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시중은행에서 짐 싼 은행원이 역대급이 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연말에도 희망퇴직이 이어진다. 비대면 서비스 확산에 따라 점포와 인력을 줄여 효율성을 끌어올리려는 은행의 전략과 두둑한 퇴직금을 챙겨 제2의 인생을 준비하려는 수요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올해는 가계대출 급증과 금리 상승에 따른 예대마진 확대 등으로 은행들이 사상 최대 규모의 이익을 거둔 만큼 이익잉여금도 쌓이고 있다. 여기에 한국씨티은행의 소매금융 철수까지 더해지면서 은행권의 희망퇴직 규모는 예년 수준을 크게 뛰어넘을 전망이다.
농협은행의 이번 명예퇴직 보상은 지난해 대비 대폭 줄어든 수준이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10년 이상 근무한 만 40세 이상 직원에게는 직급·출생연도별로 퇴직금을 차등 지급했다. 1965년생과 1966년생에게 각각 월평균 임금 35개월치, 37개월치를 지급했고 1967~1970년생에게는 39개월치를 챙겨줬다. 전직 지원금도 추가로 지급했다. 전년보다 보상이 후해지면서 신청자도 140명 넘게 늘었다. 올해도 500명 안팎의 직원이 퇴직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연말 희망퇴직이 이미 진행됐거나 예정돼있다. 하나은행은 다음달 준정년 특별퇴직을 진행한다. 하나은행은 연 2회 정기적으로 준정년 특별퇴직을 시행하고 있다. 과거에는 연말 연초에 한 차례 신청을 받았지만 노사 합의에 따라 2019년부터 1년에 두 번으로 늘렸다.
사상 최대 이익이 기정사실화된 시중은행을 떠나는 인력 규모는 역대급에 이를 전망이다. 올해 이미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 3개 시중은행과 SC제일은행에서만 2100여명에 달하는 직원이 퇴직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지난 1월 30일자로 800명이 회사를 나갔다. 2020년(462명), 2019년(613명)보다 수백명 이상 많고 2018년(407명)과 비교하면 두 배에 이른다.
신한은행은 올해 이례적으로 1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각각 220명, 133명씩 모두 350명이 짐을 쌌다. 신한은행이 한해 두 번의 희망퇴직을 단행한 건 사상 처음이다. 희망퇴직 규모도 2018년(700여명) 이후 가장 많았다. 우리은행에서도 지난 1월 말 468명이 희망퇴직했다. 2020년(326명)에 비해 140명 이상 늘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대수명이 길어지는 데 반해 은행원 정년은 한정돼있어 제2 인생에 도전해보고자 하는 수요가 늘고 있고 은행 입장에서도 인력 선순환 구조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에 좋은 조건으로 퇴사하는 여건이 만들어지고 있다”며 “다만 희망퇴직자가 많아지다 보면 은행원 출신이 흔해지는 만큼 계속해서 운신의 폭이 넓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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