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화한 금융거래 풍속…소비자 정책 부각
금융당국은 국내 금융상품 판매 서비스에 대한 관리와 규제체계를 디지털 기술의 관점에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보고 이번 연구용역을 추진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금융서비스가 소비자 편의성 제고 등 긍정적 측면이 있으나 금융사기, 정보 보안, 일부 소비자의 디지털 이해력 부족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존재하고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비대면·자동화된 금융상품 판매에 대한 규제체계 방향을 검토하는 게 연구용역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디지털 기술을 통한 금융상품 판매서비스 관련 국내·외 등록조건, 등록유지 의무 등을 비교 분석하도록 했다.
또 소비자에게 디지털 기술을 통한 금융상품 판매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지켜야 하는 국내·외 행위 규제와 공시의무를 비교 분석토록 했다.
이때 공시 관련 새로운 규제가 필요할 지, 또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를 포용할 수 있는 공시 방식은 없는 지를 연구 범위에 포함했다.
이를 통해 금융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금융상품 판매에 대한 국내 규제방향을 도출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았다.
금융위 관계자는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면 현재 소비자보호 정책에 어떻게 반영할 수 있을 지 등을 논의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국제적으로 보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2011년 제정한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상위원칙’ 10개 중 감독당국의 역할 강화, 공시·투명성 제고와 관련된 정책 권고안을 우선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 비대면 전성시대, 안전망 필요
오프라인이 아닌 인터넷과 모바일로 금융상품에 가입하는 소비자는 디지털 금융이 확대되면서 점증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올해 6월까지 4대 시중은행(KB국민·KEB하나·신한·우리)은 전체 상품 판매 건수의 60%를 비대면 채널을 통해 판매했다. 10명 중 6명은 영업점이 아니라 인터넷이나 모바일로 금융상품에 가입한다는 얘기다.
이같은 추세에 맞춰 은행들도 비대면 상품과 서비스를 강화하는 영업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디지털 부문 임원은 “비대면 채널에서 상품에 가입하고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들의 충성도가 생각보다 높다”며 디지털 영토확장 움직임을 전했다.
예컨대 비대면 채널을 통해 입·출금 계좌를 늦은 밤에도 개설하고, 주말에도 대출 상품을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온라인 상에서 24시간 365일 영업 점포를 열어두는 셈이다.
주중에 대출을 받으러 은행을 직접 찾기 어려운 소호(개인사업자) 고객을 위해 비대면 전용 대출상품을 출시하는 은행들도 늘고 있다.
그동안 중구난방으로 확대된 비대면 상품을 점진적으로 축소해서 인기 있는 주력상품 위주로 라인업을 다시 짜서 디지털 채널 고객을 유입하려는 전략도 엿보인다.
디지털화와 맞물려 비대면 금융거래가 증가하면서 금융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는 새로운 우려도 나오고 있다.
‘비대면 금융거래 증가에 따른 리스크와 정책적 시사점’ 리포트에서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온라인에서 비대면으로 금융투자 상품을 권유할 경우 금융회사는 고객의 적합성을 법규에서 정한대로 평가해야 하는데 기술적으로 제약이 많고 상당한 비용이 든다”며 “금융회사의 불완전판매 리스크를 증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예시했다.
금융당국도 금융소비자 의견을 적극 반영하는 방식으로 업무 관행을 바꿔나가고 있다. 금융위는 이달 초 외부 소비자 전문가를 주축으로 한 ‘금융소비자 태스크포스(TF)’를 첫 출범시켰다. 금융당국은 의견 수렴을 거쳐 내년 1분기 중 ‘금융소비자 보호 종합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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