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류 3사 중 승자는 하이트진로다. 하이트진로는 맥주 신제품 '테라'의 흥행으로 지난 4년간 적자를 낸 맥주사업을 턴어라운드 하는 데 성공했다. '뉴트로' 마케팅을 적용한 '진로' 소주도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초록병 맥주'로 시장 공식 바꾼 '테라'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하이트진로 맥주부문 매출은 71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만 영업적자 폭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실제 테라는 지난 3월 출시한 후 누적 판매량이 2억병을 넘어섰다. 이는 초당 11.6병 판매된 꼴로 국내 성인(20세 이상, 4204만명 기준) 1인당 2.4병 마신 양이다. 테라 출시 이후에도 '하이트', '맥스' 등 기존 맥주 브랜드의 매출 잠식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테라로 인해 유흥 및 가정 시장의 전체 맥주부문 판매량이 증가한 것을 보여준다.
테라는 하이트진로가 2년 동안 개발에 매진해 출시한 제품이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는 "그동안 수입맥주의 파상공세와 빠르게 변하는 주류 소비문화에 대응을 못 해 맥주 시장점유율이 하락하며 어렵고 힘든 시기를 보내야 했다"면서 '절치부심'으로 테라를 준비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이트진로는 내부적으로도 올해 성과에 고무돼 있다. 진로 소주도 출시 7개월 된 지난달 말 기준 누적 판매량이 1억병을 돌파했다. 하이트진로는 올해 성과를 바탕으로 싱가포르에서 해외 기관투자자 대상 기업설명회를 열고 김인규 대표가 직접 투자 촉진에도 나섰다.
◇'NO 재팬' 불매운동 수혜도 반짝
단기적으로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따른 반사이익도 하이트진로에 호재로 작용했다. 올해 7월 이후 거론된 일본 제품 '보이콧 리스트' 중 가장 민감한 변화를 보여준 품목은 다름 아닌 맥주다.
한국무역통계진흥원의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국가별 맥주 수입 순위에서 일본 맥주는 1위에서 17위로 하락했다. 일본 맥주는 지난 7월 일본의 경제 보복 발동 이전까지 수입 규모 부동의 1위를 차지해왔다. 일본 맥주의 빈 자리는 중국과 미국, 그리고 국산 맥주가 채우고 있다.
소비자들이 일본 맥주를 기피하고 있다는 점은 특히 편의점 등 소매판매점에서 잘 나타난다. 지난 3분기(7~9월) 기준 브랜드별 맥주 판매 순위에서 '아사히 맥주'는 3위에서 12위로 추락했다. 3분기 아사히맥주 소매판매금액은 139억5100만원으로 2분기 대비 69.3%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불매운동이 확산되면서 국산 맥주는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오비맥주, 하이트진로, 롯데주류 등 국내 맥주업체 소매판매 비중은 2분기 75.2%에서 3분기 80.3%로 5.1%포인트 높아졌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일본 맥주 불매운동 기류는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며 "7월 이후가 특히 계절적 성수기여서 반사이익을 톡톡히 봤다"고 말했다.
◇주세법 개정에 내년도 수혜 예상
하이트진로는 맥주의 종량세 전환으로 실적 개선도 유력시되고 있다. 종량세로 전환할 경우 세 부담이 커지는 소주가 이번 개편 대상에서 빠졌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지난 6월 정부는 맥주에 붙는 세금을 기존 종가세(가격 기준 세금 부과)에서 종량세(양 기준 세금 부과)로 바꾼다고 발표했다. 이는 수입가를 낮춰 세금을 적게 냈던 수입 맥주사와 국내 맥주사가 주세법이 개정되는 내년부터는 동일 선상에서 경쟁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이렇게 되면 국산 맥주의 가격 경쟁력이 지금보다 크게 높아질 수 있다.
맥주와 막걸리의 종량세 전환을 우선적으로 실시한다는 발표에 특히 하이트진로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졌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말 기준 1조8856억원의 매출 중 맥주가 7433억원(37.9%)을 차지해 상대적으로 맥주 부문 매출 기여도가 높다.
조상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향후 시행될 주세법 개편에 따라 한동안 강세였던 수입맥주의 성장은 둔화되고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국산맥주가 이 자리를 대처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시장 상황이 하이트진로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구혜린 기자 hrgu@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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