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은 앞서 지난주 실시한 공모주 청약에서 무려 56조원이 넘는 기록적인 자금을 끌어모은 만큼, 상장 이후 주가 추이에 대해서도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린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9년 6월 한국조선해양(구 현대중공업)으로부터 물적분할돼 신규 설립된 선박 건조 회사다. 1985년부터 현재까지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선두 업체다.
현대중공업은 앞서 지난 7~8일 진행한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에서 405.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청약 증거금으로 모인 금액은 56조562억원으로 집계돼 역대 코스피 IPO 사상 6위를 기록했다. 58조3020억원으로 5위에 오른 카카오뱅크와의 차이도 근소하다.
관심은 상장 첫날 주가 향방에 쏠린다. 증권가에서는 대체로 상장 후 주가 흐름이 우상향할 것이라는 데 전망이 나온다. 다만 상장 첫날 주가에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중공업의 시초가는 상장일 오전 8시 30분~9시 공모가의 90∼200% 사이에서 호가를 접수해 매도 호가와 매수 호가가 합치하는 가격으로 정해진다. 시초가를 기준으로 장중 상하 30%의 가격 제한폭이 적용된다.
상장 직후 현대중공업의 유통 가능 주식 수는 전체 상장주식 수는 853만8483주로, 전체의 9.6%다. 기관 물량의 64.7%에 해당하는 640만8700주를 가져간 국내 기관의 의무보유확약 비율도 92.5%에 달한다. 의무보유확약분은 기관투자가가 신규 상장기업의 공모주를 15일에서 6개월까지 팔지 않고 보유하기로 한 물량이다.
반면 외국 기관 의무보유확약 비율이 낮다는 점은 우려되는 부분이다. 해외 기관투자자의 의무보유 물량은 4만1500주(1.2%)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즉 외국 기관 물량의 98.8%인 344만9800주는 언제든 대거 시장에 출회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현대중공업이 동종업계인 삼성중공업의 주가순자산비율(PBR) 1.33배, 대우조선해양의 PBR 1.1배보다 현저히 낮은 0.77~0.87배의 PBR을 적용해 희망 공모가를 산출한 점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최진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말 기준 현대중공업의 PBR은 0.8~0.9배로, 업종 글로벌 피어그룹(Peer Group) 평균(1.12배) 대비 낮다”라며 “세계 1위 조선사로서 상장 후 평가가치(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연구원은 “동사는 LNG선을 비롯한 고부가 가치 선박에서 압도적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고, 선박 엔진 등 핵심기자재를 자체적으로 생산 및 판매한다는 점에서 경쟁사와 차별화된다”라며 “하반기를 기점으로 흑자 전환 또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현대중공업은 국내 경쟁사 대비 해양플랜트 사업 손실 비중이 낮은 편”이라며 “달러화 강세, 선가 상승, 재료비 증가에 대한 충당금 사전 설정 등으로 하반기부터 양호한 이익 증가 추세를 전망한다”라고 덧붙였다.
업황 전망도 긍정적이다. 선박 교체사이클과 환경규제 강화의 영향에 힘입어 상장 후 양호한 주가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신한금융투자는 현대중공업의 목표주가를 9만원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황어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이 보유한 엔진 가치와 부유식 해상풍력, 그린수소 사업 진출, 수주 호황기에 생산성이 극대화되는 최다 도크 등이 추가 상승의 근거”라고 설명했다.
황 연구원은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운임상승으로 선박 발주 시장 호황이 오래갈 수 있다”라며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중공업 인수가 최종 성사되면 그 가치는 더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승빈 기자 hsbrobi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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