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한국금융신문이 2026년 1월 한 달간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공모 일반 회사채 및 자본성 증권 발행신고서를 전수 분석한 결과(은행채·여전채·ABS 및 수요예측 미실시 건 제외), 1월 시장은 ‘등급’ 자체보다 ‘현금창출력(Fundamentals)’과 ‘발행 타이밍’이 금리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로 작동했다. 수요예측 경쟁률이 높았음에도 평균 금리가 상승하는 사례가 나타나는 등, 단순 흥행 여부와 실제 조달 비용 간 괴리도 확인됐다.
LG·롯데·신세계 ‘고비용’ 감수…업황·타이밍의 이중고
주요 그룹별 가중평균 발행금리를 분석한 결과(발행사 2곳 이상 그룹 대상), 가장 높은 이자 비용을 부담한 곳은 LG그룹(3.611%)이었다. LG그룹은 수요예측에서 한화그룹 다음으로 높은 8.4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조달 금리는 오히려 가장 높게 나타나는 역설적인 결과를 보였다.LG그룹은 LG유플러스와 팜한농이 발행에 나섰는데, 두 곳 모두 국고채 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선 1월 하순(28일, 29일)에 발행을 확정 지었다. 1월 국고채 시장은 월초 연초 효과와 환율 하락에 힘입어 강세를 보였으나, 금통위 이후 매파적 기조가 재확인되면서 투자심리가 빠르게위축됐고 금리는 상승 압력을 받았다. 발행 시점 측면에서 우호적이지 않은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특히 LG유플러스는 수요예측에서 9.4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음에도, 시장 금리 급등 구간과 맞물리며 평균 3.580%의 금리를 확정했다. 10년물 1100억 원(3.993%) 등 장기물 비중을 확대해 듀레이션을 확보한 전략 역시 가중평균 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A등급인 팜한농이 3.762%의 금리로 발행을 마치면서 그룹 전체 평균 조달 금리를 밀어 올렸다. 결과적으로 LG그룹은 수요예측 흥행과 별개로 금리 사이클 전환 시점과 만기 구조 선택이 맞물리며 상대적으로 높은 조달 비용을 부담하게 됐다.
롯데그룹(3.552%)과 신세계그룹(3.547%) 또한 3.5% 중반의 금리를 기록했다. 호텔롯데(3.687%)와 롯데쇼핑(3.646%), 이마트(3.657%) 등이 3.6% 후반대에서 발행을 확정하며 그룹 평균을 끌어올렸다. 유통업황 둔화에 대한 보수적 시각과 월말 발행 집중이 겹친 영향이다.
iM증권 이승재 연구원이 지적한 대로 “기업 펀더멘털 회복과 자금 조달 환경 간의 괴리”가 이들 그룹사에서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시장 전문가들도 “1월 중순 이후 국고채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크레딧물에 대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며 “월말에 발행이 몰린 기업들은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시장 금리 상승분을 조달 비용에 반영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고 분석했다. 결국 1월 말 발행 기업들은 시점 리스크를 고스란히 부담한 셈이다.
한화·현대차, 전략의 차이…타이밍과 물량의 선택
반면, 한화그룹은 주요 그룹 중 유일하게 3.3%대(3.364%)의 평균 금리를 기록하며 ‘실속’을 챙겼다. 일등 공신은 단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월 전체 비금융 발행사 중 가장 낮은 3.295%의 금리로 5000억 원을 조달했다.현대차그룹은 물량 중심 전략으로 대응했다. 현대제철·현대트랜시스·현대건설 등 3사가 총 1조2200억 원을 발행하며 평균 3.482%의 금리를 기록했다. LG·롯데 대비 낮은 수준이다. 무리한 ‘언더 발행’을 시도하기보다 시장 수익률(Par)을 수용하는 전략을 택했다. 현대제철과 현대트랜시스는 주력 만기물 발행 금리를 민평 수준(0~+1bp)에서 확정하며 조달 비용을 소폭 부담하는 대신 대규모 유동성을 안정적으로 확보했다. 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된 환경에서 미매각 리스크를 최소화한 재무적 판단으로 해석된다.
개별 기업(금융사·신종자본증권 제외) 기준으로 보면 조달 비용의 편차는 더욱 뚜렷하다. BBB+ 등급인 한진이 4.024%로 4%대를 기록했고, BBB급 SLL중앙은 7%대 고금리를 제시했음에도 미매각이 발생했다. 비우량 구간에서는 투자자 수요 위축이 금리에 직접 반영되는 모습이다.
반면 가장 낮은 금리를 기록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외에 롯데웰푸드, SK가스 등도 3%대 초중반에서 조달에 성공했다. 특히 롯데웰푸드는 월중 선제 발행으로 금리 상승 구간을 피해, 동일 그룹 내 계열사 대비 30bp 이상 낮은 금리를 확보했다. 이는 동일 등급·동일 그룹 내에서도 발행 시점과 수급 여건에 따라 금리 격차가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2월 이후 변수: 금리 하방 경직성과 스프레드 디커플링
시장 전문가들은 2월 이후 기업들의 자금 조달 환경이 더욱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키움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1월 금통위의 만장일치 동결로 금리 인하 기대가 사실상 후퇴했고, 2월에도 추경 경계감과 대외 금리 반등 압력이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환율 지속에 따른 기대인플레이션 상방 우려와 미국·일본 등 주요국 금리 상승 역시 국내 국고채 금리의 하방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한화투자증권 김성수 연구원 역시 “미국 서비스업 호조로 금리의 하방 경직성이 강화됐다”며 “고용의 균형이 깨지지 않는 한 추가 완화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금리가 쉽게 낮아지기 어려운 환경이 형성됐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러한 금리 수준 자체보다 변동성 확대다. 국고채 금리의 등락 폭이 커질수록 투자 심리는 위축되고, 동일 등급 내에서도 업종·현금흐름 안정성·레버리지 수준에 따른 선별화가 강화된다. 그 결과 동일 등급 내에서도 스프레드 격차가 확대되는 ‘디커플링’ 현상이 구조화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1월 시장은 하나의 분기점이었다. ‘등급 프리미엄’만으로는 저비용 조달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이 확인됐다. 확실한 현금 창출 능력, 업황 모멘텀, 그리고 치밀한 발행 타이밍 전략이 결합될 때에만 스프레드 부담을 통제할 수 있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될수록 그룹 간 조달 비용 격차는 더욱 선명해질 전망이다. 기업의 재무 전략 역량이 곧 비용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국면이다.
이미지 확대보기두경우 한국금융신문 전문위원 kwd1227@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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