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초부터 이번 매각 절차를 두고 산업은행의 밀실·졸속매각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던 대우건설 노동조합은 물론, 인수 후 사업 시너지에 대해서도 의문부호를 품는 주택조합 및 건설업계의 시선도 나오고 있다.
이번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중흥그룹은 자산총액(2021년 기준) 9조2070억 원의 지역 기반 중견 건설 기업이다. 다만 이번 인수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점쳐지는 중흥건설과 중흥토건의 1분기 자산 규모만 놓고 보면 각각 8500억 원, 2조5000억 원대 수준이다. 이번에 매물로 나온 대우건설 주식 2억1093만1209주(지분율 50.75%)의 가격은 약 2조 원대로 추산되고 있다.
중흥그룹은 인수자금 조달과 관련해 일시적으로 단기 브릿지론 성격의 자금을 일부 차입하지만 내년까지 유입될 그룹의 영업현금흐름으로 대부분 상환할 예정이어서 사실상 외부 차입 없이 대우건설을 인수한다고 설명했다.
중흥이 그간 걸어온 사업 행보를 살펴보면 대부분이 국내 주택사업이나 택지개발 사업에 집중돼있다. 대형사인 대우건설이 해외·토목·플랜트 등 다양한 사업에서 두각을 드러냈던 것과는 상반되는 모습이다.
이와 관해 중흥그룹 관계자는 “대규모 부동산 개발능력을 보유한 중흥의 강점과 우수한 주택 브랜드, 탁월한 건축· 토목·플랜트 시공 능력 및 맨 파워를 갖춘 대우건설의 강점이 결합하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건설 전문 그룹으로 한 단계 더 성장할 것으로 자신한다”고 말했다. 중흥그룹이 하지 못했던 일을 대우건설의 검증된 맨 파워와 결합해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대우건설 노조는 지난 2일 매각에 대응하는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입찰 과정에 ‘특혜·배임’ 의혹을 제기한 상태다. 매각자 측인 KDB인베스트먼트는 이 같은 밀어주기·졸속 매각 등의 논란과 관련해 ‘전혀 그런 사실이 없었다’고 일축했지만, 갈등은 여전히 남아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중흥의 대형 건설사 인수는 이미 예전부터 이야기가 나돌고 있었고, 그만큼 충분한 내부 검토나 스터디가 이뤄졌을 것으로 본다”고 전하는 한편, “문제는 두 회사의 체급 차이가 매우 크고, 지역 건설사에 불과했던 중흥이 메이저 건설사를 경영하는데 있어 생기는 돌발 변수에 대응할 능력이 있느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중흥 푸르지오’ 탄생? NO!”…중흥 해명에도 시장은 노심초사
현재 대우건설의 주택 브랜드인 ‘푸르지오’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브랜드 가운데 하나다. 반면 중흥건설의 ‘중흥 S클래스’는 상대적으로 지명도가 떨어지는 편이다.
부동산업계는 대우건설이 중흥건설의 품에 안기게 되면 혹여나 리브랜딩이 있을 수 있는 게 아니냐는 불안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대우건설과 중흥건설 양측 모두 ‘중흥 푸르지오’를 포함한 브랜드 통합·변경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설령 M&A가 이뤄지더라도 이미 잘되고 있는 푸르지오를 버리고 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중흥건설 역시 대우건설 임직원들의 역량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도록 고용안정과 경영의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방침을 내세운 상태다. 중흥건설 측은 “푸르지오를 국내 1등 브랜드로 만들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제는 수주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현장이다. 아웃소싱 방식이 많은 건설업 특성상 본사가 아니라고 해도 현장에서 부정적 뉘앙스의 풍문이 퍼지기도 한다. 이른바 ‘넛지 효과(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개입)’가 발생하면서, 대우건설과 푸르지오 자체의 이미지까지 부정적으로 변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중흥 역시 기존의 지역 건설사 이미지를 벗기 위해 인수 후에도 푸르지오에 전폭적인 지원을 할 가능성이 크지만, 각 지역단위 조합들은 대우건설의 주인이 바뀌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엄청난 시각 변화를 겪을 것”이라며, “이런 수주 경쟁은 어쨌거나 ‘브랜드 싸움’ 역시 큰 비중을 차지하므로, 당분간 중흥과 대우건설은 쉽지 않은 시험대에 오를 수밖에 없다”고 평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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