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은행권 자금조달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한 달여 간 막혀 온 은행채 발행을 일부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모 은행채 발행을 통해 은행 간 은행채 거래를 허용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은행권 유동성 확보를 위해 은행들과 은행 간 은행채 인수 관련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음 주 초 은행권과 회의를 열어 자금조달 방안을 논의하고 조만간 대책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금융당국은 국민은행에서 다른 은행이 매입할 수 있는 사모 은행채 발행을 시작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후 효과를 살펴보고 은행권 전반으로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권대영 상임위원은 지난 28일 브리핑에서 “수신도 안 되고 은행채 발행도 안 되면 돈이 어디서 나오냐를 놓고 금융권과 논의하고 있다”며 “은행이 시장 안정을 위해 다양한 방안으로 돈을 쓰는 데 부족함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하고 있고, 은행채도 고려의 대상으로 합리적인 방안을 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은행채 발행이 공모 형식으로 진행되면 시장의 자금을 흡수할 가능성이 있는 반면 사모 형식 발행을 통해 은행 간 매입할 경우 개별은행이 보유한 유동성을 은행끼리 분배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은행권에서는 한국은행이 유동성 공급을 위해 은행채를 금융중개지원대출 적격담보증권(시중은행이 한은에 내는 대출 담보물)에 포함시킨 만큼 타 은행채 매입을 통해 유동성 비율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들은 한은에 은행채를 담보로 납입해 자금을 지원받는 대신 국채를 보유하게 돼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준수에 활용할 수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채 발행도 수신금리 인상도 막혀 은행이 자금조달 할 방법이 없는 가운데 유동성규제비율은 맞춰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보니 금융당국에서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금융당국은 채권시장 경색을 해소하기 위해 은행권에 은행채 발행을 자제해달라고 권고했다. 이에 주요 은행은 지난달 21일 이후 한 달 넘게 은행채를 발행하지 않고 있다. 5대 은행의 은행채 순발행 실적은 지난달 21일 국민은행의 1400억원이 마지막이다.
금융당국은 시중자금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 은행권에 수신금리 인상 경쟁을 자제해달라고도 요청한 상태다. 은행의 예금금리 인상이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져 가계와 기업의 부담을 가중할 수 있고 은행이 시중자금을 빨아들여 제2금융권의 유동성 부족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은행채 발행과 예금 수신 등 은행의 대표적인 자금조달 수단이 모두 막힌 셈이다. 은행권이 난처한 처지에 처하자 금융당국은 은행의 자금공급 여력을 위해 지난 28일 예대율(예수금 대비 대출금 비율) 규제 추가 완화 조치를 발표했다.
지난달 예대율 규제 비율을 100%에서 105%로 확대한 데 이어 예대율 산정 시 대출금에서 중기부, 문체부 등 정부 자금을 재원으로 하는 소상공인 시장진흥기금 대출, 관광진흥개발기금 대출 등 11종의 대출을 제외하기로 했다.
다만 사모 형태의 은행채 거래는 공정거래법상 담합에 해당할 수 있어 법률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복현닫기이복현기사 모아보기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4일 금융공모전 시상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다양한 방안으로 은행 유동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공정거래법상 이슈와 관련된 문제점을 제거하면서 은행들이 서로 은행채 등 자금을 융통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28일에도 “상당히 구체적으로 검토가 됐다”며 “다양한 옵션을 가지고 언제 쓰는 것이 효과적인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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