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뱅크’ 위엄을 유지한 KB금융은 올 하반기에도 디지털 전환과 ESG(환경‧사회 공헌‧지배구조) 경영에 속도를 올리며 혁신의 길을 계속 달려갈 방침이다.
KB금융그룹은 22일 실적 발표를 통해 올 상반기(1월~6월) 연결 기준 지배기업 지분 순이익 2조4743억원을 시현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44.6% 오른 수준이다. 핵심 이익이 견조한 성장을 이룬 가운데 인수‧합병(M&A)과 지난해 2분기(4월~6월) 추가 대손충당급 전입에 따른 기저효과 등이 호실적의 밑바탕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편하게 웃을 수는 없다. KB금융은 2분기 순이익으로 1조2043억원을 거뒀다. 이는 지난해 2분기(9조818억원)보다 22.7% 많지만, 직전 1분기(1조2700억원)보다는 5.2% 적은 규모다.
KB금융 관계자는 “여신(대출) 성장 등에 힘입어 순이자 이익이 증가한 반면, 주식거래대금과 은행 신탁 판매 감소에 따라 순수수료이익 증가세가 둔화했다”며 “시장금리 상승으로 인해 채권 평가이익이 축소되면서 1분기와 비교해 5.2%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KB금융의 상반기 순이자이익은 5조401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179억원 늘었다. 15.3% 오른 수준이다. 2분기 순이자이익(2조7588억원)은 작년 2분기에 비해 18.2% 늘었다.
순수수료이익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4513억원 증가한 1조8326억원을 기록했다. 주가연계증권(ELS) 판매 실적이 개선돼 은행의 신탁이익이 증가한 데다 소비 회복에 힘입어 카드 가맹점 수수료도 오르며 전년 동기 대비 32.7%나 증가했다. 2분기 순수수료 이익도 8654억원으로 21.7% 불었지만, 직전 1분기에 비해서는 10.5% 줄어든 규모로 급증세가 꺾였다.
2분기 KB금융과 KB국민은행 순이자마진(NIM)은 1분기와 같은 1.82%, 1.56%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했을 때는 각각 0.04%포인트, 0.03%포인트 오른 수준이다. 저원가성예금 증대를 통해 조달 부담을 줄인 노력과 수익성 중심의 대출 전략에 기인한다. 하지만 2분기 기준으로는 지난해 금리 하락으로 인해 대출자산 리프라이싱(Repricing) 효과가 일부 반영돼 전분기 수준에 그쳤다.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 가운데 자기자본이익률(ROE)도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 노력의 결실로 상반기 11.95%를 기록했다. ROE는 순이익을 자본총계로 나눈 값으로 투입한 자기자본이 얼마만큼의 이익을 냈는지를 나타낸다.
세계 각 나라가 금융기관의 안정성을 측정하는 지표로 사용하는 국제결제은행(BIS) 총자본비율과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각각 16.03%, 13.70%다. 대출 성장으로 인한 위험가중자산이 늘고, 중간배당 영향에도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는 등 전략적 자본관리로 비교적 양호한 수준을 유지했다고 KB금융은 분석했다.
부실채권을 의미하는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0.39%로 전분기 대비 0.03%포인트 개선됐다.
◇ KB금융의 계열사 상반기 실적은?
국민은행의 2분기 순이익은 7341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11.2% 늘었다. 신탁상품 판매 위축 등으로 수수료 이익은 줄었지만, 여신 성장과 1분기 사내 근로 복지금 적립 영향이 없어지며 순이익이 많아졌다. 상반기 순이익은 1조4226억원으로 14.1% 올랐다.
KB증권의 2분기 순이익은 1533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보다 2% 오르는데 그쳤다. 전 분기와 비교하면 30.7% 떨어진 수준이다. 그래도 1분기와 합한 상반기 순이익은 3744억원으로, 사상 최대 반기 실적이다.
KB증권 관계자는 “주식시장 호황과 더불어 고객 수탁고 증대 노력과 투자 은행(IB) 사업 확대 노력의 결실로 증권업 수입 수수료가 크게 증가했다”며 “부진했던 세일즈 트레이딩(S&T) 부문의 실적이 ELS 헤지 손익 개선 등으로 크게 증가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KB국민카드는 지난해 2분기보다 36.2% 많은 1113억원 순이익을 올 2분기에 거뒀다. 상반기 순이익은 2528억원으로 1년 전보다 54.3% 올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위축됐던 카드 이용금액이 증가했고, 비용 효율성 개선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KB손해보험의 2분기 순이익은 741억원이다. 지난해 2분기보다 10.9% 불었다. 상반기 순이익은 1429억원이다. 자동차 보험과 일반보험 중심으로 전반적인 손해율이 개선되며 보험 손익이 확대된 영향으로 지난해 상반기와 비슷한 수준(0.8% 감소)을 기록했다.
푸르덴셜생명의 2분기 순이익은 803억원, 상반기 순이익은 1924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600억원)보다 3배 넘는 실적을 기록했다. 보유채권 교체 등 적극적인 수익률 관리와 저축성 상품 판매 비중 증가가 호실적으로 이어졌다.
그룹 내 취약부분이었던 생명보험을 보강하고자 지난 4월 푸르덴셜생명을 2조3000억원에 인수한 윤종규닫기윤종규기사 모아보기 KB금융그룹 회장의 통 큰 결단이 성과를 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푸르덴셜생명 인수로 KB금융 내 보험업 자산 비중은 9%에서 12%로, 보험업 순이익 비중도 7%에서 11%로 상승했다.
KB금융은 현재 은행과 증권, 푸르덴셜 사이에 협업을 강화하는 새로운 영업 채널을 구축해 시범운영 중이다. 보험사는 자산‧부채관리 고도화와 전략적 자산 배분 역량에 집중하는 것과 동시에 투자자산 심사 및 운용사 관리를 강화한다. 운용사는 보험자 자산운용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국내외 우수 네트워크와 제휴해 협의체를 통한 운용역량에 집중한다.
이에 따라 그룹 내 보험사 역할은 협업을 통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법인보험대리점(GA) 채널 상품 판매 영향력이 확대되는 걸 감안해 전속채널 교차판매를 활성화하고, GA 채널 협업 마케팅을 강화할 예정이다.
이환주 KB금융지주 부사장(CFO)은 실적 발표가 끝나고 콘퍼런스 콜에서 “고객의 평생 라이프 사이클에 맞춰 지속적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고객과의 접점을 유지하고 강화해 나갈 수 있는 보험 계열사의 그룹 내 역할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상품·채널·조직 등 전 부분에서 협업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 창립 이래 최초 중간배당 결의
KB금융 이사회는 이날 금융 지주 출범 뒤 처음으로 중간배당을 결의했다. 배당 대상은 지난달 말 기준 주주이며, 주당 배당금은 750원이다. 배당금 총액은 2922억원이다.
지난해 금융당국의 규제로 불가피하게 축소됐던 배당에 관한 후속 조치로 해석된다. 지난해 연말 배당 시즌을 앞두고 금융당국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손실 흡수 제고가 필요하다며 금융사들에게 순이익 대비 배당금 비중인 ‘배당성향’을 20% 이내로 지킬 것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KB금융도 지난해 대비 6.0%포인트 낮춘 20%로 지난해 배당성향을 일찌감치 확정했다. 지난해 순이익이 3조4552억원으로 4.3% 올랐지만, 연말 배당 총액은 같은 기간보다 19.9% 줄어든 6897억원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이환주 부사장은 “연간 배당성향에 관해 지금 말하기는 좀 이르지만, 하반기 코로나19 관련 상황과 금융당국 정책방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예정”이라며 “거시 지표의 큰 변동이 없는 한 코로나19로 배당성향이 축소되기 전 수준으로 회복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사주 매입에 관해서는 “당해 연도 연말 배당 수준과 시장 여건, 감독당국 커뮤니케이션을 감안해 매년 실시해왔다”며 “수년간 배당과 자사주매입을 업계 최고 수준을 유지했는데, 앞으로도 30% 수준으로 꾸준히 늘려나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KB금융의 그룹 총자산은 지난달 말 기준 633조7000억원이다. 관리자산(AUM)을 포함할 경우 1003조1000억원으로 올라간다.
호실적에 힘입은 KB금융은 디지털 혁신과 ESG 경영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이달 초 열린 ‘2021년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과거 영광을 누렸던 거대 기업들 중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해 시장에서 사라진 사례가 많다”며 “KB금융 고유의 강점을 바탕으로 혜택과 편의, 즐거움을 제공하는 넘버원(No.1) 금융 플랫폼으로 인정받도록 전 경영진이 결기를 갖고 속도감 있게 디지털 혁신을 실행해 나가자”고 강조한 바 있다. 이어 “환경과 사회, 주주, 고객에 관한 사명감을 갖고 ESG 경영을 한층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했었다.
넘버원 금융 플랫폼으로 도약하기 위한 리딩뱅크 ‘KB금융’의 당찬 발걸음이 계속될 수 있을지 앞으로가 주목된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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