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형(혼합형) 금리는 4.89~7.176%로, 7%대를 넘어섰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지난 8월 25일(3.77~6.069%)과 비교하면 약 두 달 만에 금리 상단이 1%포인트가량 올랐다. 5대 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신규 코픽스 연동)도 이날 기준 4.40~6.848%로 7%에 육박했다. 신용대출(1등급·1년)과 전세대출 상단 금리는 각각 6.94%, 6.6%에 이른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시장금리와 수신금리가 높아지면서 은행 대출금리도 상승한다. 은행 대출금리는 지표 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한 값으로 산정된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은 이미 시장금리에 선반영된 상황이다. 고정형 주담대 금리의 지표가 되는 은행채(무보증·AAA) 5년물은 11일 5.023%에 거래를 마쳤다. 은행채 5년물이 5%대를 넘어선 것은 2010년 8월 이후 12년 만이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수신금리가 오르면 이와 연동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와 변동형 주담대 금리도 차례로 인상된다. 시중은행들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을 반영해 수신금리를 잇달아 올리고 있다. 앞서 7월 한은이 빅스텝을 단행하면서 7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사상 최대폭인 0.52%포인트가 뛰었다. 8월 신규 코픽스의 경우 2.96%로 2013년 1월 이후 9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신규 코픽스(1.69%)와 비교하면 올 들어 1.3%포인트 올랐다. 9월 코픽스는 오는 17일 발표될 예정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앞서 3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한꺼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은 데 이어 올해 남은 11월과 12월 각각 0.75%포인트, 0.5%포인트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은도 한미 금리 역전에 대응해 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차주들의 이자 상환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는 점이다. 한은이 최근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가계부채 현황 자료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포인트만 올라도 전체 대출자의 이자는 약 3조3000억원 늘어난다. 기준금리 인상 폭이 0.50%포인트일 경우 이자 증가액은 6조5000억원이다. 올해 2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에 은행·비은행 금융기관의 변동금리부 대출 비중 추정치(평균 74.2%)를 적용해 산출한 결과다.
특히 취약 차주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빚투’(빚내서 투자)족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부실 위험이 늘어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은이 지난달 22일 발표한 '9월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1%포인트 상승할 경우 전체 가계대출 연체율은 0.352%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취약 차주 연체율은 0.966%포인트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취약차주(0.199%포인트 상승) 대비 연체 위험이 5배 가까이 높았다. 청년층 가운데 대출금을 5억원 이상 보유한 과다 차입자의 연체율은 1.423%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가계대출 연체율 상승폭의 4배 수준이다.
한은은 “금리 상승에 따른 잠재 리스크 현실화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채무 상환 부담이 가중됨에 따라 가계 취약차주 및 과다 차입자, 저소득·영세 자영업자, 한계기업 등 취약부문 중심으로 부실 위험이 증대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관련기사]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