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 영상 등 신작 포함 240여 점 전시
이미지 확대보기허윤희는 나무를 태워 만든 목탄을 주 매체로 삼아 그리기와 지우기를 반복하는 회화적 수행을 이어왔다. 그녀에게 회화는 단순한 표현이 아니라 살아내기의 행위이며, 흔적은 곧 존재의 증거이다. 사라짐은 결핍이 아니라 충만의 또 다른 이름으로, 그녀의 작업은 결과보다 과정, 표현보다 존재의지속에 초점을 맞춘다.
이번 전시는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장 〈존재의 증명- 실존의 시작〉은 독일 유학 시절(1995~2004)의작업을 중심으로, 고립과 언어의 단절 속에서 “나는 누구인가, 예술은 무엇인가”를 질문하며 존재의 본질을 탐구한 시기를 다룬다. 책, 정원, 여행, 기억과 같은 상징적 모티프를 통해 내면과 세계, 삶과 죽음의경계를 사유한 이 시기의 작품들은 그녀의 예술 세계의 기초를 이룬다.
이미지 확대보기'관집' 재구성해 선보여...관람객 체험도
지난 2001년 남프랑스에서 제작된 대표작 ‘관집’이 새롭게 재구성되어 선보인다. ‘관집’은 “하루가 인생이라면 아침은 탄생, 밤은 죽음”이라는 작가의 사유에서 출발한 작품으로, 집과 관을 하나의 구조로 결합해 삶과 죽음이 단절이 아닌 연속의 선상에 있음을 시각화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관람객이 실제로 작품 내부에 들어가 공간을 체험할 수 있는 몰입적 형태로 구성하여 죽음을 사유함으로써 삶의 본질을 자각하게 하는 특별한 체험의 장을 제공한다.
이미지 확대보기두 번째 장 〈몸과 시간의 흔적- 목탄 벽화〉에서는 신체의 움직임으로 그려낸 대형 목탄 드로잉 벽화가 전시된다. 이 대형 벽화는 긴 막대기에 목탄을 묶어 온몸의 리듬으로 그려내는 수행적 행위로, 완성된 그림은 다시 지워진다. 지우기는 상실이 아닌 존재의 또 다른 지속이며, 이는 시간과 신체의흔적을 통해 삶의 유한성과 무상의 깨달음을 드러낸다.
‘물의 평화’ 목탄 드로잉 퍼포먼스
신작 벽화 ‘물의 평화’는 전시 개막 첫날인 지난 11월 4일 오후 2시에 대구미술관 2층 선큰가든에서 목탄 퍼포먼스 드로잉의 형식으로 직접 공개했다. 이날 관람객들은 허윤희의 신체와 시간의 흔적을 담아내는 드로잉을 현장에서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었다.
이미지 확대보기마지막 장 〈생태적 실존- 사라짐과 치유〉는 작가가 실존의 문제의식에서 생태적 사유로 확장해 온 여정을 보여준다. 작가는 귀국 이후 재난, 환경 파괴, 멸종 위기 등 현대 사회의 생태현실을 마주하며, 작업을 통해 인간과 자연이 서로 연결된 존재임을 일깨운다. 그의 회화와 드로잉은 일상의 관찰과 자연의 시간이 교차하는 일기처럼 전개되며, 사라져가는 생명에 대한 애도와 회복의 감각을 함께 담아낸다. 특히 대구의 지역성과 생태적실존의 사유를 결합한 신작 ‘빙하와 도시’도 함께 전시되어 도시와 자연의 공존, 그리고 생명의 위기를 함께 사유하게 한다.
이번 전시 제목인 ‘가득찬 빔’은 작가가 직접 쓴 동명의 시와 작품에서 비롯되었다. 채움과 비움, 생성과 소멸의 순환을 함축하는 이 말은 허윤희 예술의 본질을 대변하며, 사라짐 속에서도 새로운 의미를 찾아내는 태도를 드러낸다. 허윤희 작가는 이번 전시에 대해 “이번 전시는 제가 지난 30여 년간 걸어온 삶의 궤적과도 같다”면서 “사라짐과 비움 속에서도 끊임없이 순환하고 다시 피어나는 생명의 흐름을 그리며, 인간과 자연이 서로 닿는 지점을 바라보고자 했다”고 밝혔다.
전시를 기획한 김정윤 학예연구사는 “허윤희의 작업은 사라짐을 통해 삶의 본질을 드러낸다”며 “비움속에 깃든 생명과 회복의 가능성을 조용히 마주하는 기회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 기간 중에는 도슨트 해설, 교육 프로그램, 참여 이벤트 등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이 함께 운영된다. 관람료는 성인 기준 1000원이다.
장종회 한국금융신문 기자 jh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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