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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석의 단상] 금융지주의 사활 가르는 ‘자본 배분’

기사입력 : 2026-10-2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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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올라도 NIM 하락, 수혜 공식 흔들려
‘대출 팽창·비은행 부진·규제 압박’ 삼중고
저수익 자산 정리·자본 재배치가 평가 잣대

[김의석의 단상] 금융지주의 사활 가르는 ‘자본 배분’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김의석 기자] 4대 금융지주의 3분기 성적표가 오늘(23일)부터 순차적으로 공개된다. 최대 순이익이 예상되지만 금융지주 내부의 표정은 밝지 않다. 수익성의 핵심 지표인 순이자마진(NIM) 하락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출 자산이 불어난다고 수익성이 저절로 개선되지는 않는다. 이자이익은 대출을 얼마나 늘렸느냐보다 늘린 대출에서 얼마의 마진을 남겼느냐에 달렸다.

조달비용은 빠르게 오르지만 대출자산 수익률이 이를 따라가는 데는 시차가 생긴다. 신규 대출에는 시장금리 변동이 바로 반영되지만, 기존 대출은 금리 재산정 주기와 약정 조건에 따라 반영이 늦어진다. 조달비용이 먼저 오르고 대출 수익률은 뒤늦게 따라오는 구조가 NIM을 압박한다.

올해는 증시로 향하는 자금을 붙잡기 위해 은행들이 예금금리를 경쟁적으로 올렸다. 6월 말부터 8월까지만 해도 요구불·수시입출식예금에서 90조원 넘는 자금이 이탈했다. 금리 상승의 수혜를 기대하기보다 조달비용과 대출 수익률의 엇박자부터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금리 상승의 청구서는 부실로 돌아올 수 있다. 고금리가 길어지면 취약 차주는 상환 한계에 부딪힌다.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NPL)이 오르고 대손충당금 부담도 커진다. 이자이익 증가분이 신용비용으로 빠져나가면 금리 상승의 수혜는 사라진다. 시장이 따지는 것은 당장의 순이익 규모만이 아니다. 대손 비용을 감당하고도 이익을 지킬 수 있는가. 수익의 지속 가능성이 금융지주의 실력을 가르는 잣대다.

금융지주의 생존은 자금 조달 구조와 자산 운용 전략을 얼마나 빠르게 바꾸느냐에 달렸다. 외형 확장에 매달리는 경영부터 끝내야 한다. 대출을 무리하게 늘리면 위험가중자산(RWA)이 팽창하고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압박한다. 차주의 신용도와 담보, 만기를 따져 위험에 걸맞은 수익을 내지 못하는 대출은 성장이 아니다. 한정된 자본만 소모하는 비효율이다.

결국 승부처는 ‘자본 배분(Capital Allocation)’이다. 한정된 자본을 어느 사업에 투입하고 언제 회수할 것인가. 이 판단이 그룹의 경쟁력과 기업가치를 가른다. 핵심 잣대는 위험가중자산수익률(RoRWA)과 자기자본비용(CoE)의 비교다. 위험을 감안한 수익이 자본비용에 미치지 못한다면 투자 명분부터 다시 따져야 한다. 사업별 수익성과 위험을 원점에서 검증하고 자본 투입의 우선순위를 과감하게 재편해야 한다.
◆ 시장금리 상승은 조달비용 증가와 차주 부실 위험, 운용자산 손실, 비은행 계열사 수익성 악화로 이어져 금융지주의 자본 여력과 주주환원을 제약할 수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 시장금리 상승은 조달비용 증가와 차주 부실 위험, 운용자산 손실, 비은행 계열사 수익성 악화로 이어져 금융지주의 자본 여력과 주주환원을 제약할 수 있다.

비은행 계열사 포트폴리오도 수술대에 올려야 한다. 은행 의존도를 낮추겠다며 사업 영역을 넓혔지만 외형상 다각화가 그룹 전체의 자본 효율성을 높였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상반기 4대 금융지주 순이익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56~81%에 달한다. 여전채 금리가 뛰면 장기 고정금리 대출 비중이 높은 카드·캐피탈사는 조달비용을 대출금리에 온전히 전가하기 어렵다.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금리를 올리면 고객 이탈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증권사는 브로커리지와 자산관리(WM) 수익의 변동성에 노출돼 있고, 보험사는 회계 제도 변경에 따른 부담을 안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까지 겹치면서 비은행 부문은 그룹 자본을 압박하는 요인이 됐다.

수익성을 입증하지 못한 사업은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 과거 인수의 명분이나 다각화 논리에 매달려 부실을 방치하는 것은 전략이 아니라 책임 회피다. 회생 가능성이 희박한 자산은 매각하거나 사업 규모를 줄여야 한다. 결정을 미룰수록 손실과 자본 부담만 커진다. 회수한 자본은 수익성과 성장성이 검증된 핵심 사업에 다시 투입해야 한다. 내부 온정주의도 과거의 영광도 판단 기준이 될 수 없다. 현재의 수익성과 미래의 자본 효율성이 기준이어야 한다.

건전성 규제 강화, 정부의 생산적 금융 확대 요구, 주주환원 압박까지 세 갈래 부담이 한꺼번에 밀려들고 있다. 자본 배분 원칙은 더욱 엄격해야 한다. 손실흡수력을 지킬 CET1 비율, 생산적 금융 지원, 주주환원 확대를 무차별적으로 동시에 늘릴 수는 없다. 경영진은 우선순위를 분명히 세우고 자본을 어디에, 왜 투입하는지 시장에 설명해야 한다. 선택의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경영은 전략이 아니다.

자본 관리의 목표는 높은 자본비율을 지키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자본을 과도하게 쌓아두면 성장 기회를 놓치고, 주주환원에 치우치면 위기 대응력이 약해진다. 안정성과 수익성의 균형을 찾는 것이 경영진의 책무다. 자본을 지켰다는 말만으로는 시장을 설득할 수 없다. 그 자본으로 얼마의 가치를 창출하고 어떤 성장 기반을 만들었는지가 핵심이다.

이사회와 최고경영자(CEO)의 책임도 분명하다. CEO는 사업별 자본수익성을 기준으로 투자와 철수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실행해야 한다.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한 사업에 자본을 묶어둔 책임도 경영진이 져야 한다. 이사회 역시 사후 보고를 받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투자 단계부터 위험과 기대수익을 검증하고, 집행 이후에는 실제 성과와 자본 회수 여부까지 따져야 한다.

자본 배분은 단순한 숫자 계산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그룹의 명운과 기업가치를 좌우하는 경영진의 결단이다. 자본을 얼마나 쌓아두었는지는 실력이 아니다. 그 자본으로 얼마나 많은 부가가치를 만들었는지가 실력이다. 금융지주 CEO의 진짜 경쟁력은 자본을 어디에 배분하고 어떤 성과를 냈는지에 대한 답에서 판가름 난다.

김의석 한국금융신문 기자 es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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