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의 지속적인 금리인상과 글로벌 경기침체, 지난 2년간 폭등한 집값에 대한 고점인식 등으로 불과 1년 사이 건설부동산시장은 작년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본 기획에서는 올해 건설부동산 시장에서 발생했던 10대 이슈들을 선정해 되짚어보며 한 해를 결산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편집자 주]
올해 9월, 고금리와 원자잿값 상승으로 안 그래도 울고 싶었던 건설업계에 또 하나의 거대한 폭탄이 떨어졌다.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촉발시킨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부동산PF 우발채무 논란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레고랜드 디폴트 논란은 과거 강원도가 지급보증을 했던 2050억원 규모의 레고랜드 건설 관련 자산유동화기업어음의 부도처리에서부터 시작됐다. 레고랜드 부동산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증권은 국내 증권사 10곳, 운용사 1곳이 보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담보가치가 워낙 크다 보니 기업이나 프로젝트에 대한 신용도의 중요성도 다른 대출보다 높은 와중에, 국채에 준하는 신용도를 지닌 지방채 시장의 디폴트 선언으로 인해 일반 기업들의 신용도까지 다 같이 바닥에 떨어지는 최악의 사태로 이어졌다.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자 김진태 지사는 10월 21일, 기존의 입장을 번복하고 문제가 된 ABCP 2050억원을 2023년 1월까지 전액 상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사태 직후 우발채무 규모가 다른 건설사에 비해 큰 것으로 알려진 시공능력평가 10위 안에 드는 한 건설사와, 지상파 방송사와 같은 그룹계열 건설사 등이 부도가 날 것이라는 뒤숭숭한 소문이 도는가 하면, 지방에서는 실제로 부도처리된 건설사들도 속속 등장했다.
지난 10월 충남지역 건설사인 우석건설이 납부 기한 어음을 막지 못해 1차부도처리된 것에 이어, 11월에는 경남 창원 중견 건설업체인 동원건설산업(주)이 최종 부도처리됐다. 동원건설산업은 지난 25일(1차)과 28일(2차) 도래한 총 22억원의 어음결제를 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까지는 지방 건설사에서만 부도사태가 발생했지만, 이 같은 물결이 수도권 대형 건설사들까지 덮친다면 그 여파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큰 상황이다. 특히 외형확장에 집중하는 사이 우발채무 규모가 커진 건설사들이 분양 빙하기까지 맞물리며 더 큰 위기에 놓일 수도 있다는 비관적인 관측도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연말 들어 국내 주요 신용평가사들은 일부 건설사들의 장기신용등급 전망을 하향조정하는 등, 심상치 않은 내년 전망을 예고하고 있는 상태다.
서울 대형 사업장에도 영향이 미쳤다. 대표적으로 ‘단군 이래 최대 규모’로 주목을 모았던 둔촌주공아파트(단지명 올림픽파크 포레온) 재건축 사업의 경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차환 발행이 실패하면서, 시공사업단이 보증한 사업비 7천억원을 상환해야 할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다행히 천신만고 끝에 지난 10월, 시공단은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통해 이자를 포함한 기존 사업비 7231억원을 조달하며 급한 불은 껐다.
최근 대한건설정책연구원 ‘2023 건설·주택 경기전망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맡은 박선구 연구위원은 “건자재값 상승에 따른 공사비 증가, 고금리로 인한 자금조달의 어려움으로 인해 내년 건설투자는 0.4% 감소할 것”이라며, “시중금리가 오르면 건설투자는 위축될 수밖에 없고, 내년 상반기까지는 자금조달 여건이 크게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정부의 지원을 기대해볼 순 있지만, 신용등급이 낮은 중소·중견·지방 건설업체들은 자금조달에 한계가 있다”며 “만약 건설업체가 도산하면 전문건설업체들의 줄도산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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