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사람들은 자동차가 하늘을 날았다는 사실에 열광했다. 그러나 미국에서 법률 업무를 하는 필자에게는 조금 다른 질문이 떠올랐다. 저 자동차가 공중으로 뛰어올랐다가 다른 차와 충돌하면 자동차 사고일까, 항공 사고일까. 보험회사는 보상해줄까. 그리고 언젠가 AI가 운전대까지 잡게 된다면 사고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이미지 확대보기자동차가 하늘을 날면 법도 바뀌어야 할까
우리가 자동차라고 부르는 물건에는 이미 수많은 법이 따라붙는다. 운전면허가 있어야 하고, 번호판을 달아야 하며,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사고가 나면 운전자의 과실을 따지고, 차량에 결함이 있다면 제조사의 책임을 검토한다. 그런데 자동차가 도로를 벗어나 공중에서 움직이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복잡해진다.실제로 이번 로드스터 공개 이후 미국에서는 이 차량을 어느 기관이 감독해야 하는지가 관심사가 되었다. 자동차 안전을 담당하는 NHTSA와 항공 안전을 담당하는 FAA의 규제 영역이 어디에서 만나는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FAA는 해당 테슬라 차량이 항공기의 법적 정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앞으로 공중 이동 기능이 상용화된다면 새로운 규제 논의가 불가피할 것이다.
여기서 더 흥미로운 것은 테슬라가 로드스터와 별개로 추진하고 있는 자율주행 기술이다. 로드스터가 자동차의 물리적 한계를 흔들고 있다면, 자율주행은 운전자의 개념 자체를 바꾸고 있다. 자동차가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시대에는 운전자가 반드시 사람일 필요가 없어진다. 그런데 기존 교통법과 보험제도는 오랫동안 운전석에 사람이 앉아 있다는 전제 위에서 발전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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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nford HAI는 이미 다음 문제를 보고 있다
최근 Stanford Institute for Human-Centered Artificial Intelligence, 즉 Stanford HAI는 AI가 언어를 넘어 실제 물리적 세계에서 행동하는 기술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2026년 발표한 정책 논의에서 '월드 모델(World Models)'이라는 개념을 다뤘다. AI가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것을 넘어 주변 환경을 이해하고,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측하며, 실제 행동까지 결정하는 기술이다.예를 들어 자율주행차가 도로를 달린다고 생각해보자. 앞차가 갑자기 멈추거나 보행자가 뛰어들면 AI는 순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그런데 학습에 사용된 가상 도로에서는 비 오는 날의 미끄러움을 실제보다 낮게 계산했다면 어떻게 될까. AI는 시험에서는 훌륭한 점수를 받았지만, 현실에서는 위험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Stanford HAI가 강조하는 것은 바로 이런 차이다. 컴퓨터 안에서 안전하다는 것과 실제 세상에서 안전하다는 것은 다르다.
Stanford HAI의 2026 AI Index에 따르면 미국의 자율주행 서비스 Waymo는 2025년 말 기준 주당 약 45만 건의 운행을 기록할 정도로 성장했다. 자율주행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렇다면 이제 법도 운전자의 실수만을 따지는 데서 벗어나, AI의 판단 과정과 이를 설계한 기업의 책임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
이미지 확대보기사고가 나면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것인가
변호사로서 주목하는 부분은 이 지점이다. 사람이 운전하다 사고를 내면 운전자의 주의의무 위반 여부를 검토한다. 그러나 AI가 운전했다면 질문이 달라진다. 차량의 센서가 잘못 인식했는가. 소프트웨어가 잘못 판단했는가. 제조사가 충분한 안전 검증을 했는가. 운전자가 개입해야 하는 상황이었는가. 사고의 원인과 운행 방식에 따라 책임의 주체도 달라질 수 있다.특히 AI 시스템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성능과 작동 방식이 바뀔 수 있다. 어제 안전하다고 평가받은 자동차가 오늘 업데이트 이후 다른 판단을 내린다면, 사고 당시 어떤 프로그램이 작동했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앞으로는 자동차의 블랙박스뿐 아니라 AI가 어떤 정보를 받아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 남기는 기록도 중요해진다.
한국 역시 자율주행차와 미래 모빌리티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 개발만큼 중요한 것은 사고를 예방하고, 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제도다. 보험, 제조물책임, 운행 허가, 안전 검증 기준이 기술 발전과 함께 움직여야 한다. 법이 지나치게 앞서가면 혁신을 막을 수 있지만, 너무 늦게 따라가면 그 위험은 결국 소비자가 떠안게 된다.
테슬라 로드스터가 보여준 것은 단순히 빠르고 놀라운 자동차가 아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자동차와 운전자, 도로와 하늘의 경계가 앞으로 달라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그리고 AI가 그 변화에 결합할수록 법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기술은 자동차를 하늘로 띄울 수 있다. 그러나 그 자동차가 안전하게 내려오도록 만드는 것은 기술만의 문제가 아니다. 진짜 미래는 자동차가 하늘을 나는 날이 아니라, 그 자동차가 사고를 내더라도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지 분명히 알 수 있는 날에 시작될 것이다.
장준환 뉴욕 변호사 (Private Wealth & Investment)
충북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겸임교수/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회(KSEA) 고문변호사
미국 뉴욕주 프라이빗 웰스 로펌의 대표 변호사로 자산 구조와 투자전략 설계 전문가다. AI를 비롯한 IT 관련 법률 지식에 정통해 충북대 컴퓨터공학과 겸임교수와 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회 고문변호사를 맡고 있다.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개발사업과 글로벌 갤러리 운영도 하면서 다양한 사회·문화 활동도 하고 있다. 차세대 한인 리더로서 AI 시대의 인간다움을 지키는 인프라를 구축해 입법·제도화한다는 비전을 갖고 오는 2028년 뉴욕주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를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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