라고 봤다.
박슬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seulg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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