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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 60년 파노라마…석유서 수소로 이노베이션

기사입력 : 2022-10-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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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유공 설립…SK 인수후 매출 42배↑
‘석유→탈탄소’ 배터리·재활용 혁신의 연속

SK이노 60년 파노라마…석유서 수소로 이노베이션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곽호룡 기자] 국내 대표 에너지 기업 SK이노베이션(부회장 김준닫기김준기사 모아보기)이 창립 60주년을 맞았다. 1962년 국내 최초 정유회사 대한석유공사(유공)로 시작한 SK이노베이션은 선경(현 SK)에 인수된 뒤 본격적인 사업다각화가 진행됐다.

그 결과 인수 직전인 1979년 매출 1조1200억원에서 2021년 46조8429억원으로 거의 42배나 성장했다. 2000년대 이후 최태원닫기최태원기사 모아보기 회장 시대에선 ESG(사회·환경·지배구조)경영이라는 시대적 화두에 대응하며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국내 최대 정유기업 안은 SK
유공 지분 50%를 갖고 사실상 한국 원유 공급을 담당하던 미국 석유 메이저 걸프가 1980년 지분 매각을 통한 전면 철수를 결정했다.

이때 정부는 유공 민영화를 추진했다. 중동 산유국들이 가격 흥정에 유리하도록 민간 직거래 비중을 점차 늘려가는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정부 입장에서는 안정적으로 원유를 공급하면서 향후 정유사업에서 막대한 투자를 할 수 있는 건실한 기업을 찾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다.

반면 민간 부문에서는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 줄 유공 쟁탈전인 만큼 삼성을 포함한 국내 굴지 대기업들이 뛰어들었다. 최종현 회장의 선경그룹도 인수전에 참전했다.

1972년 형 최종건 회장이 세운 섬유기업 선경을 이어받은 최종현 회장은 회사가 한 단계 도약하려면 섬유 제작 이전 단계인 원유 공급부터 정제까지 수직계열화가 필수라고 봤다.

이를 위해 1970년대 정유·화학사를 설립하는 등 역량을 키워왔다. 이 과정에서 맺은 중동 네트워크 등은 유공 인수에 큰 도움을 주었으나, 당시 사업 자체는 석유파동으로 원유가격이 폭등하는 어려움에 직면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최대 정유사 유공 인수는 단숨에 경쟁력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일생일대 기회였다.

정부는 선경 측에 유공 인수 조건으로 일정 분량의 원유를 낮은 가격에 확보, 원유 구매에 필요한 현금유지, 정유설비 증설, 유공 자금 계열사 유출 금지 등을 내걸었다. 최종현 회장은 이를 어길시 즉시 유공 경영에서 손을 떼겠다고 약속하며 최종 인수를 성사시켰다.

사명감으로 일군 석유개발 사업
최종현 회장이 유공을 인수하고 내세운 프로젝트가 ‘무자원 산유국’이다. 그는 기름 한 방울 나지 않은 나라에서 안정적 공급이 가능하려면 단순히 원유를 사오는 것이 아니라 직접 해외 자원개발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믿었다.

석유파동 위기감은 국가적 원유 공급사업을 맡게 되면서 국가 에너지 안보라는 사명감으로 확대된 것이다.

당시 이 같은 프로젝트에 우려 목소리도 많았다. 해외 유전 개발은 성공률이 5%에 불과하기 때문이었다. 막대한 투자금을 들이고도 실패할 가능성이 높았다. 실제 1983년 인도네시아 카리문, 1984년 아프리카 모리타니아 등 광구 개발 사업에 투자했지만 아무 소득 없이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

그럼에도 최 회장 석유개발 사업을 포기하지 않고 그대로 밀고 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결실을 봤다. 1984년 투자한 북예멘 마리브에서 추정 매장량 10억 배럴의 대형 유전을 발견했다. 이 유전에서 생산한 원유는 당시 국내 평균 원유 도입량의 4%를 담당했다.

SK는 최종현 회장 경영정신을 이어받아 현재까지도 해외 자원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1990년대 동남아시아 광구 탐사를 비롯해 2010년 중반대에 들어서는 미국 셰일오일 개발에도 진출했다.

석유개발을 담당하는 사업은 지난해 10월 SK어스온이 SK이노베이션 자회사로 독립해 진행하고 있다. 이 밖에 SK㈜ 계열사인 SK E&S도 천연가스 자원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최종현 회장의 수직계열화는 1991년 완성됐다고 평가받는다. SK 울산CLX에 완공된 9개 설비를 새롭게 지었는데 합성섬유 원료인 파라자일렌(PX) 제조시설도 이 때 마련했다. PX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나프타로 만드는데, 페트병 등에 사용되는 폴리에스터 기초 원료다. 원유개발부터 정유, 석유화학, 섬유 등 완성형 사업구조를 갖게 된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의 다양한 사업구조는 현재도 회사를 지탱하는 힘이다. SK이노베이션은 국제 유가가 바닥을 찍었던 2017년 3조2000억원대 영업이익을 냈다. 이 가운데 1조4000억원은 석유화학에서 5000억원 가량은 윤활기유 사업에서 내며 석유사업(1억5000억원)을 뒷받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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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톱’ 향한 대규모 투자
1998년 취임한 최태원 회장은 정유·화학 사업을 글로벌 무대로 계속 확장시켜 나갔다. 특히 에너지 사업도 기술 중심으로 끊임 없는 혁신을 통해 신사업으로 진출해야 한다는 의미로 2011년 사명을 지금의 SK이노베이션으로 변경했다.

최태원 회장이 설파하는 경영철학은 ‘딥 체인지(근본적인 변화)’다.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에 대응하지 못하면 아무리 탄탄한 기업이라도 무너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태원 회장은 에너지 사업에서 갈수록 거세지고 있는 친환경 트렌드에 주목했다. 정유·화학업계 핵심 먹거리인 내연기관 시대가 저물고 전기차로 전환하는 흐름을 간파한 것이다. 최태원 회장은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통해 또 한 번의 변신에 도전했다.

하지만 SK 배터리 진출은 후발 주자로 평가받는다. 다른 배터리 회사들과 비교해 생산규모가 적었기 때문이다. 최태원 회장은 2018년 첫 해외 배터리 생산거점인 헝가리 공장 기공을 시작으로 “글로벌 배터리 톱3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최 회장은 미국 배터리 사업에만 70억 달러(약 10조원)를 투자하겠다는 공격적인 계획도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정권에서 미국은 유럽·중국에 비해 전기차 등 친환경 정책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는데, 다소 늦게 사업 확장에 나선 SK 입장에서는 오히려 기회가 됐다.

탄소중립은 새로운 기회
혁신은 기존 사업에도 예외가 아니다. 최태원 회장은 “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은 새로운 도약의 기회”라고 역설한다. 그는 지난 3월에도 SK 울산CLX를 직접 찾았다.

울산CLX는 1964년 유공 시절 가동한 국내 최초 정유공장이 시초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에너지는 석유 중심에서 전기로 바뀔 것”이라며 “울산CLX는 전기, 수소, ESS 등 탈탄소 기반 에너지를 만들어 낼 충분한 역량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최 회장은 에너지사업을 담당하는 계열사에 탄소중립 중심 사업전환 계획이 투자자를 설득할 수 있는 ‘파이낸셜 스토리’를 만들라고 주문했다.

이에 SK이노베이션 계열사들은 일부 분사와 사명변경 등을 통해 신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했다. 최근에는 울산CLX에 오는 2027년까지 약 5조원을 투자해 205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하겠다는 청사진도 내놓았다.

탄소중립은 현재 탄소 배출량을 미래에도 유지하는 것이라면, 넷제로는 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것으로, 더욱 적극적 의미를 갖고 있다.

지난해 SK종합화학에서 사명을 변경한 SK지오센트릭이 넷제로 성장을 주도한다. SK지오센트릭은 기존 석유화학 제품을 재활용하고 바이오 원료를 적극 도입하는 ‘친환경 화학’을 핵심 사업으로 내세웠다.

이 회사는 2025년 하반기까지 울산CLX 안에 ‘폐플라스틱 재활용 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외부 협력을 통해 폐플라스틱·비닐 등 석유제품을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녹이는 신기술이 도입된다. 폐플라스틱을 석유로 다시 만든다는 의미에서 ‘도시유전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SK이노베이션과 SK에너지는 공장 가동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를 땅이나 해저에 묻는 신기술 CCS(탄소포집저장) 역량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 이 기술은 울산CLX 수소 생산 과정에 적용해 ‘블루수소‘를 만들 예정이다.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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