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티은행 소비자(소매)금융 매각과 관련해 고용 승계 문제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현재 4곳 이상의 금융사가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노조가 고용안정 방안을 마련하라며 전면전을 예고하고 있어 최종 매각까지 험로가 예상된다.
한국씨티은행이 이사회를 연 지난 3일까지 정식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금융사는 4곳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소비자금융 사업 전체 인수를 희망하는 곳도 포함됐지만 전직원 고용승계에는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금융사는 자산관리(WM), 신용카드 등에 대한 부분 인수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부문 매각 시 팔리지 않는 나머지 사업부는 단계적 폐지(청산)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유명순닫기유명순기사 모아보기 한국씨티은행장은 3일 이사회 직후 직원들에게 보낸 최고경영자(CEO) 메시지에서 “고객과 직원을 위한 최선의 매각 방안에 도달하기 위해 세부 조건과 다양한 가능성들에 대해서는 열린 자세로 논의하되 단계적 폐지 방안을 실행하기 위한 준비 절차도 함께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간 업계에서는 1조~2조원 상당으로 추정되는 매각가와 높은 인건비 등이 한국씨티은행 소비자금융 매각의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해왔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씨티은행 소비자금융 임직원 수는 939명이다. 직원 평균 연봉은 1억1200만원 수준으로 은행권 최고 수준이고, 평균 근속연수(18년2개월)도 주요 시중은행들(15~16년)보다 긴 편이다. 주요 시중은행들이 2000년대 초반에 폐지한 퇴직금 누진제도 한국씨티은행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노조의 반발이 격화하자 유 행장은 매각에 있어 고용안정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유 행장은 지난 10일 CEO 메시지를 통해 “매각에 따른 전적, 자발적 희망퇴직, 행내 재배치를 통해 직원들을 놓치지 않게 최대한 노력하겠다”며 “현재까지 고용승계가 없는 자산매각 방식은 검토된 바 없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유 행장 등 경영진과 면담에서 “뉴욕 본사의 글로벌 전략 변경에 따라 매각이 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금융소비자와 고용안정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이번 매각에서 금융소비자 보호와 고용안정 2가지를 기본원칙으로 해야 한다”며 매각 과정에서 노조와 충분한 협의를 통해 진행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유 행장이 “그렇게 하겠다”는 긍정적인 취지로 답변했다고 안 의원은 설명했다.
진창근 한국씨티은행 노조위원장은 “부분매각 후 단계적 폐지 방식으로 진행되면 직원 2000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며 “국회와 정부에서 ‘고객 피해와 대량 실업을 유발하는 이런 식의 한국 철수는 안 되며 고객 보호와 고용안정 대책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엄중한 메시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조는 향후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금융위원회가 관련 입장을 공식화하도록 추진할 예정이다. 노조는 소매금융 철수가 미국 본사 차원에서 진행 중인 사안인 만큼 해외 투쟁에도 나설 계획이다.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최고경영자(CEO)에게 경고장을 보내고, 각종 동영상을 해외용으로 제작해 한국 상황을 알리기로 했다.
한국씨티은행은 다음달까지 전체매각, 부분매각, 단계적 폐지 등 출구전략을 최종적으로 결정할 방침이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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