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범닫기고승범기사 모아보기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27일 인사청문회 문턱을 무난히 통과했다. 고 후보자는 강력한 가계부채 정책을 펼치겠다고 예고했다. 오는 2023년 7월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한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일정을 앞당길 가능성도 시사했다. 다만 가계부채 관리 과정에서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배려하겠다고 밝혔다. 매제인 김남구닫기김남구기사 모아보기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과의 인척 관계와 관련한 이해충돌 우려에는 철저하게 관리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올해 2분기 기준 18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는 이번 청문회에서 가장 큰 쟁점으로 떠올랐다. 고 후보자는 “이렇게 크게 늘어나 있는 유동성은 상태를 그대로 둘 수 없다”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과도한 신용으로 인해 문제가 더 커지기 때문에 가능한 빨리 대응하는 게 맞다고 보고, 그런 측면에서 가계부채 관리를 지금 상황에서 강력하게 해 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고 후보자는 “다만 대출 실수요자와 서민층에 피해가 많이 갈 수 있어 조금 더 세심하게 보고 포용적 금융에 더욱 신경을 쓰면서 정책을 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고 후보자는 전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에 대해서는 “전직 금융통화위원으로서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연말까지 몇 차례의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통화정책과 직결되기 때문에 말하기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사견으로 말씀드리면 한번의 인상으로 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고 후보자는 “앞으로의 추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에서 테이퍼링 얘기가 나오고 있고 연준의 금리 인상이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런 여러 상황을 고려하고 현재 금융 불균형의 누적, 그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와 자산시장에서의 가격 상승을 고려하면 좀 더 (금리인상을)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며 “금통위에서 그런 판단을 잘 해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사에 대한 직접적인 관치금융은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취임하게 되면 시장 친화적인 정책을 해 나가려 한다”면서도 “가계부채 관리나 목표는 (당국과 금융사가) 협의해서 계획을 만들고, 권고한 사항들에 대해 (금융사가)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서로 간에 신뢰를 바탕으로 일을 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 후보자는 오는 9월 말 종료를 앞둔 코로나19 대출 만기연장과 이자상환 유예 조치의 재연장도 시사했다. 고 후보자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충분히 감안한 결정을 하도록 하겠다”며 “방역상황도 그렇고 상황이 더 심각해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지원 조치 재연장이 잠재적 부실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금융권과 잘 협의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가상자산에 대한 질의도 쏟아졌다. 고 후보자는 ‘가상자산을 금융자산으로 볼 수 있느냐’는 물음에 “국제적으로 보면 화폐도 아니고 금융자산도 아니라는 것이 더 많은 견해”라고 답했다.
오는 9월 24일 가상자산사업자 신고기한 일정에 대해서는 “1년 6개월이라는 시간이 있었고 연장하면 거꾸로 이용자 피해가 더 커지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며 “당초 일정을 지키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고 후보자는 “가상자산 정책은 지금 상황에서 그동안 해오던 기조를 바꾸기 어렵다”며 “그 자체가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어 조심스럽다”고 강조했다.
최근 대규모 환불 대란을 일으킨 ‘머지포인트’ 사태와 관련해서는 “우선 실태파악을 하고 이와 유사한 다른 사례가 있는지도 자세히 보겠다”고 밝혔다.
고 후보자는 “전자금융법에 따라 등록이 제대로 되도록 하고, 등록된 업체라도 이용자 보호를 위해 노력하겠다”며 “전금법에 보면 이용자외부유체제도 같은 것이 있는데 이런 게 빨리 시행될 수 있도록 잘 챙겨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이용자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대응방안을 모색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대환대출 플랫폼은 처음부터 다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고 후보자는 “빅테크 기업과 금융권이 완전하게 협의가 안된 것 같다”며 “협의가 더 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논의를 더 진행할 생각이다. 처음부터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청문회에서는 고 후보자의 인척관계에 따른 이해충돌 문제로 업무 제약 우려가 있다는 야권 일부의 공세도 이어졌다. 고 후보자의 매제는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이다. 야당 의원들은 고 후보자가 부임하면 이해충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고 후보자는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스스로 절제하고 조심히 일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 철저하게 관리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한투가 저로 인해 손해를 볼지는 몰라도 이익을 볼 일은 없을 것”이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정무위는 고 후보자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합의 채택했다. 정무위는 고 후보자가 금융위원장 직무를 수행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고 의견을 모았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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