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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2022 한국금융투자포럼] 오건영 부부장 “인플레 진정, 냉정한 판단 필요”

기사입력 : 2022-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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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부양책·임금상승세, 물가 끌어올려”
“인플레 충격 이후엔 저성장·저물가 국면”

▲ 오건영 신한은행 부부장이미지 확대보기
▲ 오건영 신한은행 부부장
[한국금융신문 한아란 기자] “부른 고점에 대한 판단보다는 미국 인플레이션이 완화되는 시점에 냉정한 판단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오건영 신한은행 부부장은 오는 20일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리는 ‘2022 한국금융투자포럼’에서 40년 만에 일어난 인플레이션의 원인과 전망을 짚는다.

오 부부장은 올해 3가지 주요 이슈로 지정학적 불안과 미국 금리 인상, 인플레이션 등을 꼽았다.

우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강력한 규제 등으로 인한 성장 둔화 우려, 확전 양상으로 치달을 경우 불안감 고조 등이 지정학적 불안 요인이 자리 잡고 있다고 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급격한 긴축 통화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연준은 지난 6월과 7월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잇달아 두 차례 단행했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오는 20~21일(현지시간) 열리는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해 세 차례 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각에서는 좀처럼 꺾이지 않는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한번에 1%포인트 올리는 ‘울트라스텝’ 가능성도 거론된다.

오 부부장은 “미국은 2000년대 들어 가장 빠른 속도의 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다”며 “성장 둔화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인플레이션은 디플레이션 압력에서의 급격한 전환”이라며 “1970년대 수준의 강한 인플레이션 압력 부담이 있고 연약한 성장 상황 하에서 이 같은 인플레이션 충격은 치명적”이라고 진단했다.

오 부부장은 또 1970년대 4차 중동 전쟁이 국제 유가 상승을 촉발하며 석유 파동 국면으로 이어진 사례를 언급하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에너지 가격 불안으로 인한 물가 상승 우려를 점증시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요 에너지 생산국에서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인플레이션 자극의 주요 원천”이라고 설명했다.

오 부부장은 40년 만의 인플레이션 부활의 이유로 ‘수요의 폭발’과 ‘공급 사이드 불안’, ‘연준의 실수’ 등을 제시했다.

그는 “금융 위기 이후 미국은 디플레이션 압력을 크게 받는 등 인플레이션에서 상당히 멀어진 상황이었다”며 “디플레이션 압력이 강했기 때문에 약간의 긴축에도 인플레이션 압력은 쉽게 사그라들었다”고 되짚었다.

이어 “코로나 사태 직후 미국 연준은 기준금리를 제로로 인하하면서 경기 부양에 나서게 됐고, 기준금리 인하로도 금융 시장의 혼란이 완화되지 않자 양적완화라는 비전통적 통화 정책 역시 도입했다”며 “2008년 금융 위기 당시의 부양 강도보다 짧은 기간에 훨씬 많은 유동성을 시중에 공급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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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의 통화 정책뿐 아니라 정부의 강력한 재정 지원도 이어졌다. 오 부부장은 “재정 정책 역시 금융 위기 당시의 레벨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소비를 자극했다”며 “미국 국가 부채액 증가 속도 역시 기존의 속도를 훨씬 넘어서는 수준”이라고 했다.

강력한 재정 및 통화 정책은 코로나 직후 미국의 강한 수요 폭발을 야기했고, 금융 위기 이후의 추세선을 웃돌 정도로 단기 수요의 강한 급증세가 이어졌다.

짧은 기간에 집중된 유례없는 경기 부양책으로 수요 측면의 물가 상승 압력이 강해진 것이다.

오 부부장은 “수요 폭발에 대응하기 위한 기업들의 고용 확대는 임금의 상승으로 이어졌다”며 “경기 부양책뿐 아니라 임금 상승세까지 가세하며 미국 물가는 연준의 목표치인 연 2%를 크게 웃돌고 있다”고 말했다.

공급이 수요의 폭발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공급망 불안으로도 이어졌다. 오 부부장은 “수요 폭발에 대응하기 위한 생산의 급격한 확대는 원자재 가격의 급등을 야기했고, 코로나 당시 국제 유가의 큰 폭 하락을 경험했던 산유국들의 소극적인 증산 역시 유가 상승의 원인”이라며 “연준의 유동성 공급으로 인한 투기 수요까지 겹치면서 전반적인 원자재 가격 상승세는 이어질 조짐”이라고 말했다.

오 부부장은 이 과정에서 연준의 실수가 있었다고 짚었다. 그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짐에도 불구하고 연준은 양적완화 및 제로금리를 장기간 유지한 바 있다”며 “인플레이션 급등을 방치한 만큼 해결을 위해서는 보다 강한 긴축을 단행해야 할 개연성을 높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해 6월 “현재의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인 현상이고 장기적으로는 2%에 수렴할 것”이라며 “2% 안팎의 인플레이션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들이 있고 1970년대에 봤던 일들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 아닌 지속적인 현상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연준의 스탠스도 급변하기 시작했다.

오 부부장은 “1970년대 강했던 인플레이션은 볼커 의장의 강한 긴축에 의해 해결됐지만 인플레이션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처방했던 강한 긴축은 실업률의 급등으로 이어졌다”며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질 경우 치러야 할 비용이 크기 때문에 연준의 스탠스가 보다 빨라졌다”고 설명했다.

미국 금리 인상 영향을 반영하며 국내 주식과 외환 시장 역시 약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오 부부장은 “미국과의 금리차가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국내 기준 금리 인상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고 이로 인해 국채 금리는 상승했다”며 “섣부른 고점에 대한 판단보다는 미국 인플레이션이 완화되는 시점에 대한 냉정한 판단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기준금리 0.5%포인트의 빅스텝 인상이 마지막으로 단행됐던 때는 2000년 5월 16일 FOMC였는데, 당시 인상 이후 불확실성 해소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반영되면서 주식 시장은 반등 흐름을 나타냈다”면서 “이후 실물 경기 둔화 우려를 반영하면서 금리 인하 전환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은 약세 흐름을 보였다”고 언급했다.

인플레이션 충격 이후에는 저성장·저물가 국면이 펼쳐질 것으로 내다봤다.

오 부부장은 “중장기적 노령화로 인한 저성장 우려를 감안하면 인플레이션 기대를 사전에 제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생산성 제고를 통한 지속가능한 성장에 대한 필요성이 보다 강하게 부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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