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금융당국은 올해 한도인 4693원에서 8000억원으로 대출 한도를 늘려달라는 토스뱅크의 요청에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유는 역시 ‘가계부채 안정화’였다. 기존 대출 한도액인 4693억원은 토스뱅크가 본 인가 과정에서 금융당국에 제출했던 사업계획서에 적힌 목표치였다.
그 대신 사전 신청 고객 170만명 모두 계좌 개설과 체크카드 발급 등 대출을 제외한 토스뱅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현재 토스뱅크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고객은 55만명이다. 오는 18일부터는 사전 신청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나 토스뱅크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 대출 속도 조절을 위해 그동안 제한적으로 영업을 펼쳤지만, 대출을 중단하게 된 만큼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토스뱅크는 연 2% 금리의 토스뱅크 통장과 전달 실적 조건과 관계없이 ▲대중교통 ▲커피 ▲편의점 ▲패스트푸드 ▲택시 등 5개 영역에서 매일 하루 한 번 300원씩, 월 최대 4만6500원 현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는 체크카드 상품은 기존 혜택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고승범닫기고승범기사 모아보기 금융위원장도 이날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투자자 교육 플랫폼 '알투플러스' 오픈 기념회 축사를 마친 뒤 토스뱅크 등 인터넷 은행으로 대출이 쏠린다는 우려에 관한 기자의 질문에 "인터넷 은행도 다른 은행과 마찬가지로 큰 방향에서 같이 관리돼야 한다"고 답한 만큼 토스뱅크의 대출 확대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고객은 이러한 상황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비상금 대출을 이용하기 위해 토스뱅크 출범 전부터 사전 신청하고 기다렸던 황기열(가명‧25세) 씨는 “인터넷전문은행이어서 타 은행에서 불가능한 대출을 받으려고 사전 신청했다가 예약 순번이 밀려 통장조차 개설하지 못했는데, 대출마저 출범 9일 만에 중지돼 막막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카카오뱅크는 개설 당시 적은 돈이나마 대출받을 수 있어 꾸준히 사용했는데, (토스뱅크는) 체크카드 혜택만으로 쭉 사용하기는 힘들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태에 관해 토스뱅크 관계자는 “정부의 가계부채 안정화 정책을 준수하고, 시장 상황을 모두 고려해서 결정했다”며 “토스뱅크 대출을 기다리시던 분들께 불편함을 드리게 돼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전했다. 사전 신청자와 관계없이 서비스를 개시한 것에 관해서는 “여러 사업 제약 속에서도 고객이 가장 원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해 대고객 서비스 오픈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토스뱅크는 신용대출 최대한도를 은행권 최고 수준인 2억7000만원, 대출금리도 은행권에서 가장 낮은 수준인 연 2.76%로 마케팅을 펼쳐왔다.
대출을 중단한 마당에 비용이 계속 발생하는 파킹 통장과 체크카드 상품을 지속할 수 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사전 신청과 관계없이 모든 고객에게 2% 수시 입출금 통장을 개설시켜 주고 월 4만6500원 체크카드 혜택을 주게 되면 고객은 엄청 늘어날지 몰라도 비용 부담은 그 몇 배로 다가올 것”이라며 “이조차 얼마 가지 않아 중단하게 되면 토스은행은 고객과의 신뢰에 있어 큰 리스크를 안게 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당장은 이런 우려가 현실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홍민택닫기홍민택기사 모아보기 토스뱅크 대표는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연 2% 수신금리는 다른 은행보다 높지만, 현재 조달금리 대비 크게 높은 수준은 아니고 충분히 감당 가능한 비용구조”라며 “정부 규제를 모두 준수하며 2% 이자를 지속 가능한 형태로 제공할 수 있도록 상품을 만들었다”고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다.
한편,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 시중은행은 일부 ‘빚투(빚내서 투자)’로 인해 실수요자 대출이 어려워지는 상황을 우려해 비대면 신용대출에도 중도상환수수료를 부과하는 쪽으로 돌아서고 있다.
인터넷은행 1호와 2호인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도 토스뱅크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인터넷은행 전체 신뢰 문제로 퍼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중‧저신용자 대출과 청년 전세대출 등 일부 정책 금융 상품을 제외하고 대부분 대출을 연말까지 중단하기로 한 카카오뱅크는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출시도 내년으로 미뤘다. 케이뱅크도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대출 한도를 연봉 이하로 제한하며 금융당국 눈치를 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르면 다음 주 중으로 총부채 원리금 상환 비율(DSR) 등 상환 능력에 초점을 맞춘 ‘가계부채 보완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보완대책에는 전세대출 규제와 관련해 실수요자 보호 방안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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