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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자산이 바꾸는 금융 지도…은행·증권·운용사·거래소 '플랫폼 전쟁'

기사입력 : 2026-07-23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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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자산기본법·STO·원화 스테이블코인 '3축' 동시 추진
은행은 결제·수탁, 증권사는 토큰증권, 거래소는 유통 플랫폼으로 진화
금융권 "플랫폼 경쟁 시대…디지털자산 주도권이 미래 금융 판도 좌우“

향후 금융권 경쟁은 업권 간 경쟁을 넘어 누가 예금·주식·채권·디지털자산을 연결하는 금융 플랫폼을 선점하느냐의 경쟁으로 바뀔 것이다.이미지 확대보기
향후 금융권 경쟁은 업권 간 경쟁을 넘어 누가 예금·주식·채권·디지털자산을 연결하는 금융 플랫폼을 선점하느냐의 경쟁으로 바뀔 것이다.
[한국금융신문 김희일 기자] 디지털자산 제도화가 속도를 내면서 국내 금융시장이 거대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 논의와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 정비, STO 제도화를 병행 추진하면서 은행·증권사·가상자산거래소 간 주도권 경쟁도 본격화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이용자보호 중심의 제도에 머물러 발행·유통·공시 체계가 충분히 정비되지 않았지만 기본법이 마련되면 발행부터 유통, 공시, 사업자 규율까지 디지털자산 전반을 아우르는 체계가 구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금융회사의 역할도 재편될 전망이다. 은행은 결제와 수탁, 증권사는 토큰증권과 투자 플랫폼, 거래소는 디지털자산 유통 인프라 경쟁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용자 보호 중심의 현행 제도를 넘어서 디지털자산의 발행과 유통, 공시, 사업자 규율 등을 포괄하는 제도 정비를 추진 중이다. 업계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요건과 준비자산 관리, 공시 의무, 이용자 보호 장치 등이 향후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본다.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자산기본법이 마련되면 그동안 제도권 밖에 머물렀던 디지털자산이 자본시장과 지급결제 시스템 안으로 편입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은행, '원화 스테이블코인' 핵심 축으로

디지털자산 제도화에는 은행권이 가장 먼저 움직이고 있다.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주요 금융지주는 블록체인 관련 조직을 운영하거나 디지털자산 사업 검토 범위를 넓히면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대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은행이 가진 최대 경쟁력은 실명계좌와 고객확인(KYC), 자금세탁방지(AML), 지급결제 인프라다. 업계에선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제도권에 편입될 경우 은행이 준비자산 관리와 결제 인프라 구축, 수탁 업무의 핵심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한다.

최근 금융지주들이 블록체인 기업 및 디지털자산 사업자와 협력 범위를 넓히는 것도 이같은 전략과 맞닿아 있다.

증권사, STO가 '제2의 자본시장' 될까

증권업계는 STO를 자본시장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바라본다.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 KB증권, 신한투자증권 등은 토큰증권 관련 조직 운영과 기술 검증, 플랫폼 구축 등을 통해 제도 시행을 대비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STO가 향후 새로운 자본시장 인프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기존 IPO와 공모시장 중심의 자본 조달 구조를 넘어 부동산·인프라·콘텐츠 등 다양한 실물자산을 투자 대상으로 편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은 토큰증권의 발행은 물론 유통, 수탁, 투자상품 설계, 자산관리(WM)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전략도 검토 중이다. 특히 부동산과 인프라, 미술품, 비상장주식 등 실물자산(RWA)의 토큰화가 본격화될 경우 개인투자자의 투자 접근성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

결국 STO 경쟁의 핵심은 부동산·인프라·콘텐츠 등 실물자산(RWA)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토큰화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토큰증권이 단순한 신상품이 아닌 자본시장의 투자 대상을 넓히는 새로운 인프라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나금융-두나무 협력…은행·거래소 결합 모델 등장

디지털자산 시대를 앞두고 금융권과 가상자산 업계의 경계도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하나금융그룹과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협력이다.

양사의 협력은 전통 금융과 디지털자산 플랫폼이 결합하는 새로운 협업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하나금융의 지급결제·고객확인(KYC)·자금세탁방지(AML) 등 금융 인프라과 두나무의 블록체인 기술 및 디지털자산 플랫폼 역량이 결합하는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제도권에 편입될 경우 은행의 신뢰성과 거래소의 블록체인 기술을 결합한 새로운 금융 서비스가 등장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제도화 이후에는 은행이 준비자산 관리와 결제 인프라를, 거래소는 디지털자산 유통과 플랫폼 운영 역량을 담당하는 구조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하나금융과 두나무의 협력이 향후 금융지주와 디지털자산 플랫폼 간 협업의 선도 모델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에는 은행이 가상자산 거래를 위한 실명계좌 제공자 역할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디지털자산 보관·결제·투자 서비스를 아우르는 종합 플랫폼 경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거래소, 코인 거래 넘어 '디지털자산 플랫폼' 경쟁

가상자산거래소도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업비트와 빗썸은 은행과의 실명계좌 협력을 기반으로 디지털자산 서비스 확대를 모색 중이다. 업계에선 향후 제도 정비가 이뤄질 경우 토큰증권이나 스테이블코인과 연계된 다양한 서비스가 등장할 가능성을 주목한다.

특히 하나금융과 두나무의 협력처럼 은행과 거래소 간 협업 모델이 확대되면서 디지털자산의 보관, 결제, 투자 서비스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제공하려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블랙록 BUIDL…글로벌 금융사도 '자산 토큰화' 경쟁

해외에서는 전통 금융회사가 디지털자산 시장에 직접 뛰어들며 토큰화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대표 사례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BlackRock의 ‘BUIDL(BlackRock USD Institutional Digital Liquidity Fund)’이다.

BUIDL은 미국 국채와 현금 등 안정자산에 투자하는 펀드의 지분을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토큰으로 발행한 상품이다. 기존 펀드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블록체인을 활용해 투자·결제·이전 효율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이는 단순한 가상자산 상품 출시가 아니라 전통 금융상품을 디지털화하는 '실물자산 토큰화(RWA)' 전략의 대표 사례로 평가된다. 블랙록은 토큰화 플랫폼 기업 Securitize와 협력해 BUIDL을 운용하고 있으며, 기관투자자가 디지털 환경에서 채권형 상품에 접근할 수 있는 새로운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최근에는 BUIDL을 담보 자산으로 활용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해외 금융사들은 BUIDL 같은 토큰화 상품을 결제·담보 등 새로운 금융 인프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는 토큰화된 금융상품이 단순 투자 상품을 넘어 결제·담보·유동성 관리 인프라로 확장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글로벌 금융사들이 주목하는 디지털자산 시장의 핵심도 '코인 투자'가 아니라 기존 금융상품의 토큰화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블랙록 사례는 디지털자산의 핵심이 코인 자체가 아니라 기존 금융자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디지털화하느냐에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국내 STO와 RWA 시장 역시 결국 누가 신뢰성 있는 디지털 금융 인프라를 구축하느냐의 경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산운용사, RWA 투자상품 준비

자산운용업계도 디지털자산 시장 확대를 새로운 기회의 장으로 바라본다.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KB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등 주요 운용사들은 글로벌 토큰화 시장 동향을 분석하면서 관련 투자상품과 운용 모델을 검토 중이다.

업계에선 토큰증권 제도가 정착될 경우 부동산과 인프라, 사모대출 등 대체투자 자산은 물론 펀드 수익증권의 디지털화도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시장 규모도 급성장 전망

시장조사업체와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실물자산 토큰화(RWA) 시장이 향후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기관별 추정치에선 차이가 나지만, 2030년 전후 수조 달러 규모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국내에서도 STO 제도화가 본격화될 경우 부동산과 문화콘텐츠, 미술품, 인프라 등 다양한 자산이 디지털화 돼 새로운 투자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한다.

업계는 디지털자산이 단순히 가상자산 시장을 키우는 데 그치지 않고 자본시장과 지급결제, 자산관리 전반에 걸친 효율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금융산업의 경쟁 기준 바뀌나

전문가들은 디지털자산 시대에는 금융회사 간 경쟁 기준도 달라질 것으로 전망한다.

예금과 대출 중심의 경쟁에서 벗어나 예금·주식·채권·토큰증권·스테이블코인·디지털자산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연결하는 종합 자산관리 역량이 금융사의 새로운 경쟁력이 될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향후 금융권 경쟁은 업권 간 경쟁을 넘어 누가 예금·주식·채권·디지털자산을 연결하는 금융 플랫폼을 선점하느냐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일 한국금융신문 기자 heuyil@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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