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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중후장대 ‘영업익 n% 성과급’ 주장 유감

기사입력 : 2026-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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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유행처럼 번지는 ‘n% 성과급ʼ
천차만별 업종·이익구조 등 고려를

▲ 정진아 기자
▲ 정진아 기자
[한국금융신문 정진아 기자] 반도체 업계에서 시작된 ‘영업이익 n% 성과급’ 주장이 조선소와 제철소, 전선 산업 현장까지 번졌다. 당초 이 주장은 ‘어떻게 계산되는지 알 수 없는 성과급을 투명하게 바꾸자ʼ는 요구에서 출발했다. 문제는 ‘영업익 n% 성과급’ 주장이 다른 업종의 특성, 이익 구조 등을 따지지 않고 마치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는 데 있다.

시작은 SK하이닉스였다. 이 회사 노사는 2021년 불투명하다는 지적을 받던 경제적 부가가치(EVA) 방식 대신 영업이익을 성과급 산정 기준으로 도입했다.

지난해 영업이익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삼고 이 기준을 10년간 유지하기로 했다. AI(인공지능) 반도체 호황으로 이익이 급증했고, 핵심 인재를 두고 글로벌 쟁탈전이 벌어지는 산업이기에 나올 수 있었던 합의였다. 이 주장이 업종별 상황과 무관하게 재계 전반 ‘기준’처럼 퍼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조선업계에서는 HD현대중공업 노조가 영업이익의 최소 30%를 성과급으로 달라고 요구했다. 노사는 지난달 30일 상견례 120일 만에 잠정합의안을 내놨다. 회사 추산으로 조합원 1인당 평균 지급 효과는 4056만 원으로, 지난해보다 1061만 원 늘어난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부결이었다. 지난 2일 찬반투표에서 반대가 52.14%로 과반을 넘겼다. 교섭 과정에서 노조는 기본급과 상여금 등 고정급 확대를, 회사는 격려금 등 변동급 중심 보상을 내세웠다. 노조가 요구해온 영업이익 연계 성과급이 합의안에 반영되지 않은 게 쟁점으로 꼽혔다.

HD현대중공업 노사가 합의한 첫 잠정합의안은 2016년 이후 지속적으로 부결되고 있다. 흐름도 매년 비슷하다. 2024년에는 첫 합의안 찬성률이 40.33%에 그쳤다가 2차 합의안에서 59.17%로 올라섰고, 지난해에도 36.23%에서 59.56%로 뛰었다.

최근 3년간 첫 합의안은 모두 부결됐고, 재교섭을 거쳐 마련한 2차 합의안은 모두 가결됐다. 이런 상황이라 회사도 처음부터 최종안에 가까운 안을 내놓을 이유가 줄고, 노조 집행부는 높아진 조합원 눈높이에 묶여 합의안을 만들기가 더 어려워진다.

조선업은 현재 실적에 수년 전 수주한 선박 계약 조건과 건조 물량이 반영된다. 건조 기간이 길고, 수주 당시 선가와 이후 원가 흐름에 따라 수익성이 크게 달라진다. 2010년대 중반 장기 불황기에 업계 전반에 걸쳐 가혹한 구조조정과 인력 감축을 겪은 것도 이 때문이다.

수주 호황이 이익으로 이어지기까지 시차가 있는 만큼, 경기 정점 이익에 비율을 고정하면 다음 사이클을 준비할 투자 여력이 그만큼 줄어든다. 중국 조선사 추격 속에 친환경 선박과 자동화 설비 투자를 이어가야 하는 지금이라면 더욱 그렇다.

철강업계는 사정이 더 안 좋다. 포스코 노조는 n%를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기본급 7.1% 인상과 격려금 600%, 우리사주 50주, 명절상여금 200% 등을 요구했다. 회사 추산으로 약 1조4000억 원, 지난해 영업이익(약 1조8000억 원) 대비 약 80%에 해당하는 규모다.

하지만 포스코 올해 상반기 별도 영업이익은 4873억 원으로 1년 전보다 43.3% 줄었다.

중국발 공급과잉과 관세 부담으로 이익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 해에, 창사 58년 만의 첫 부분파업이 나왔다.

공교롭게도 120시간 규모 2차 부분파업은 노조 제21대 임원선거 일정과 맞물렸다. 파업이 한창이던 시기 노조 간부 13명이 집단 사퇴하는 등 내홍도 불거졌다. 노조는 선거 기간인 9월 22일부터 10월 2일까지 교섭과 쟁의를 모두 멈췄다.

선거에서는 김성호 위원장이 73.53%를 득표해 3연임에 성공했고, 노조는 기존 요구안을 그대로 유지한 채 교섭을 재개했다. 교섭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번 파업이 조합원의 몫을 위한 것이었는지, 선거를 위한 것이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LS전선 노조도 1989년 설립 이후 37년 만에 첫 파업에 나섰다. 노조는 기본급 6.5% 인상과 영업이익 15% 성과급을 요구했고, 사측은 기본급 4% 인상과 정액 850만 원을 제시했다.

전력 인프라 호황으로 본사 수주잔고가 6월 말 기준 1년 새 약 39% 늘어난 만큼, 커진 일감에 걸맞은 보상을 요구하는 것 자체는 이해할 여지가 있다. 다만 지난해 영업이익이 2798억 원인 회사에 ‘반도체식’ 성과급을 그대로 대입하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는 합리적 판단이 필요한 영역이다.

성과를 나누자는 요구는 정당하다. 오랜 불황기에 구조조정과 임금 억제를 견딘 현장 목소리도 가볍게 볼 수 없다. 그러나 반도체 n%는 유례없는 슈퍼호황 이익 구조 위에서 나온 숫자다.

수주에서 인도까지 수년이 걸리는 조선, 원자재 가격과 글로벌 수급에 실적이 좌우되는 철강, 쌓인 수주잔고가 이익으로 전환되는 과정에 있는 전선은 저마다 사정이 다르다. 해마다 반복되는 부결과 파업을 더는 겪지 않으려면, 노사가 다른 업종 산식을 차용하는 것이 아닌 각 업종 업황에 맞는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정진아 한국금융신문 기자 urzinni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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