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응을 위해 20개월간 이어져 온 ‘제로(0) 금리’ 시대가 막을 내렸다. 기준금리가 연 0.75%에서 연 1%로 0.25%포인트 인상되면서 은행권 가계대출 금리는 더 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장금리 상승과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가 맞물려 주담대 금리는 연 6%, 신용 대출금리는 연 5%를 웃돌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가계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초저금리와 함께 유행한 ‘빚투(빚내서 투자)’·'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시대가 저물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은은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3월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0.75%로 낮추는 빅컷을 단행한 데 이어 5월에는 0.50%로 한 번 더 낮춰 전례 없던 초저금리 시대를 열었다. 올해 들어서는 8월 기준금리를 0.75%로 한 차례 올린 후 지난달 동결했지만 이번에 다시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서 1%대 기준금리 시대로 복귀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중금리가 더 높아지면서 가계의 대출 이자 부담도 가중될 전망이다. 시장금리에 따라 이자율이 달라지는 변동금리 가계대출 차주 비중은 9월 말 기준 74.9%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고정형(금융채 5년물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 24일 기준 연 3.84~5.211%로 지난해 말(2.69~4.20%)에 비해 1%포인트 이상 올랐다. 변동형(신규 코픽스 기준 변동금리) 주담대 금리도 같은 기간 2.52~4.054%에서 3.56~4.936%로 뛰었다. 신용대출(1등급·1년 만기) 금리는 작년 말 2.65~3.76%에서 3.37~4.63%로 상승했다.
상단 금리만 보면 고정형 주담대는 이미 5%대를 넘어섰고, 변동형 주담대도 5%에 육박한 수준이다. 신용대출 역시 5%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대출금리가 급격하게 오른 건 시장금리 상승과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가 맞물린 결과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코로나19 감염증 관련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으나 국내 경제가 양호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물가가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앞으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적절히 조정해 나갈 것”이라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를 1.0%로 인상했지만, 경제 성장과 물가 흐름에 비춰봤을 때 현 금리는 여전히 완화적인 수준”이라며 “경제 상황 개선에 맞춰 과도하게 낮췄던 기준금리를 정상화해 나가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내년 1분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과 관련해선 “1분기의 경제 상황에 달려있겠지만,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하는 금통위는 내년 상반기 중 1월 14일, 2월 24일, 4월 14일, 5월 26일로 예정돼 있다. 한은이 내년 초에 한 차례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경우 금리 수준은 1.25%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복귀한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연 1%까지 오르면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은 지난해 말과 비교해 5조8000억원 늘어난다. 대출자 1인당 연이자 부담은 작년 말 271만원에서 약 30만원 늘어난 301만원으로 커진다.
이와 관련해 이 총재는 “최근 가계 대출 금리가 비교적 단기간에 상승했는데, 물론 즉각적으로는 신규차입자에게 높아진 금리가 적용되고 기존 차입자 중에서 변동금리로 받은 차입자에게는 시차를 두고 이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사실상 현재 지금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 비중이 75%에 이르고 있어서 어느 정도 시차는 있겠지만 가계 이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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