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감과 절실함입니다. 이런 것들이 배어나왔을 때 상대방을 감동시킬 것이라 생각합니다. 취업준비생분들 모두가 절실하시기 때문에 잘되시리라 믿습니다.”(이재근닫기이재근기사 모아보기 KB국민은행장)
24일 서울 동대문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 코로나19 확산 이후 3년 만에 대면으로 개최된 이번 행사에는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장이 직접 은행 부스를 찾아 취준생들을 격려했다.
2017년부터 시작해 올해 6회째를 맞은 금융권 공동 채용 박람회는 24~25일 이틀간 열린다. 박람회에는 은행연합회·금융투자협회·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여신금융협회·저축은행중앙회 등 6개 금융협회 주최로 금융권 58개사가 참여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도 축사에서 “일자리 확보는 청년이 자립하는 첫 단계로써 주요국에서도 높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며 “정부도 일자리 마련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범부처 차원에서 창업과 취업 지원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장들은 개막식 이후 단체로 ‘메타버스 모의 면접관’을 방문했다. 올해 처음으로 운영되는 이 면접관은 메타버스로 금융권 면접을 체험하고 전문가의 맞춤형 피드백을 제공받는 부스다.
이재근 국민은행장은 기자와 만나 신입 직원에게 바라는 덕목에 대해 “전문성도 좋지만 도전정신과 패기가 있으면 좋겠다”며 “은행이 아무래도 예전엔 고리타분했지만, 요즘엔 많이 바뀌었다. 직접 와서 변화를 리드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 저희 때는 몇 군데 골라서 가고 했는데 요새는 취직하기가 어려워 하늘의 별 따기 같다”며 “그만큼 어렵지만 절실하고 원하는 게 있으면 반드시 이뤄지리라 본다”고 강조했다.
권준학 농협은행장은 농협은행의 인재상에 대해 “기본적으로 지역과 함께하는 성실한 자세와 미래사회를 준비하는 등 두 가지를 겸비해야 한다”며 “중요한 덕목은 협력이다. 동료를 이해하고 소통하고 상생하는 인재이면서 미래적인 부분을 함께 갖추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은행 부스에는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역임한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이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진옥동닫기진옥동기사 모아보기 신한은행장, 박성호닫기박성호기사 모아보기 하나은행장, 이원덕닫기이원덕기사 모아보기 우리은행장도 각 은행 부스에서 직원과 구직자들을 격려했다. 은행장들은 공채 계획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재근 행장은 “전체적인 틀은 있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없는데, 올해는 수백 명 규모로 채용을 예상하고 있다”며 “신입사원뿐만 아니라 경력직도 상당 부분 포함돼 있다. 청년들의 기회를 위해선 신입사원의 비중을 더 늘려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진 행장은 “하반기에 700명 수준의 채용을 진행할 것”이라며 “이번주에 계획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호 하나은행장은 “예년과 비슷하게 300명 수준을 채용하지 않을까 싶다"며 "요즘은 신입채용보다 수시채용을 많이 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지만, 저희는 꾸준히 그 수준을 유지해 채용하려고 한다”고 했다. 권준학 행장도 “예년 수준으로 채용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이날 채용박람회는 행사 시작시간인 오전 10시부터 은행 현장 면접을 위해 찾은 구직자들과 취업을 희망하는 금융사의 정보를 얻으려는 취업준비생들로 북적였다.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부터 군복 차림의 군인들도 눈에 띄었다.
인천세무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한 고등학생은 “학교가 금융 쪽과 관련되서 해당 분야 취업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얻기 위해 방문했다”며 “고졸 채용을 얼마나 하는지가 가장 궁금하다”고 말했다. 한 군인 참가자는 “제대를 한 달 앞두고 취업과 관련한 정보를 얻기 위해 박람회를 찾았다”며 “어떤 기업이 있고, 어떤 인재를 필요로 하는지, 기업에 들어가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궁금했는데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은행 부스에서는 정장을 차려입고 허리를 꼿꼿이 세운 구직자들이 긴장감이 역력한 표정으로 현장 면접을 대기하고 있었다. 짧은 면접 시간에 장점과 역량을 효과적으로 각인시켜야 하는 만큼 최종 점검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었다.
구직자들은 본인 순서가 오면 5분 동안 일대일 면접을 진행했다. 신한은행 인사담당자는 “우수면접자에게 서류전형 면제 혜택을 제공하기 때문에 공채에 관심 있는 지원자들이 많이 왔다”며 “사전에 지원한 구직자를 대상으로 하루에 130명 규모로 면접이 진행되며 주로 자기소개서 바탕으로 질문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농협은행 면접을 보기 위해 대기 중인 한 구직자는 “면접 시간이 5분밖에 되지 않아 은행에서 원하는 이미지에 맞춰서 어필하기 위해 자기소개를 중점적으로 준비했다”며 “이번 기회로 자소서가 회사채용 방향성에 맞는지 확인할 수 있고 연습 경험을 쌓으면서 서류면제 혜택도 기대할 수 있는 점이 좋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에서 면접을 본 한 구직자는 “면접 시간이 짧다 보니 은행에 로열티를 확실하게 보여야 한다고 생각해서 최근 이슈에 대해서 파악하는 데 중점적으로 준비했다”며 “면접이 길지 않아서 부담이 없고, 하반기에 1, 2차 면접을 앞두고 미리 다듬는 과정에서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공기업, 지방은행, 증권사, 카드사, 보험사 등 각 금융사 부스에서 채용 상담 중인 구직자들의 열기도 뜨거웠다. 대구은행 인사담당자는 “구직자들이 주로 학점이나 토익, 전문자격증 등 어떤 것이 필요한지와 전공이 중요한지 등을 물어본다”며 “딱 정해진 틀이 있다기보다는 여러 방면에 강점이 있는 분들이 모여야 은행이 발전할 수 있으니 한쪽에만 치중하지 말고 본인이 지닌 강점을 어필하면 채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은행 트렌드가 IT 쪽으로 변화하다 보니 다양한 경험을 한 디지털 융복합 인재가 필요하다”며 “상경 계열을 전공했다고 해서 무조건 뽑지는 않고 이에 더해 디지털·IT 역량이 있는지도 보고 있다”고 귀띔했다.
산업은행 인사담당자는 “채용 절차나 필기시험을 위해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하는지, 인재상 등을 많이 물어본다”며 “산업은행은 정책금융기관이다 보니 전공 분야에서 전문성을 제일 중시하고, 그 외에 조직에서 같이 모여서 얼마나 일을 잘 할 수 있는지 협력 정신을 위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좋은 분들이 열심히 노력해서 회사를 오시게 될 텐데 산업은행만이 갖고 있는 고유한 기능들을 알아봐주고, 본인이 능력에 맞춰 얼마나 준비했는지 어필해주면 저희가 찾는 인재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캠코 인사담당자는 “캠코가 무슨 일을 하는지부터 채용 과정에서 어떤 역량을 어필하면 좋을지, 면접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어떻게 준비하면 도움이 될지 묻는다”며 “캠코는 업무범 위가 다양하다 보니 공사 직무에 대해 이해도가 있어야 하고, 민원 업무 취급에 대한 준비가 잘 돼 있으면서 응대를 잘 할 수 있는 분들이면 차별화가 될 것 같다”고 소개했다.
한편 이번 박람회에서는 사전 NCS 모의고사, 직무적성검사 등을 바탕으로 한 취업 컨설팅과 홍콩 해외 취업 상담도 진행된다. 40개 금융회사 인사담당자가 업권별로 채용 전형과 인재상 등을 소개하는 설명회도 마련됐다. 금융권 상시 채용정보 플랫폼에서는 구직자들에게 취업역량 자가진단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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