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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1(금)

중대재해법 시행 반년, 건설현장 사망자 줄었지만…

기사입력 : 2022-07-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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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모호한 기준 많다” 개정안 준비
노동계는 “효과 나타나고 있다” 반발

▲ 삼성물산 건설 현장에 걸려있는 ‘전 근로자 작업중지권’을 알리는 대형 현수막. 사진제공 = 삼성물산이미지 확대보기
▲ 삼성물산 건설 현장에 걸려있는 ‘전 근로자 작업중지권’을 알리는 대형 현수막. 사진제공 = 삼성물산
[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작업 도중 발생하는 근로자 사망 사고 등, 중대재해 발생시 경영 책임자에게 책임을 묻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 시행 반년가량이 지난 가운데, 건설현장 사망사고 발생 건수가 전년대비 35%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부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올해 1월 27일부터 지난달 24일까지 약 5개월간 이 법이 적용되는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로 숨진 근로자는 35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54명)보다 35.2% 줄었다.

이 중 공공발주 건설 현장 사망자는 7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17명)보다 59% 감소했다. 민간발주 건설 현장 사망자는 28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37명)보다 24.3% 줄었다.

비록 사망사고가 완전히 근절되지는 않았으나, 시행 전에 비해 건설사들이 갖는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나 안전장치 마련 노력이 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각 건설사들은 안전관리 조직 혁신 및 스마트기술을 활용한 현장안전방안 마련 등의 노력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안전관리조직 강화·전 근로자 작업중지권 부여 등 현장사고 방지 노력
올해 3월 있었던 주주총회에서 각 건설사들의 대표적인 키워드는 ‘안전관리 강화’였다.

대표적으로 현대건설은 황준하 현대건설 안전관리본부장을 새 이사로 선임했다. 지난해 안전관리실을 본부로 승격시킨 현대건설은 황준하 전무를 안전·보건최고책임자(CSO)로 임명한 바 있다. 이번 황준하 본부장의 이사 선임은 현대건설의 안전관리 강화 의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로 풀이된다.

HDC현대산업개발 역시 외부 출신 현장 전문가인 정익희 부사장을 각자대표 겸 최고안전책임자(CSO)로 신규 선임했다. 정익희 CSO는 독자적으로 조직을 분리 운영하며 전사적 안전·환경·보건 및 품질 시스템과 현장의 시공관리 혁신방안이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실행될 수 있도록 안전혁신경영을 총괄한다.

이미 건설업계의 ‘안전한 현장 만들기’는 매년 반복되는 핵심 과제 중 하나였다. 지난해 건설사들은 ‘전 근로자의 작업중지권’을 잇따라 부여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을 필두로 HDC현대산업개발, 태영건설 등 주요 건설사들이 모두 ‘안전하지 않으면 무조건 작업 중단’이 가능하도록 하는 권한을 근로자들에게 부여했다. 현대건설은 건설현장 초기 안전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안전관리비 50% 선지급 제도’를 시행키도 했다.

조직 확대를 통해 중대재해법 시행에 대비하는 건설사들도 늘었다. 대우건설은 CEO 직속 조직인 품질안전실을 강력한 컨트롤타워 기능을 가진 ‘안전혁신본부’로 격상했으며, 동부건설 또한 대표이사 직할 ‘안전보건경영실’을 신설해 안전보건조직을 확대했다.

스마트 건설기술을 활용해 현장 안전사고를 줄이고자 하는 건설사들의 노력도 올해 이어졌다.

DL이앤씨는 효과적인 사고예방을 위해 기존에 발생하였던 재해를 유형별로 빅데이터화하여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 운영에 들어갔으며, SK에코플랜트와 포스코건설 등도 자체 개발한 어플리케이션으로 현장 통합 안전관리에 나섰다.

롯데건설과 쌍용건설 등도 올해 건설장비 스마트화를 통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안정성을 높이는 방안을 꾸준히 모색하고 있다.

유난히 뜨거울 것으로 예상되는 올 여름 폭염에 대비해 근로자들의 안전관리에 열을 올리는 건설현장도 늘었다. 옥외작업이 많은 현장 특성상 폭염으로 인한 근로자의 사고 예방을 위해 현장 공정별 특성에 맞는 안전관리 매뉴얼을 전파해 안전한 현장 만들기에 노력하고 있는 것.

대표적으로 부영그룹은 전국 건설현장을 대상으로 열사병 예방지도를 강화하고 근로자 자가진단표를 활용해 온열질환 취약도를 선제적으로 판별하는 등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또 폭염경보 발생시 45분 근무 15분 휴식, 폭염주의보 발령 시 50분 근무 10분 휴식을 의무화 하고 있다.

이 외에도 많은 건설사들이 냉난방 시설이 되어있는 안전교육장과 근로자 휴게실을 개방하여 충분한 휴식이 가능하게 하고 얼음 및 식염포도당을 제공하는 등 현장별로 업무량 조정을 비롯한 추가 대책을 수립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중대재해시에도 안전장치·표준 마련됐다면 CEO 책임 감경? 학계·노동계 반발
중대재해법 발효가 반년 째를 향해 달려가는 가운데,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중대재해법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지난달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에는 충분한 안전장치 및 표준이 마련됐을 경우 산재가 발생해도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의 처벌 형량을 감경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중대재해법은 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고를 줄이고 노동자들의 안전을 보장하려는 제도의 취지 자체는 좋았지만, 모호한 기준으로 인해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특히 수많은 산업 가운데서도 특히 건설현장의 경우 인명이 관련된 중대한 안전사고가 발생하기 쉬워, 중대재해법 시행이 건설사들에게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지배적이었다.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건설산업연구원은 ‘차기 정부의 건설·주택 정책’을 주제로 한 세미나를 통해 중대재해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토론에 참석한 유현 남양건설 전무는 “아무리 고강도 안전 대책을 마련한다고 해도 사실은 건설업은 구조적으로 사고 제로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저희가 걱정하는 것은 근로자 부주의 등 사고 발생 원인을 제대로 따지지 않고 형사처벌, 벌금, 손해배상과 같은 과도한 입법으로 몰고 가는 것”이라는 생각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발생하는 건설현장 사망사고를 두고, 벌써부터 제도 완화를 논의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반론도 나온다.

‘중대재해 예방과 안전권 실현을 위한 학자·전문가 네트워크’(중대재해전문가넷)는 지난 7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이 제대로 시행되기도 전에 재계와 사용자 단체의 일방적인 요구에 부응해 법령 개정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단체는 “정부 발표에 법무부 장관의 인증을 받은 기업은 산재 발생 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의 처벌형량을 감경할 수 있도록 기준을 마련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새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중대재해처벌법 및 시행령 개정 방향이 입법 취지에 부합하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법률의 위임 없이 시행령을 통해 인증 기준을 마련하는 것은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되고,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하는 것은 아닌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이 문제에 전문성이 없는 법무부가 산업안전 분야 인증제도를 부실하게 운용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단체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법의 효과가 이제야 조금씩 드러나려고 하고 있다”며 “재계와 사용자단체의 일방적인 요구로 법령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안전한 일터에 대한 국민 염원을 저버리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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