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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하림 총수 아들 회사 부당 지원"…하림 "과도한 제재"

기사입력 : 2021-10-27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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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하림에 48억8800만원 과징금 부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하림 본사 사옥./ 사진제공 = 한국금융신문 본사취재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하림 본사 사옥./ 사진제공 = 한국금융신문 본사취재
[한국금융신문 홍지인 기자] 하림그룹 계열사가 총수 아들 회사를 부당 지원한 사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돼 48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물게 됐다. 공정위는 김홍국 하림 회장이 장남인 김준닫기김준기사 모아보기영씨에게 하림의 사실상 지배회사인 올품(구 한국썸벧판매)의 지분 100%를 증여한 이후 올품에 부당 이익을 안겨 왔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하림 계열 8개사(팜스코, 선진, 제일사료, 하림지주, 팜스코바이오인티, 포크랜드, 선진한마을, 대성축산)와 올품에 시정명령 및 과징금 총 48억8800만원을 부과한다고 27일 밝혔다. 지난 2017년 공정위가 조사를 시작한 지 4년 만의 결론이다.

2012년 김 회장이 아들에게 지분 100%를 증여한 올품은 하림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다. 지난 5월 기준 올품은 하림지주 지분 4.4%를 가지고 있고, 올품의 100% 자회사인 한국인베스트먼트가 하림지주의 20.2% 지분을 차지한다. 합치면 24.6%로 김 회장의 하림지주 지분비율(22.9%)보다 높다. 사실상 김준영씨는 지분 구조를 통해 아버지를 뛰어넘는 그룹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다.

육성권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올품이 그룹 경영권 승계의 핵심 회사가 됨에 따라 하림그룹에서는 올품에 대한 지원을 통해 상속 재원을 마련하고 그룹 경영권을 유지·강화하려는 유인구조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지분 증여 이후 하림그룹은 올품에 세 가지 방식으로 이익을 제공했다.

우선 국내 최대의 동물약품 수요자인 팜스코, 포크랜드 등 5개 하림 계열사 양돈농장은 동물약품 구매방식을 기존에 계열농장이 각자 구매하는 방식에서 올품을 통해서 구매하는 통합구매 방식을 도입했다. 2012년 1월부터 2017년 2월까지 5개 양돈농장은 동물약품을 올품에서 비싼 가격에 구매했다.

통상 통합구매 방식은 대량구매를 통한 비용절감이 목적이지만, 올품은 판매가격을 시중가격보다도 높게 책정해 이익을 남겼다. 그 결과 2012∼2016년 자사 제품의 대리점 외부 매출액은 지원 행위 전과 비교해 약 2.6배 증가했다.

공정위는 “팜스코는 통합구매 기간 중 세 차례나 자체 가격조사에서 약품 구매가격이 외부 양돈사업자의 직구매 가격보다 높다는 점을 확인했음에도 통합구매를 2017년까지 지속했다”고 설명했다.

올품은 하림 계열 사료회사를 이용해 ‘통행세’를 받기도 했다. 선진, 팜스코, 제일사료 등 3개 회사는 2012년부터 기능성 사료첨가제를 제조사로부터 직접 사지 않고 올품을 통해 통합구매하는 것으로 바꿨다. 이를 통해 2012년 2월∼2017년 2월 거래상 역할이 사실상 없는 올품이 구매 대금의 약 3%를 중간 마진을 얻었고, 그 이익은 총 17억2천800만원으로 집계됐다.

하림지주는 올품에 시세보다 싼 가격에 주식을 팔아 올품이 차익을 얻게끔 하기도 했다. 2013년 1월 지주회사 체제 전환 과정에서 하림지주(당시 제일홀딩스)가 보유하고 있던 옛 올품의 NS쇼핑 주식이 문제가 되자, 이를 올품에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매각한 것이다.

올품이 옛 올품의 주식 2.6%를 매수할 당시 NS쇼핑은 주당 7850원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구 올품 주식 매각 시점인 2013년 1월 전후 NS쇼핑의 주당 거래금액이 5만3000원~15만원 선이었다. 7850원보다 최대 19.1배가 비싸다.

약품과 사료첨가제 구매, 주식저가 매각 등을 통해 올품이 부당하게 지원받은 금액은 약 70억원에 달한다고 공정위는 밝혔다. 동물약품 고가 매입으로 32억원, 사료첨가제 통행세로 11억원, 주식 저가 매입으로 27억원의 이익을 얻은 것으로 조사됐다.

육성권 기업집단국장은 "이런 부당 지원이 동일인(총수) 2세가 지배하는 회사를 중심으로 한 소유집중을 강화하고 경쟁력과 무관한 사업상 지위를 강화해 시장집중을 발생시킬 우려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2017년 공정위가 조사를 시작한 이후 하림이 두 차례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등 결론이 나기까지 4년이 넘게 걸렸다. 그러나 부당 행위에 비해 제재 수위가 낮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육성권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부당지원행위에 대해선 대체로 대규모기업진단을 중심으로 조사·적발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행위가 중견기업 집단 시기에 발생한 점을 많이 고려했다"며 “또 그룹 회장이 동물약품과 사료첨가제 통합구매에 있어서 고가매입이나 과도한 중간마진 지급을 지시했다는 직접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 했다”고 말했다.

공정위의 오늘 발표에 하림그룹은 아쉬움을 나타냈다. 하림그룹은 “공정위의 조사와 심의과정에서 ㈜올품에 대한 부당지원이 없었다는 점을 충분히 소명했음에도 과도한 제재가 이뤄져 매우 아쉽다”며 “특히 승계자금 마련을 위한 부당지원 및 사익편취라는 제재 사유들에 대해 조사 및 심의 과정에서 충분히 소명했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림은 공정위가 발표한 세가지 부당 이익 제공에도 모두 반박했다. 이어 공정위 의결서를 송달받으면 해당 처분에 대한 향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하림그룹은 “계열사들은 동일인 2세가 지배하는 올품을 지원한 바가 없고, 통합구매 등을 통해 오히려 경영효율을 높이고 더 많은 이익을 얻었다는 점, 거래 가격은 거래 당사자들간의 협상을 거쳐 결정된 정상적인 가격이었다는 점, 올품이 보유하고 있던 NS쇼핑(당시 비상장)의 주식가치 평가는 상증여법에 따른 적법평가였다는 점 등을 객관적 자료와 사실관계 입증을 통해 명확히 소명한 바 있다”고 호소했다.

홍지인 기자 helena@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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