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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몸값 200억 위안, '로봇판 테슬라'의 등장…즈핑팡 시대 [전병서의 中 첨단기업 리포트-16]

기사입력 : 2026-10-2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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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의 '몸'이 아니라 '뇌'에 베팅한 회사

2023년 4월, 중국 선전(深圳) 난산구에서 문을 연 스타트업 하나가 3년 만에 중국 로봇 업계의 몸값 순위를 갈아치웠다. 바로 즈핑팡(智平方·AI² Robotics)이다. 2026년 6월 약 50억 위안(약 9,500억 원)을 새로 투자받으면서 기업가치가 200억 위안(약 4조원)을 넘어섰다. 광둥·홍콩·마카오를 하나로 묶은 경제권인 '대만구(大湾区·Greater Bay Area)'에서 기업가치 200억 위안을 넘긴 첫 구현 AI 유니콘이다. 10월에는 홍콩 증시 상장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까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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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은 이 회사를 '로봇판 테슬라'라고 부른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테슬라가 자동차를 '바퀴 달린 컴퓨터'로 바꿨듯 즈핑팡은 로봇을 '두 팔 달린 AI'로 본다. 겉모양(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 두뇌가 계속 업그레이드되며 똑똑해지는 구조다.

둘째, 기술 노선이 테슬라와 같다. 창업 당시 글로벌 로봇 업계 대부분은 '보는 프로그램', '판단하는 프로그램', '움직이는 프로그램'을 따로 만들어 이어 붙이는 분업 방식을 썼다. 즈핑팡은 테슬라 옵티머스(Optimus) 팀과 함께, 보는 것부터 움직이는 것까지 하나의 AI가 통째로 처리하는 '엔드투엔드(End to End)' 방식을 처음부터 고집한 드문 회사였다. 실제로 테슬라 공급망에 속한 여러 기업이 즈핑팡에 전략적으로 투자했다.

창업자 궈옌둥(郭彦东) 박사의 이력도 '테슬라' 별명에 무게를 싣는다. 미국 퍼듀대(Purdue University) 박사 출신으로 마이크로소프트 미국 본사 AI 핵심 연구팀에서 일했고, 귀국 후 전기차 업체 샤오펑자동차(小鹏汽车·XPeng)와 스마트폰 업체 오포(OPPO)에서 수석과학자 겸 연구개발 책임자를 지냈다. 자율주행차와 수억 대의 스마트폰에 AI를 심어본 사람이 이번에는 로봇에 AI를 심겠다고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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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경영 철학은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출발점과 최종 목표는 일치해야 한다. 목표가 로봇이 일하는 것이라면, 출발도 로봇이 일하는 현장에서 해야 한다." 실험실에서 완벽한 로봇을 만든 뒤 시장에 내놓는 대신, 처음부터 공장과 매장에 로봇을 넣고 거기서 배우게 한다는 뜻이다. 즈핑팡은 현재 반도체·디스플레이, 자동차, 제약·바이오, 첨단 제조, 신소매 등 7개 이상 산업에 로봇을 배치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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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말 쉽게 풀기 : '구현 AI'와 'VLA'는 무엇인가

즈핑팡을 이해하려면 먼저 중국 로봇 업계가 쓰는 낯선 용어 몇 개를 풀어야 한다.
구현 AI(具身智能·Embodied AI)는 '몸을 가진 AI'다. 챗GPT 같은 AI가 화면 속에서 글과 그림으로 답한다면, 구현 AI는 로봇의 몸을 빌려 현실 세계에서 물건을 집고, 옮기고, 조립한다. 말로 일하는 AI에서 손발로 일하는 AI로 넘어가는 것이다. 이런 로봇의 기초 두뇌를 구현 대모델이라 부른다. 챗GPT가 '말하는 법'을 배운 대모델이라면, 구현 대모델은 '몸 쓰는 법'을 배운 대모델이다.

VLA모델(Vision-Language-Action:시각·언어·행동 모델)는 '보고(Vision), 알아듣고(Language), 움직이는(Action)' 세 가지 능력을 하나의 AI에 담은 모델이다. 사람이 "책상 위 빨간 컵을 싱크대로 옮겨줘"라고 말하면 로봇은 카메라로 컵을 찾고, 문장의 뜻을 이해하고, 팔을 뻗어 옮긴다. 과거에는 이 세 단계를 각각 다른 프로그램이 맡아 릴레이 경주처럼 바통을 넘겼다. 바통을 넘길 때마다 오류가 생기고 속도가 떨어졌다. VLA는 한 명의 선수가 처음부터 끝까지 달리는 방식이다. 이것이 앞서 말한 엔드투엔드(End to End)다.

세계 모델(World Model)은 AI가 머릿속으로 미리 돌려보는 '현실 시뮬레이터'다. 컵을 세게 밀면 넘어질지, 물이 쏟아질지 행동하기 전에 상상해보는 능력이다. 최근 업계에서는 "세계 모델이 VLA를 대체할 것인가"를 두고 노선 논쟁이 벌어졌는데, 즈핑팡은 둘을 경쟁이 아니라 결합의 대상으로 봤다.

마지막으로 중국 로봇 업계가 2026년을 부르는 말이 배치태 원년(部署态元年)이다. '배치태'는 '배치된 상태'라는 뜻으로, 로봇이 전시장 시연을 끝내고 실제 일터에 투입돼 매일 근무하는 단계를 말한다. 로봇이 '무대 위 배우'에서 '현장 직원'으로 바뀌는 첫해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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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에게 '척수 반사'(NeuroVLA)를 달아주다

즈핑팡의 대표 기술은 2026년 4월 공개한 NeuroVLA다. 아이디어는 단순하다. 사람의 뇌를 흉내 내자는 것이다. 뜨거운 냄비에 손이 닿으면 우리는 '뜨겁다'고 생각하기도 전에 손을 뗀다. 이 반응은 대뇌가 아니라 척수가 처리한다. 생각할 일은 대뇌가, 몸의 균형과 동작 조절은 소뇌가, 위험에 대한 즉각 반응은 척수가 나눠 맡는 것이 사람 몸의 설계다.

기존 로봇 두뇌는 이 모든 일을 하나의 거대한 AI가 처리했다. 똑똑하지만 느렸다. 로봇 팔이 사람과 부딪혀도 '이게 무슨 상황이지'를 판단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NeuroVLA는 로봇의 두뇌를 대뇌피질·소뇌·척수의 세 층으로 나눴다. 피질 층은 "무엇을 할지" 계획하고, 소뇌 층은 팔과 몸의 움직임을 부드럽게 다듬고, 척수 층은 충돌 같은 위급 상황에 즉각 반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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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는 숫자로 나타난다. 충돌 후 안전하게 반응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20밀리초(0.02초)로, 기존 시스템(200밀리초 이상)의 10분의 1이다. 사람이 눈을 한 번 깜빡이는 데 0.1초 남짓 걸리니, 눈 깜빡임보다 몇 배 빠르게 반응하는 셈이다. 로봇 팔이 갑자기 덜컥거리는 정도(급가속도 최대치)는 80.2% 줄었다. 커피잔을 들고 움직여도 흘리지 않는 '부드러운 손'이 됐다는 뜻이다. 척수 층이 쓰는 전력은 0.4와트로, 작은 LED 전구 하나보다도 적다.

궈옌둥 회장은 2026년 6월 베이징 지위안 인공지능 연구원(BAAI)이 주최하는 즈위안(智源) 대회에서 업계를 향해 이렇게 꼬집었다. "사람들은 휴머노이드를 만들 때 어떻게 사람처럼 보이게 할지만 생각하지, 어떻게 뇌를 사람처럼 만들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세계 모델은 VLA의 경쟁자가 아니라 VLA 체계의 핵심 구성 요소"라고 정리했다. 상상력(세계 모델)과 몸놀림(VLA)은 둘 중 하나를 고르는 문제가 아니라 함께 갖춰야 할 능력이라는 것이다. 이 발언은 업계의 '세계 모델 대 VLA' 논쟁을 정리한 발언으로 받아들여졌다.

학계와 금융권의 평가도 따라왔다. 2025년 한 해 동안 세계 최고 권위의 AI 학회인 NeurIPS에만 논문 6편을 올렸고, 모건스탠리는 여러 차례 글로벌 로봇 산업 보고서에서 즈핑팡을 로봇 '두뇌' 분야 대표 기업으로 꼽았다. 2026년 4월에는 로봇 학습용 데이터 수집부터 훈련, 평가까지 한곳에서 할 수 있는 오픈소스 커뮤니티 'AlphaBrain Platform'을 열어 외부 개발자들을 자기 생태계로 끌어들이고 있다.

시연이 아니라 출근 : 공장에서 카페까지

즈핑팡이 다른 로봇 기업과 다른 점은 로봇이 '무대'가 아니라 '현장'에 있다는 것이다. 2025년 9월 자체 생산라인을 돌린 지 석 달 만에 월 100대 수준의 납품을 달성했고, 현재 연간 2,000대를 만들 수 있다. 핵심 부품의 평균 고장 간격(MTBF)은 2만~5만 시간이다. 하루 10시간씩 매일 일해도 평균 5년 넘게 큰 고장 없이 버틸 수 있다는 계산으로, 공장 설비에 요구되는 산업용 신뢰성이다. 2026년 하반기에는 중국 최초의 수만 대 규모 생산라인 건설에 들어간다.

주력 로봇 AlphaBot 2는 사람처럼 두 팔을 가진 상체에 바퀴 달린 하체를 붙인 '양팔 바퀴형' 로봇이다. 두 다리로 걷는 휴머노이드보다 덜 화려하지만, 넘어질 걱정이 적어 공장 바닥에서 안정적이다. 관절이 움직일 수 있는 방향의 수를 뜻하는 '자유도'가 34개 이상이다. 사람 팔 하나의 자유도가 7개 정도이니 상당히 섬세한 움직임이 가능하다. 360도 전방위를 감지하고, 한 팔로 최대 10kg을 들며, 한 번 충전으로 6시간 이상 일한다. 회사는 2026년 대당 가격을 2만 달러 이하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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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상징적인 계약은 세계 디스플레이 패널 출하량 상위 5위권인 후이커(惠科·HKC)와 맺은 '3년간 로봇 1,000대, 약 5억 위안(약 950억 원)' 규모 계약이다. 모건스탠리는 이를 공장 생산에 직접 투입되는 '생산력형 로봇' 분야의 세계 최대 단일 주문으로 평가했다. 디스플레이 공장에서 로봇이 회로기판(PCB)을 붙이고 떼는 정밀 작업을 해낸다. 고객은 자동차(둥펑류저우자동차), 제약·바이오(화시바이오 등), 첨단 제조, 공항, 신소매로 넓어졌고, 같은 업종 안에서 여러 고객이 다시 주문하는 '재구매'까지 일어나고 있다. 로봇이 '한 번 써보는 신기한 기계'에서 '다시 사는 생산 설비'가 됐다는 신호다.

일반 소비자가 즈핑팡 로봇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곳은 즈모팡(智魔方)이다. '지능 큐브' 정도로 옮길 수 있는 이름처럼, 약 10㎡(3평 남짓)의 작은 부스 안에서 AlphaBot 2가 상업용 커피머신과 아이스크림 기계를 직접 조작해 음료를 만든다. 커피, 아이스크림, 엔터테인먼트, 리테일 4개 모듈을 레고처럼 조합할 수 있다. 베이징·선전·상하이 등 10여 개 도시에서 하루 10시간 이상 운영 중이고, 일부 매장은 월 매출 20만 위안(약 3,800만 원)을 넘겼다. 2026년 8월에는 홍콩의 대표 번화가 란콰이퐁에도 들어섰다. 회사는 3년 안에 즈모팡 1,000곳을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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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200억 위안 : 돈은 왜 즈핑팡으로 몰리나

자금 조달 속도는 더 극적이다. 2026년 2월 10억 위안 이상을 유치하며 기업가치 100억 위안을 넘었고, 불과 넉 달 뒤인 6월 약 50억 위안을 추가로 받아 200억 위안을 돌파했다. 넉 달 만에 몸값이 두 배가 된 것이다.

투자자 명단은 더 흥미롭다. 중앙정부 펀드인 국가중소기업발전기금, 광둥성 인공지능 기금과 선전창투(深创投) 같은 지방정부 자본, 바이두 같은 빅테크, 고속철 제조사 중국중차(中国中车), 마오타이 계열 기금, 보험사와 증권사, 그리고 테슬라 공급망 기업들까지 들어왔다. 중국식으로 말하면 '국가대(国家队)', 즉 국가 자금이 움직이는 투자 주체부터 지방정부, 보험·증권, 산업 자본까지 한꺼번에 줄을 선 것이다. 정부가 '이 산업은 키운다'는 신호를 보내고, 산업계가 '이 로봇을 쓰겠다'고 응답한 구조다.

궈옌둥 회장은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을 "스마트폰의 판매량에 자동차의 가격을 곱한 시장"이라고 표현한다. 스마트폰만큼 많이 팔리고 자동차만큼 비싼 제품이 된다면, 이 시장의 선두 기업은 조(兆) 단위 가치의 기업이 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PC, 스마트폰, 전기차에 이어 네 번째 '지능형 단말기'가 로봇이라는 것이다.

동시에 그는 이 산업을 장파후설(长坡厚雪)이라고 부른다. 워런 버핏의 '스노볼(눈덩이)' 비유에서 나온 중국 투자업계 표현으로, 비탈이 길고 눈이 두꺼워서 눈덩이를 오래 굴릴수록 커지는 산업이라는 뜻이다. 로봇에 적용하면, 현장에 오래 배치될수록 데이터가 쌓이고, 두뇌가 좋아지고, 고객이 늘어나는 구조다. 그래서 그는 "큰 그림만 그리고 상용화 없이 연구만 하는 방식은 이 트랙에 맞지 않는다. 지속 경영과 지속 운영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마라톤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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즈핑팡 vs 애지봇 : '두뇌파'와 '풀스택파'의 대결

중국 구현 AI 시장의 두 신예는 같은 해에 태어났다. 상하이의 애지봇(AgiBot·智元机器人)이 2023년 2월, 선전의 즈핑팡이 4월이다. 둘 다 홍콩 증시를 노린다. 그러나 걷는 길은 다르다.
즈핑팡은 '두뇌파(大脑派)'다. 로봇의 뇌, 즉 AI 모델의 독창성에 승부를 건다. 소수의 고부가가치 현장에 깊숙이 들어가 그곳의 데이터로 두뇌를 키운다. 애지봇은 '풀스택파(全栈派)'다. 풀스택이란 몸체, 소프트웨어, 데이터까지 전 과정을 고루 갖춘다는 뜻으로, 다양한 제품군과 빠른 양산으로 시장을 넓힌다. 애지봇은 2026년 3월 누적 생산 1만 대, 6월 누적 출하 1만 5,000대를 돌파했다. 규모는 애지봇, 두뇌는 즈핑팡이라는 구도다.

이 대결은 전기차 시장을 떠올리게 한다. 테슬라는 소프트웨어 두뇌로, BYD는 부품부터 완성차까지 직접 만드는 물량 공세로 각자 정상에 올랐다. 로봇 시장도 승자 하나만 남는 게임은 아닐 수 있다. 다만 누가 먼저 '로봇이 벌어오는 돈'으로 회사를 굴리는 흑자 구조에 도달하느냐가 2027년 이후 중국 구현 AI 시장의 판도를 가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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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배워야 할 것 : 로봇의 '몸'보다 '뇌'와 '현장'

즈핑팡의 3년은 한국 로봇 산업에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첫째, 로봇의 가치는 몸이 아니라 뇌에서 나온다. 스마트폰의 가치가 케이스가 아니라 운영체제와 앱에서 나오듯, 로봇의 부가가치도 하드웨어에서 AI 두뇌로 옮겨가고 있다. 한국은 제조 하드웨어에 강점이 있지만, 로봇의 뇌를 만드는 구현 대모델 분야에서는 내세울 대표 주자가 아직 뚜렷하지 않다. 뇌가 없는 몸은 남의 뇌를 빌려 써야 하고, 그 순간 부가가치의 대부분은 뇌를 가진 쪽으로 넘어간다.

둘째, 데이터는 현장에서만 나온다. 즈핑팡은 후이커의 디스플레이 공장과 즈모팡 매장에서 매일 실전 데이터를 모아 두뇌를 다시 훈련시킨다. 일할수록 똑똑해지는 눈덩이 구조다. 한국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조선이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현장을 갖고 있다. 이 공장들이 로봇의 학교가 될 수 있다. 현장을 로봇 기업에 열어주는 것이 곧 국가의 데이터 전략이다.

셋째, 국가와 시장이 같은 방향으로 돈을 댄다. 국가 기금, 지방정부, 보험·증권, 산업 자본이 한 회사에 함께 들어간 즈핑팡의 투자자 명단은 중국의 로봇 굴기가 정책 구호가 아니라 실제 자본 배분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과제 단위로 잘게 쪼개진 지원으로는 이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 될 만한 기업에 크게, 오래 베팅하는 '인내 자본'이 필요하다.

넷째, 부품 공급망은 기회이자 경고다. 즈핑팡이 수만 대급 생산라인에 착수하면 사람 손처럼 섬세한 로봇 손(灵巧手), 토크·압력 센서, 서보 모터, 감속기, 배터리, AI 비전 모듈 수요가 급증한다. 한국 부품 기업이 중국 로봇의 '몸'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다. 동시에 값싸고 똑똑해진 중국 로봇이 한국 공장과 매장으로 들어올 날이 머지않았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협력과 대비를 동시에 준비해야 한다.

2026년, 중국의 로봇은 무대에서 내려와 공장과 카페로 출근하기 시작했다. 평가 기준도 "얼마나 멋지게 걷는가"에서 "하루 10시간 얼마나 실수 없이 일하는가"로 바뀌었다. 즈핑팡은 사람의 뇌를 닮은 두뇌로, 현장에서 쌓은 데이터로, 그리고 국가와 시장의 자금으로 그 눈덩이를 가장 빠르게 굴리고 있는 회사 가운데 하나다. 눈덩이는 먼저 굴리기 시작한 쪽이 커진다. 입으로만 피지컬 AI라고 떠들고 있는 한국은 언덕 아래에서 구경만 할 것인지, 지금 자기 눈덩이를 굴리기 시작할 것인지 결정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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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서 박사는

중국 칭화대에서 석사, 푸단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우경제연구소에서 반도체와 IT애널리스트로 17년간 일했다. 대우증권 상무, 한화증권 전무를 지내고 이후 19년간 중국경제와 금융을 연구하고 있다. 현재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으로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중앙대 경영전문대학원에서 MBA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전병서 박사/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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