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20일 5대 시중은행과 자금조달 현황을 점검한다. 최근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은행채 발행은 급격하게 늘면서 시장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1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20일 오전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 자금담당 임원들과 회의를 열고 자금조달 현황을 점검할 예정이다.
이날 회의에는 부행장 등 임원뿐 아니라 부장 등 실무자급도 참석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평소에도 시장을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자금조달 관련 상황과 동향을 자세히 파악하고 건의 사항을 듣기 위한 자리가 될 것”이라며 “국감도 앞두고 시간이 여의찮아 긴급하게 요청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시중은행들은 은행채를 대거 발행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채 발행액은 25조8천800억원으로, 월별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달 들어서는 이날까지 총 1 2조8600억원의 은행채가 발행됐다.
은행채 발행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건 금리 급등과 경기 침체에 따른 신용 리스크가 겹치면서 회사채 시장이 냉각된 영향이다. 회사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기업들은 회사채 발행 대신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이에 은행들은 은행채를 통해 기업 대출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환율 상승으로 인한 국고채 조달 자금 마련과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제고도 은행채 발행이 급증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국내 은행은 외환파생상품 거래 시 외국계은행과 익스포저에 따른 담보(증거금)를 주고받는데, 환율이 오르면 변동증거금 신용보강약정서(VM CSA)에 따라 국내 은행이 담보를 추가로 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이때 담보는 통상적으로 국고채나 통안채로 주고받는다.
증거금으로 들어간 국고채나 통안채 등은 LCR에서 빠지면서 LCR 비율이 하락하는 점도 문제다. 금융당국이 코로나19 사태로 완화했던 LCR 규제를 정상화하면서 은행들은 올해 10~12월 92.5%, 내년 1~3월 95%의 LCR 비율을 달성해야 한다. 내년 7월엔 100%로 강화된다.
은행채 발행금리는 급등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18일 3000억원 규모의 3개월 은행채를 4%에 발행했다. 같은 날 'AAA'등급 은행채 3개월물 민평금리 대비 50.4bp(1bp=0.01%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은행채 발(發) 수급 부담은 국내 채권시장 전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창용닫기이창용기사 모아보기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2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한전채나 은행채 등 초우량 회사채 발행량이 늘어 그 밑에 신용이 낮은 회사채들의 크레딧 스프레드가 확대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 신용위험 전가보다 유동성 문제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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